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에 ‘핵시트’까지 더해진 영국의 고민
  • 방승민 영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7.11 17:00
  • 호수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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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보안법으로 중국과 본격 갈등…경제적 득실 놓고 계산기 두드리기 분주

7월1일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 속에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자치정부의 동의 없이 홍콩보안법 도입을 강행했다. 이에 대해 영국 외무부 장관 도미니크 라브는 중국의 이와 같은 행보에 대해 “명백한 폭력행위”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한 영국은 사전에 경고한 바와 같이 중국 정부가 보안법을 시행한 다음 날인 7월2일 이민국의 공식 발표를 통해 잠정적으로 300만 명에 달하는 재외영국시민(BNO·British National Overseas) 자격을 갖춘 모든 홍콩 시민들에게 이민을 허용하고 영국 시민권까지 획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영국뿐만 아니라 호주·미국·대만 등도 홍콩 시민들에게 이민 빗장을 풀고 이들을 수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경제경영연구소는 향후 5년간 100만 명의 홍콩 시민들이 꾸준히 영국으로 이주해 정착할 경우, 영국 GDP가 400억 파운드(약 59조990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홍콩의 경우 높은 생산량을 보이는 금융·보험업 종사자가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7.6%를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이 영국으로 이주해 홍콩 금융시장을 영국으로 가져올 경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홍콩 시민들의 이주는 2016년 브렉시트 투표 이후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영국 경제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는 ‘소생책’이 될 것으로 보는 반면, 중국에는 경제적·사회적으로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비공식적으로 홍콩 부호들의 자금 해외 이동 및 해외 이주 움직임이 보고되면서 이와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청년들과 1997년 영국의 홍콩 반환 이후에 태어나 BNO 자격을 갖추지 못한 홍콩의 10~20대 청년들은 적극적으로 민주화 시위에 참여하고 운동을 주도했음에도 영국 이민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현실적 및 경제적 여건으로 해외 이민을 선택할 수 없는 시민의 수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0월 홍콩 시민들이 영국 국기를 들고 반(反)중국 시위를 하고 있다. ⓒAP 연합
2019년 10월 홍콩 시민들이 영국 국기를 들고 반(反)중국 시위를 하고 있다. ⓒAP 연합

진행 중이던 對中 협력사업 전면 재검토

중국은 영국 경제에 적잖은 영향력을 가진다. 2019년 통계를 기준으로 영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 규모는 226억 파운드(약 33조8900억원)로 수출량이 5번째로 많은 국가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규모는 447억 파운드(약 67조원)로 4번째로 수입량이 많다. 또한 영국 내 5G 통신망 확대 사업의 핵심부품 제공업체로 화웨이가 선정되었고, 영국 내 핵발전소 건설사업에도 중국 국영기업이 깊게 관계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영국은 화웨이를 해당 사업에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미 갈등이 심화하던 2019년, 영국 정부는 미국의 만류에도 영국 내 5G 통신망 확대 사업에 중국 기업인 화웨이를 선택했다. 하지만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가운데,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의 국가사이버보안센터는 미국 지식재산 사용을 금지한 미국의 제재가 궁극적으로 화웨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주 화웨이를 ‘적대국 사업체’로 묘사하면서 보안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영국 정부는 현재 5G 통신망 사업 이외에도 기존에 사용 중이던 화웨이 장비들의 향방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영국과 중국이 긴밀한 관계를 맺고 진행해 오던 영국 내 핵발전소 사업도 위기에 봉착했다. 알록 샤르마 기업부 장관은 7월7일 오전 BBC 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영국은 화웨이를 비롯해 영국 내 중국의 모든 투자 사항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광핵집단(CGN·China General Nuclear Power)은 영국 서부에 건설 중인 힌클리 포인트 발전소 건설사의 주식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다. 또한 향후 서포크 지역에 건설될 시즈웰 발전소 지분 20%의 추가 취득도 가능한 상태다. 로이터는 핵발전소 사업에 대해 영국은 발전소 건설 비용을 선불로 내지 않고 중국의 발전소 설계를 사용할 수 있으며, 중국도 영국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할 경우 이를 토대로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어 양국 모두 이익을 취할 수 있지만, 최근 영국과 중국 관계에 적신호가 켜져 이 사업의 향방도 불투명해졌다고 예상했다.

 

중국의 향후 보복 카드 둘러싼 긴장감도

영국의 친중 외교는 2010년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집권 시기부터 유지됐다. 이후 테리사 메이 전 총리 집권기에 보수당의 친중 행보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으나 이내 존슨 총리가 당선되며 기존의 친중 노선을 재개했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가 장기화되었을 때도 영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사건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회피하고 개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영국은 올해 초 중국이 홍콩보안법 도입 강행 의사를 보이자 홍콩 시민들의 영국 이주를 언급하고 영국 내 중국 사업 재검토를 시사하며 중국과 직접 대립하기 시작했다. 7월1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영국은 홍콩보안법 도입을 비롯해 중국의 인권 탄압적 행위에 대한 규탄 성명을 대표로 발표하며 그간의 친중 행보에 막을 내렸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주영 중국대사 류샤오밍의 공식 성명을 통해 “영국은 홍콩을 빌미로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즉시 멈춰야 한다”고 경고하고, 홍콩 시민은 재외 영국 시민이기 이전에 중국 국민임을 밝혔다. 동시에 1997년 홍콩 반환 당시 영국은 홍콩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에게 영국 거주권을 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에 영국의 BNO를 토대로 한 이민 허용은 명백한 홍콩반환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류샤오밍 대사는 “영국이 화웨이를 5G 통신망 사업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영국은 중국 사업체들에 매우 부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게 될 것이며, 반드시 이에 상응하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의 라브 외무부 장관은 류샤오밍 대사의 발언에 맞서 “중국이 홍콩의 자유와 주권을 침해한 행보는 국제적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간주돼 국제사회에서 신임을 잃게 되는 결과를 자초했다”고 반박하며, 홍콩 시민 수용과 화웨이 배제 결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홍콩 이민자 수용, 영국 내 화웨이 사업 배제, 영-중 합작 핵발전소 시설 개발 재검토 등 영국은 중국에 제재를 가해 옥죌 카드를 연일 공개하고 있으며, 또 다른 카드들도 언제든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에 대해 중국이 향후 어떤 보복 카드를 내놓을지 영국 사회 또한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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