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라임 로비 의혹’ 재향군인회 정조준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07.21 14:00
  • 호수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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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회 매각 관련 향군-매각 주간사 압수수색…로비 실체 밝혀질까

‘라임자산운용펀드 사태’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향군이 상조회를 ‘향군상조 인수 컨소시엄(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김진호 회장을 비롯한 향군 수뇌부가 컨소시엄의 전주(錢主)로 지목된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과 결탁해 졸속 매각을 진행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검찰은 상조회 매각 주간사였던 A법무법인도 압수수색했다. 이는 검찰이 상조회 매각 과정 전반을 살펴보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김봉현 회장은 이미 정권 실세들을 상대로 억대의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대 안보단체인 향군 역시 로비 의혹을 받으면서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외우내환으로 힘이 빠질 대로 빠진 검찰이 로비 실체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재향군인회상조회 직원들이 2019년 11월21일 국가보훈처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재향군인회의 상조회 매각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뉴스1
재향군인회상조회 직원들이 2019년 11월21일 국가보훈처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재향군인회의 상조회 매각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 ⓒ뉴스1

김봉현 회장 측 녹취 파일, “로비가 된 거예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조상원 부장검사)는 지난 7월15일 향군 경영 총장실과 A법무법인을 압수수색했다.

김봉현 회장 등은 라임펀드 자금을 동원해 지난 1월, 320억원에 향군상조회를 사들였다. 이후 2개월 만에 ‘3년 전매 제한’을 어기고 보람상조에 380억원을 받고 상조회를 되팔았다. 이 과정에서 378억원을 횡령하고 계약금 25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김봉현 회장, 장아무개 전 상조회 부회장, 박아무개 전 상조회 부사장 등이 구속기소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향군정상화추진위원회는 지난 4월 “라임 사태 관련자들이 로비 명목으로 향군에 큰돈을 썼다는 취지의 녹음파일이 공개됐는데, 향군 집행부는 라임 자회사(컨소시엄)를 대상으로 상조회 매각을 졸속으로 추진했다. 이는 김봉현 회장 측과 김진호 회장이 결탁한 결과”라면서 김진호 회장 등을 업무상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봉현 회장 측 녹음파일에는 “이 회장(김봉현 회장)이 로비를 되게 잘하거든요. 정말 로비할 때 어마무시하게 써요, 돈을. 여기(향군 상조회 매각)를 한 거예요. 로비가 된 거예요”라는 내용이 나온다.

실제로 향군 상조회 매각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제기됐다. 상조회 매각을 심의한 향군 복지사업심의위원회(복심위)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향군이 절차를 무시한 채 매각을 강행했다”면서 “절차를 따랐다면 컨소시엄에 상조회가 매각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즉, 복심위가 선결 조건을 제시하고 ‘조건부 매각’을 승인했지만, 이 조건이 이행되지 않은 채 매각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컨소시엄은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로 안정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았다. 복심위는 부결 의견을 제시하며 “상장사의 출자 비중을 높이라”고 주문했다. 컨소시엄은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복심위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선심성 약속이라고 봤고 실제로도 유상증자는 없었다.

신협과 맺은 지급보증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채 상조회 매각이 진행됐다. 상조회는 신협과 상조업무 제휴계약을 맺었는데, 문제가 생길 경우 향군은 신협에 지급보증을 약속했다. 신협은 상조회 매각을 막기 위해 향군상조회 주식매각절차중지 가처분 신청까지 했으나 기각됐다. 그러나 신협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다시 지급보증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향군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한 신협이 계약을 해지할 경우, 상조회는 엄청난 피해를 떠안게 된다. 상조회 고객 30여만 명 중 약 20만 명이 신협 회원이다. 향군 내부자료에 따르면, 향군은 이에 따른 피해액을 “상조회원 이탈로 최대 800억원 즉시 비용지출 가능” “직접적·간접적 손실(기망행위 추가)은 범위 추정불가” 등으로 추산했다. 심지어 “(상조회) 매각 진행 시 회사 정상운영 불가”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이에 아랑곳없이 매각은 강행됐다.

 

향군, 노조에 5억원 주며 "법적 문제 제기하지 마라"

이런 와중에 향군은 컨소시엄을 대신해 상조회 노조에 5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컨소시엄은 인수 조건으로 ‘노조발전기금 5억원’을 약속했는데, 이는 이행되지 않았다. 대신 향군이 ‘위로금’ 명목으로 노조에 5억원을 전달했는데, 이 역시 다른 목적이 있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향군은 노조 측에 “상조회 매각과 관련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이면 합의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조회 매각 주간사였던 A법무법인도 의혹의 중심에 있다. 김봉현 회장 측 녹취파일에는 “내일 (우선협상대상자를) 따낼 거예요”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 말 그대로 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부터 김봉현 회장 측의 로비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즉, 향군 상조회 매각이 처음부터 김봉현 회장-향군 수뇌부-A법무법인의 커넥션에 의해 좌지우지됐다는 의혹에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A법무법인은 향군으로부터 8억여원의 보수를 받았는데, 이 역시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향군 측은 “검찰이 상조회 매각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없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면서도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 주간사로 A법무법인을 선정했고, (상조회 매각도) 공개경쟁 매각으로 추진했다.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A법무법인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봉현 회장 로비 의혹은 향군을 넘어 정권 실세를 향하고 있다. 김봉현 회장에게 정권 실세를 소개해 준 것으로 지목된 이강세 스타모빌리티 대표는 이미 구속됐다. 더불어민주당 서울 지역 재선 의원 B씨, 지난 총선에서 영남 지역에 출마했다 낙선한 중진 C씨, 경기 지역 재선 의원 D씨,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 E씨 등이 로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현직 청와대 고위 관계자 F씨의 경우, 김봉현 회장 측근을 통해 “이강세 대표가 ‘F씨에게 로비하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김봉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가져갔다”는 진술이 나왔다. 그러나 검찰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권 실세에 대한 수사로 인해 정부·여당으로부터 ‘적폐’로 낙인찍힌 데다, 최근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치명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더 이상 정권 실세에 대한 수사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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