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도시공사, 신탁개발 자문내용 부풀린 의혹
  • 인천취재본부 이정용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07.1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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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신탁사 “한 번 만나본 게 끝…공식입장 아니다”
인천도시공사 “담당자가 거짓말했다면 책임져야”
미래금 “공기업의 농간…이승우 사장, 입장 내놔야”

인천도시공사가 송도국제도시 E4블록의 레지던스호텔에 대한 신탁개발 자문 내용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인천도시공사는 ‘A신탁회사로부터 신탁개발이 가능하며 분양관리신탁이 적합한 신탁개발방법으로 사료된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A신탁회사는 공식적으로 이런 내용을 자문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도시공사가 2016년 3월7일과 2017년 6월13일에 A신탁회사를 통해 E4블록 레지던스호텔 부분의 신탁개발이 가능하다는 자문결과를 담아 미래금에 보낸 공문. 이승우 인천도시공사 사장이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시절에 전결 처리한 것으로 표시돼 있다.

“인천도시공사와 한 차례 만난 게 전부”

9일 시사저널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인천도시공사는 2016년 3월2일 A신탁회사로부터 ‘현재의 사업구조, 계약조건, 제반여건 등을 검토한 결과, 신탁개발이 가능하며 분양관리신탁이 적합한 신탁개발방법으로 사료된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천도시공사는 2016년 3월7일 ㈜미래금에 “신탁개발 가능 여부를 ‘A신탁’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신탁개발이 가능하다는 최종 결과를 통보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발송했다. 인천도시공사는 2017년 6월13일에도 이런 내용이 담긴 공문을 미래금에 전달했다.

이들 공문의 최종 결재권자는 현재 이승우 인천도시공사 사장이다. 이 사장은 당시 사업개발본부장으로 2개의 공문을 모두 전결로 처리했다. 전결은 기관장을 대신해 결재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A신탁회사는 인천도시공사의 주장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A신탁회사 관계자는 “인천도시공사에서 신탁개발에 대한 문의가 있어서 딱 한 차례 만나서 회의를 한 적이 있다”면서 “당시 일반적으로 (토지)지분등기도 신탁이 가능하니깐 검토해보겠다는 정도로 답변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검토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신탁개발방식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따로 의견서를 제출하지도 않았고, 우리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A신탁회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분양관리신탁을 하려면 건물이 올라간 토지 소유권과  건축주가 신탁사로 넘어와야 한다”며 “신탁업무용역을 협의할 때 토지가 신탁이 가능한지 따져보는데, 그게 넘어오지 않는다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이에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당시 A신탁회사 관계자 3명과 회의를 진행해 신탁개발이 가능하고 분양관리신탁이 적절하다는 기록이 남겨져 있다”며 “녹음된 회의록은 없지만, 담당자들이 거짓말을 했다면 책임져야할 일이 된다”이라고 말했다.

미래금과 A신탁회사 관계자들의 대화 녹취록 중 일부분.

미래금 “레지던스호텔 빼앗으려는 꼼수”

앞서 인천도시공사는 2013년 3월11일 미래금과 E4블록 레지던스호텔 부분의 토지와 건물을 178억4200만원(부가세별도)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레지던스호텔 부분의 건축 공정률은 23% 수준이었다.

인천도시공사는 매매계약서 특약사항에 ‘신탁회사에게 매각대상 재산을 신탁하여 개발하고’라는 대목을 명시해 놓았다. 또 ‘매각대상 재산의 개발을 위한 PF 대주단을 1순위 우선수익권자로 지정하고, 인천도시공사를 2순위 수익권자로 지정’하도록 했다.

미래금은 2015년 10월27일 처음으로 레지던스호텔 매매 잔금을 지급할 테니, 잔금 납부와 동시에 토지 지분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2017년 12월27일까지 10차례 이상 잔금을 납부하겠다는 공문을 인천도시공사에 발송했다.

또 신탁개발을 통한 분양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외국인 투자유치 등 제3자 매각과 처분신탁, 담보신탁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미래금은 인천도시공사에 100억원의 대출승인장과 127억원 상당의 은행계좌 잔액 내역을 첨부한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천도시공사는 이런 미래금의 제안에 대해 ‘매매계약서 특약사항 등에 위반(저촉)된다’며 거절하다가 2018년 1월2일 미래금과 체결한 레지던스호텔 매매계약을 해지했다. 계약금 17억8420만원도 몰취했다. 

과거에 인천도시공사에서 레지던스호텔 매매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은 “인천도시공사가 계약서 문구에 매몰돼 갈지(之) 행보를 하다가 길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미래금 관계자는 “인천도시공사가 터무니없는 내용을 공문에 담아 놓는 꼼수로 레지던스호텔 매매계약을 해지시킨 셈이다”며 “인천도시공사가 민간 사업자를 농간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승우 사장이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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