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추락] 대선만 바라보는 트럼프의 좌충우돌
  • 김원식 국제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6.09 14:00
  • 호수 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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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결집 위해 ‘중국 때리기’ 이어 ‘미국 내부 때리기’ 나서

“그의 손가락은 중국을 향해 있어도 그의 눈은 항상 자신의 지지자만 보고 있다.”

미국 유력 매체의 한 백악관 출입기자가 지난 5월 연일 중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꼬면서 던진 말이다.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는 지난해까지는 그 대상이 미·중 무역전쟁을 매개체로 했다면, 지금은 그 대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트럼프의 현재 상황은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것과 같은 신세다.

전 세계를 충격과 공황 상태에 빠뜨린 코로나19 발생 전만 하더라도 트럼프는 점차 낮아지는 실업률과 일자리 창출로 인해 재선 가도가 밝은 편이었다. 그의 중국 때리기도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정도였다. 하지만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확산 사태는 그에게도 앞길을 막아버릴 정도로 큰 타격을 줬다. 리얼리티쇼 진행자 출신의 동물적 감각을 가진 트럼프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그나마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듯했다. 거의 매일 코로나19 브리핑을 명분으로 자신이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할 정도였다.

열정적인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지도자의 모습으로 초기에는 다소 지지율이 올라가는 듯했지만, 그러나 이도 오래가지 못했다. 살균제 인체 투입 검토 등 황당한 트럼프의 발언으로 그의 ‘돌팔이 약장수 쇼’가 거의 끝이 나고 말았다. 최근에는 전문가들이 부작용을 경고한 말라리아 치료제까지 자신이 복용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확산 파문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그의 약발은 이미 떨어진 상태였다.

5월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시위대가 ‘트럼프는 테러리스트’란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REUTERS
5월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시위대가 ‘트럼프는 테러리스트’란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REUTERS

설상가상, 미 전역으로 항의 시위 확산

약발이 떨어진 트럼프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몰두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중국 때리기’다. 이른바 ‘중국 바이러스’ ‘우한 바이러스’라는 그의 표현처럼 코로나19 발생의 원천적인 책임이 중국에 있으며 중국이 이를 은폐했다고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중국 편을 든다는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를 향해 자금 지원 중단과 절교를 선언한 것도 같은 이유다. 그나마 이 약발은 무역전쟁처럼 그 공격 목표가 미국 외부라 내부 분열 없이 어느 정도 먹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역시 동전의 양면과 같은 위험성이 깔려 있다. 무역전쟁처럼 미·중 간의 싸움이 끝까지 갈 경우 미국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최근 트럼프가 중국 정부의 홍콩 보안법을 계기로 더욱 중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등 제재 카드를 꺼내들고 있지만, 막상 실제로 이를 사용할 경우 홍콩에 기반을 둔 미국 기업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중국 때리기에 몰두하면서도 항상 말로만 경고장을 날리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얽히고설킨 세계경제 속에서 미·중 간의 전면전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나 피해로만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트럼프 앞길에 설상가상으로 최근 발생한 미국의 시위 사태는 그의 발등에 더욱 뜨거운 불덩이를 던지고 말았다.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이 사망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 사태가 방화와 약탈까지 발생하며 일주일 넘게 미 전역을 뒤덮고 있다. 인종차별이라는 미국 깊숙이 내재된 고름이 분출하면서 코로나19 조기 봉쇄 해제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노리던 트럼프의 앞길이 또 막히고 말았다. 코로나19에서 비롯된 ‘록다운’ 사태가 해제될 기미도 없이 다시 극렬한 시위 사태에 막히고 만 셈이다. 그가 연방 정규군 투입이라는 초강수 카드까지 내밀며 시위 사태 강경 진압에 나서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집토끼와 산토끼를 다 잡을 수도 없고, 집토끼마저도 놓치게 된 마당에 분열주의자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강경 대응에 나서 집안 단속을 하겠다는 속내다. 트럼프가 연일 시위대를 향해 ‘폭도’ ‘급진 좌파’ 등 색깔 공세까지 넣은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공격하는 이유에 대해 불안 조성이 오히려 재선 전략에는 더 효과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위가 격화되고 방화나 약탈 등 폭력 시위가 난무해 자신이 이를 강경 진압하는 것이 지지층은 물론 안정을 바라는 보수층에도 손길을 내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상처뿐인 영광’이 될지 ‘분열만 남은 처절한 패배’로 끝날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의 한 선거분석가는 최근 미국 대선 상황에 관해 “트럼프가 궁지에 몰리면서 그의 불안과 초조한 심리가 그를 더욱 옭아매고 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추락한 그가 이를 만회하고자 ‘중국 때리기’에 이어 이제는 시위 사태 강경 진압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내부 때리기’에도 골몰한다는 것이다. 한때 막상막하를 달렸던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지지율 싸움도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10%포인트나 뒤처지고 있다.

상황이 불리해질수록 자신의 골수 지지층에만 눈을 돌리는 트럼프의 선거 전략이 이제 거의 ‘막판 도박’을 향해 몰려가는 분위기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까지는 장기화가 불가피한 코로나19 사태보다도 현재 미 전역을 휩쓰는 시위 사태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가 일차적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중국 때리기’도 한동안 약발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 자신이 시위 사태 강경 진압을 예고하면서 홍콩 시위 사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강경 진압을 비난하기도 멋쩍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3월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디트로이트의 르네상스고등학교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유세 도중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
3월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디트로이트의 르네상스고등학교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유세 도중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

미국, 트럼프 위기 넘어 절체절명의 고비

그러나 또 다른 한 선거분석가는 미 전역을 휩쓰는 이번 시위 사태가 꼭 트럼프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어차피 매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표는 거의 반반으로 갈려 결론이 난 상황에서 오히려 사태가 악화하는 것이 보수층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트럼프가 득을 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협상에서 최대한 불안을 조성해야 결국 막판에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트럼프식 비즈니스 전략과도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가 폭력 시위를 명분으로 강경 진압의 무리수와 유혹에 점점 빠져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트럼프의 초강경 무리수가 ‘상처뿐인 영광’을 넘어 미국 사회를 완전히 분열과 파멸로 몰고 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 질서에서 미국의 원톱 위상이 흔들리는 마당에 아예 미국이 내부적으로도 회복하지 못할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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