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다시 불붙는 ‘행정수도 이전론’…가능성은?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07.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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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중진들 일제히 ‘이전 재추진’ 주장
16년 전 헌재 ‘관습헌법’ 이유로 위헌 판단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국회와 청와대 및 정부 부처를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행정수도 이전론’이 나오고 있다. 16년 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나온 이후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당시 헌재는 ‘관습헌법’이라는 이유로 위헌 판단을 내렸지만 최근에는 헌재의 판단을 다시 구하는 방안까지 제시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론의 시작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였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며,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민주당내 유력 주자들도 행정수도 이전론을 뒷받침했다. 당권주자인 이낙연 의원은 21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헌재가 행정수도 이전을 관습헌법에 위배된다는 초유의 논리로 막은 것이 16년 전”이라며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그것을 해결해 가는 방법으로 가는 길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여야 합의나 특별법을 만드는 방식 등을 거론하며 “헌재에 다시 의견을 묻는 방법이나, 언젠가는 개헌 논의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도 YTN 라디오에 출연해 행정수도 이전을 “적극 찬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헌재의 판결 핵심 내용은 국민의 뜻을 물어 다시 결정하라는 것”이라며 “서울은 그 자체로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도시가 됐으니 이제 국토가 균형 있게 발전하는걸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두관 의원 역시 CBS 라디오에 출연해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 의견을 밝히며 “개헌을 해야 되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하는데, 법류로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新)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당의 이같은 행정수도 이전 주장은 최근 수도권 집값 폭등으로 악화한 여론을 진정시키는 한편, 부동산 광풍을 잠재울 수단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년 전인 2004년 행정수도 이전 논의가 활발했을 당시에도 헌재 판결 전까지 수도권의 집값이 하락 조짐을 보인 바 있다. 이같은 효과를 노리고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16년 전 헌재가 이미 위헌 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재추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당시 헌재 전원재판부는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위헌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헌법상 명문의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선왕조 이래 600여년간 오랜 관습에 의해 형성된 관행이므로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수도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며 “헌법개정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 만큼 위헌”이라고 밝혔다.

1명의 소수의견이었던 전효숙 재판관은 “서울을 수도로 한 관습헌법의 변경이 반드시 헌법개정을 요하는 문제라고 할 수 없다”며 “행정수도 이전정책 역시 국민투표를 요하는 사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여당 관계자는 “당시에는 ‘관습헌법’이라는 이유로 위헌 판결이 났지만, 법 이론이나 현실적으로는 소수의견이 설득력이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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