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아동 학대 “이대론 안된다”
  • 부산경남취재본부 박치현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6.2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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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아동학대 3년 만에 두 배 증가
아동학대 범죄 예방을 위해 강력한 처벌 필요

울산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한 아이가 선생님이 때렸다고 울먹이며 부모에게 말했다. 엄마는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를 보고 소름이 돋았다. 보육교사가 아이의 팔을 잡아끌고 가고, 팔을 잡은 채로 아동 스스로 머리를 때리도록 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한 원생은 교사 다리 사이에 끼인 채로 20여분 동안 앉아 옴짝달싹 못하거나, 다른 아동은 낮잠을 자지 않다는 이유로 벽에 붙어 서 있어야 했다. 보육교사들의 이러한 아동학대 영상은 확실한 증거가 돼 검찰에 넘겨졌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보육교사 등 2명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원장이 검찰에 송치했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보육교사 등 2명과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원장이 검찰에 송치했다.

울산중부경찰서는 24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보육교사 A씨 등 2명을 일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어린이집 원장도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부모와 교사들의 주장이 배치되고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학대 여부를 달리 하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사회통념상 위반되는 사항 일부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피해 학부모들은 최근 열린 어린이집 간담회에서 학대를 당한 피해 아동이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울산 중구청에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2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A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어린이집 만1세반 영유아 5명을 신체적·정신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 원장은 지난 19일 원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A씨 등 교사 2명도 지난 2월 경찰수사가 시작되자 일을 그만 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지역 아동학대 3년 만에 2배 증가

경찰에 접수된 울산지역 아동학대 건수가 2016년 이후 3년 만에 2배로 증가했다. 미래통합당 강기윤 의원이 경찰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울산지역에서 최근 4년여 동안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검거된 건수가 768건에 달한다. △2016년 115건 △2017년 159건 △2018년 189건 △2019년 230건 △2020년 5월 기준 75건 등이다.

특히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검거 건수가 꾸준히 증가해 3년 만에 두 배 증가했다. 이는 전국 아동학대 건수 증가율인 51.8%보다 훨씬 가파른 추세다. 문제는 실제 아동학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강기윤 의원은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는 환경적 특성상 단 기간 내에 포착될 수 없다"며 "경찰이 아동보호전문기관, 지자체 등과 합동으로 아동학대 우려 가정을 별도로 사례 관리해 연중 집중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아동학대의 예방을 위해 내달부터 위기아동 조기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또 경찰과 합동점검팀을 구성해 재학대 발견 특별 수사기간도 운영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우선 오는 7월 1일부터 아동학대 위기아동을 선제적으로 발견·보호하기 위해 집중 점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고득영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은 "학대 위기아동을 파악하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이번 점검을 통해 다시 한번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주변에 학대받는 아동이 없는지 관심 가져 주시고 이를 발견할 경우 경찰에 적극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울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아동학대 대부분이 집 안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가해자가 부모 등 친권자인 경우가 많아 외부인의 신고나 피해 아동 스스로의 신고로 이어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울산 계모 사건 이후 아동학대 신고 증가 

아동학대 신고는 2013년 '울산 계모 사건' 등을 계기로 2014년 1월28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증가했다. 이 사건은 계모 박씨가 2013년 10월 당시 7세 의붓딸이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집에서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이다. 계모 박씨는 2014년 10월 부산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살인죄로 징역 18년을 선고 받았으며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계모 박씨가 2014년 10월 부산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살인죄로 징역 18년을 선고 받았다 ⓒ울산지방경찰청
계모 박씨가 2014년 10월 부산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살인죄로 징역 18년을 선고 받았다 ⓒ울산지방경찰청

친부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숨진 이양이 계모로부터 수년간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당해 보호와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냥 내버려 둔 것은 기본적 보호·양육 등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에 해당한다"며 징역4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처벌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범죄 예방을 위해선 강력한 처벌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강력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치료적 접근은 물론, 피해자에 대한 체계적 지원대책 또한 동반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범죄를 처벌하는 기본법인 아동복지법은 2000년, 2006년, 2017년 등 세 차례에 걸쳐 개정됐으며 매번 처벌이 강화됐다. 성학대의 경우, 법 제정 당시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이었지만 2000년 개정 때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된 데 이어 2006년에 5000만원, 2017년에 1억원으로 벌금 상한선이 꾸준히 높아졌다. 

하지만 처벌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 받은 비율은 2018년 기준 각각 46.5%, 27%에 달한다. 반면 실형을 선고 받은 비율은 13.6%에 그쳤다. 2013년 울산 계모 사건, 칠곡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계기로 처벌규정이 한층 강화된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아동학대 특례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2018년 기준 집행유예, 벌금 선고 비율은 각각 41.7%, 25.8%인 반면, 실형 선고 비율은 11.5%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는 동심을 멍들게 하고 사회에 미칠 파장을 고려할 때 보다 강도 높은 처벌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만 강력과 처벌과 함께 형벌의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권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팀장은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가벼우면 재범위험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제력을 가진 부모 중 한 사람이 구속되면 남은 아이를 책임질 사람이 없어 사법부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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