태연한 고유정 목소리…살해 뒤 “물감놀이 했어”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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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고유정 범행 전후 통화내용 공개…“엄마 청소하고 올게요”

전 남편 살해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의 범행 전후 통화내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여기서 들리는 ‘물감놀이’ ‘청소’ 등의 단어에 주목했다. 고유정의 범행 시각을 가늠하게 해 주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범행 직후 그의 태연함마저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9월2일 오후 두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9월2일 오후 두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 연합뉴스

11월4일 검찰은 제주지법 형사 2부(정봉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고유정의 6차 공판에서 음성파일을 재생했다. 고유정이 전 남편 강아무개(36)씨를 살해한 5월25일, 범행 장소였던 펜션의 주인과 통화한 내용이었다. 여기에는 고유정이 곁에 있던 아들에게 “엄마 물감놀이 하고 왔어”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담겼다. 

이 말이 나온 통화 시각은 당일 오후 9시50분. 범행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시각은 오후 8시10분~9시50분이다. 흉기를 이용한 강씨 살해를 ‘물감놀이’로 표현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또 다른 음성파일에선 당일 오후 10시50분 고유정이 “먼저 자고 있어요. 엄마 청소하고 올게용”이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목소리는 태연하고 밝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청소’란 단어가 고유정이 살해 흔적을 지우는 작업을 뜻한다고 봤다. 해당 음성이 재생됐을 때 방청석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검찰은 그 밖에도 범행일 전에 고유정이 펜션 주인과 주고받은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고유정은 펜션 예약 날짜를 묻는 주인에게 “저희 가족만 쓸 수 있는 거죠?”라고 물었다. 또 “주인분이나 사장님들이 왔다 갔다 하시는 그런 건 아니에요?”라고 되물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 사전 확인을 거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날 검사는 고유정의 음성파일을 근거로 “성폭할 당할 뻔 했다는 피고인(고유정)이 이렇게 태연하게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앞서 고유정은 “강씨가 나를 성폭행하려 하자 칼로 1회 우발적으로 찔렀다”고 주장해왔다. 검사는 “범행 당일 고유정은 최소 15회 이상 피해자를 찌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우발적 범행이란 주장도 반박했다. 국과수 혈액분석 결과 다이닝룸에서 최소 9회, 주방에서 5회 등 수차례 공격했다는 것이다. 

고유정은 강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훼손한 혐의로 6월1일 충북 청주 자택에서 긴급 체포됐다. 제주지검은 7월1일 고유정을 구속한 채 재판에 넘겼다. 1심 판결은 11월18일 오후 2시 제주지법에서 나온다. 한편 검찰은 고유정이 3월2일 청주 자택에서 의붓아들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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