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앞날이 캄캄한 북한 경제
  •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6 12:00
  • 호수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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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대중 무역량 급감…상황 나아질 기미 전혀 안 보여

북한이 코로나19 유입을 막기 위해 북·중 국경을 폐쇄한 지가 다섯 달 가까이 지나고 있다. 북한 대외무역의 95%를 차지하는 중국과의 무역이 중단되면서 외화난과 식량난이 심화되고, 물가 상승으로 인한 주민들의 생활고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 주민 1000만 명 이상이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하고 있고, 봄철 춘궁기를 맞아 북한 농촌지역에서 최근 식량이 떨어지는 절량농가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도 또한 과장은 아닌 듯하다. 북·중 무역의 대폭 감소는 북한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 1월부터 북한은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데, 1월과 2월을 보면 무역 총액은 2억807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감소율이 30%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3월 이후 대중(對中) 무역 총액은 1865만 달러에 그쳐 지난해에 비해 91.3%나 대폭 감소했다. 4월도 90% 감소한 2400만 달러에 머물렀다. 다만 주목되는 것은 4월 접어들어 무역 총액이 약간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62만 달러에서 220만 달러로, 대중 수입액은 1803만 달러에서 2180만 달러로 각각 증가했다. 중국 측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하면서 북·중 교역이 약간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4월22일 개학한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들이 등굣길에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AP 연합
4월22일 개학한 평양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들이 등굣길에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AP 연합

외화 확보 위해 여러 대책 강구 중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북·중 무역의 예년 수준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북한 경제를 지탱해 온 중국과의 무역이 침체되면서 현재는 물론 미래의 경제 전망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긴급물자로 요청한 물품만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6월부터는 물자 수출입이 재개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렇지만 중국 동북3성이 지금도 코로나 감염 문제 탓에 계속 통제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비료·건설자재 등 필수 물자를 수입하는 국가무역 외에 개인의 밀무역을 차단하고 있어 인민 생활품을 포함해 비료·의약품 부족 사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에서 옥수수와 이를 가공한 식품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자연재해로 인한 농업생산의 저하 및 제재와 코로나 확산에 따른 경제 봉쇄로 시장 형편이 악화하면서 주민들의 소득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주민들은 비싼 쌀을 구매하지 않고 옥수수와 같은 저렴한 식품을 찾고 있는 것이다. 경제난 등으로 구매력이 떨어진 주민들이 배 이상 비싼 쌀 대신 옥수수를 선택하는 현상이 늘어난 것이다.

국경을 통제한 이후 특히 의약품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병·고혈압 등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자들이 불안감을 느낄 정도라고 한다. 장마당에서 약품을 구하기 더 힘들어진 것이다. 또한 주민 수요가 높은 양말과 신발 등의 생산이 현재 주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지방의 경공업 공장들은 자재 부족으로 생산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외화난도 가중되고 있다. 당장 주요 외화 수입원인 중국인 관광이 중단된 지 오래고, 중국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의 숫자도 줄어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기업들도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북한 근로자들에게 임금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발주한 임가공 물량도 끊기면서 북한 내 의류공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주문을 받아놓고 코로나19로 국경이 폐쇄되면서 완제품을 처분하지 못하고 가공비용도 받지 못한 북한 공장이 한두 곳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 수출, 관광, 임가공, 근로자 임금 등이 주요 외화 수입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외화 사정이 크게 나빠졌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는 정황들이다.

외화 공급이 줄어들면서 환율의 변동성도 높아지고 있다. 며칠 사이에 환율이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일이 다반사여서 돈 장사꾼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5월5일 하루 동안 평성에서는 1달러가 북한 돈 8150원으로 시작해 8500원까지 올라가다가 갑자기 7500원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북한 당국은 외화 확보를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 중이다. 주민들이 보유한 외화를 흡수하기 위해 지난 4월20일 인민공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중국에 있는 일부 북한 식당들은 중국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유흥주점 형태로 전환해 장사를 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건설산업, 관광 중심에서 보건 중심으로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올해는 당 창건 75주년(10월10일)이 되는 해라 경제건설 목표는 높게 설정해 놓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자금과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염병으로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집중하면서 최대 역점 사업인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완공도 늦어지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자력갱생을 더욱 강조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고인민회의 등을 열어 정세가 좋아지기를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 건설의 전진도상에 가로놓인 난관을 오직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돌파해 나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또한 절약운동과 재활용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중요 건설 강조점이 기존 삼지연과 원산갈마 등 관광단지 건설에서 보건 분야(평양종합병원 건설), 에너지 절약 분야(김책제철소 산소분리기 설치 등)로 옮겨졌다. 코로나19의 장기화 예상으로 앞으로 상당 기간 관광 수요가 낮을 것으로 예상해 보건 및 자원절약 관련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외화 확보를 위해 내각이 국가의 자원과 자금원천을 전반적으로 장악하고 나라의 경제를 통일적으로 관리 운영할 수 있는 자금력, 집행력을 확보하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 북한 매체들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 공식 발표들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를 근거로 판단해 보면 국방건설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데 반해, 경제건설 목표 달성은 내각 사업에서 심중한 결함들이 나타나면서 그렇지 못하다는 조바심이 읽힌다.

김정은 위원장의 어깨에는 당장 코로나 팬데믹 사태의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방역체계를 강화하면서도 보건의료 분야 발전을 도모하고, 나아가 경제건설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하는 무거운 짐이 실려 있다. 북·미 관계의 장기간 교착과 최근의 남북관계 단절 상황 등과 함께 북한 내부 경제의 어려움들이 겹치면서 김 위원장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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