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받는 ‘검언유착’ 수사…치명상 입은 윤석열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7.1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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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재 전 기자 구속…“혐의 의심할만한 상당한 자료 있다”
수사팀, 공범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 소환 예정
24일 수사심의위 결과도 촉각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 연합뉴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 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출발점이자 핵심 피의자인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가 구속됐다. 최측근이 연루된 이번 사건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불러 온 윤석열 검찰총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강요미수 혐의 적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윤 총장은 이 전 기자의 구속으로 흔들리던 리더십에 또 한번 타격을 받게 됐다.  

공범으로 지목된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에 대한 수사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검찰 내부의 견제와 논란에서 한층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강요미수 혐의' 수사팀 주장 받아들인 법원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언유착 의혹 수사는 적용 혐의를 두고 초기부터 검찰 내부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철(55)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상대로 한 이 전 기자의 취재 행위를 강요미수죄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과 충분히 인정된다는 의견이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자는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을 제보하지 않으면 가족에 대한 수사 등 형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이 전 대표를 협박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팀은 이 기자가 여권 인사의 비리를 캐내기 위해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과 협박을 공모했다고 의심한다. 이 전 대표의 대리인 지모(55) 씨 역시 일관되게 공모 관계라고 주장했다.

형법상 강요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 성립한다. 강요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도 처벌하도록 강요미수죄가 규정돼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강요미수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 겁을 먹게 할 만한 해악의 고지'가 있어야 한다.

법원은 전날 이 기자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강요미수 혐의와 관련해 협박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증거를 인멸해 수사를 방해할 우려가 크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기자는 지난 2월14일부터 3월10일까지 수감 중인 이 전 대표에게 다섯 차례 편지를 보내고, 지씨를 지난 2~3월 기간동안 세 차례 만나 유 이사장의 비리를 캐내려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시사저널 박은숙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시사저널 박은숙

험난했던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지난달 증거인멸 등을 이유로 이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대검에 보고했다. 하지만 대검은 강요미수로 보기 어렵다며 보완 수사를 지시했다. 대검과 수사팀 간 갈등 속에서 윤 총장은 이례적으로 피의자인 이 전 기자 측 진정을 받아들여 전문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수사팀이 반발하며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성을 요구하면서 내부 갈등은 정점으로 치달았다.

수사팀장인 정진웅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치우침 없이 수사하고 있다"며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반면 박영진 대검 형사1과장은 대검의 지휘 요청에 수사팀이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꼬여가던 상황을 더 지켜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추 장관은 전문자문단 절차 중단과 수사팀의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일주일 후 결국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시 내용을 사실상 수용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후 수사팀은 대검의 지휘를 받지 않은 채 수사를 진행했다.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도 대검에 보고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청구했고 결국 법원의 영장 발부를 이끌어냈다. 

한동훈 수사 속도…수사심의위 결과에 촉각 

이 전 기자의 신병을 확보한 수사팀은 이번 주말 그를 추가 소환해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오는 24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전에 한 검사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 할 전망이다.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계속 여부와 기소가 타당한지 외부 전문가가 판단하는 수사심의위는 이론적으로는 권고적 효력만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여론의 관심이 집중된 경우엔 수사심의위 결과가 검찰 수사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 법원이 이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언급했던 혐의 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수사심의위에서 공개될 수도 있다.

수사심의위원들은 법원이 영장 발부 사유로 밝힌 "실체적 진실 발견에 나아가,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 기자에 대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참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심의위가 이 기자 등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면, 수사팀은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받게 된다. 동시에 이번 수사에서 자충수를 둔 윤 총장은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만일 이와 반대의 결론이 나오면 수사팀은 수사 방향과 이 전 기자 및 한 검사장의 신병 처리 여부를 놓고 또 다시 깊은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대검은 24일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40분까지 수사심의위 절차를 진행한다. 오후 6시부터 숙의 및 표결 절차를 거쳐 오후 늦게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검언유착 의혹에 연루된 주요 피의자와 관계자들이 출석해 직접 이번 사건에 대한 의견을 진술할 계획이다. 

법무부 직접 감찰 대상이 된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 한동훈 검사장(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 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한동훈 검사장(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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