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난이 홍콩을 대체한다고? 아직은 ‘시기상조’
  • 모종혁 중국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7.30 14:00
  • 호수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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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몽’ 실현 위해 하이난 섬 띄우기…성장에는 한계 분명

“하루에 많을 때는 10개 기업의 실무자가 찾아와 문의합니다.” 7월17일 중국 하이난(海南)성 싼야(三亞)의 야저우완(崖洲灣)과기성관리국 뤼차오(超) 처장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뤼 처장은 “‘하이난자유무역항 건설 총체방안’(이하 총체방안)이 발표된 이래 6월에만 137개 기업이 방문했다”면서 “이는 지난해 방문기업이 가장 많았던 3개월 동안과 맞먹는 수치”라고 밝혔다. 또한 “중량(中粮)그룹·초상국그룹·진마오(金茂)그룹 등 중국의 대표적인 국영기업이나 유수의 재벌기업이 먼저 찾아왔다”고 말했다.

6월1일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공동으로 총체방안을 발표했다. 총체방안은 중국 남부의 섬 하이난을 먼저 2025년까지 무역과 투자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자유무역항으로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2035년까지는 국내외 자금, 출국과 입경, 물류 등의 제한을 없애고, 2050년에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자유무역항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중장기 목표도 밝혔다. 즉 선전(深⃟) 등과 같은 기존의 경제특구나 자유무역시험구(FTZ)보다 훨씬 개방도가 높고 규제가 적은 특별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시진핑(習近平)의 의지가 담겨 있다.

총체방안이 발표된 뒤 하이난은 개발붐으로 들썩이고 있다. 쏟아지는 기업의 투자 문의로 부동산은 폭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월 들어서는 관광객들도 하이난으로 향하고 있다. 7월1일부터 하이난을 방문하는 여행객 1명당 연간 면세 쇼핑 한도를 기존의 3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약 1720만원)으로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면세 품목도 38종에서 45종으로늘어 휴대폰·태블릿PC·술 등이 새로 포함됐다. 그에 따라 7월1일부터 15일까지 하이난을 방문한 관광객의 면세 쇼핑액은 6571만 위안이었다. 이는 하루 평균 939만 위안으로, 올 상반기보다 58.2% 폭증했다.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성 싼야시의 해변 ⓒ모종혁 제공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성 싼야시의 해변 ⓒ모종혁 제공

자유무역항 건설 추진에 들썩이는 하이난

관광객은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휴양도시 싼야를 가장 많이 찾았다. 5월에는 노동절 연휴를 맞아 90만5000명이 싼야공항을 이용했다. 그런데 7월1일부터 15일까지는 59만6000명이 이용했다. 아직 중국은 휴가철이 시작되지 않았다. 본격적인 바캉스철인 7월 하순부터 싼야의 대다수 호텔은 예약이 만료된다. 이렇듯 하이난이 도약의 날개를 달자, 긴장하는 도시가 있다. 바로 홍콩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하이난의 현황을 전하면서 “일부 면세품 가격이 홍콩보다 더 싸서 홍콩 쇼핑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엇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전면에 나서 하이난을 육성하는 현실이 주목된다. 총체방안에는 “시 주석이 손수 계획하고 직접 밀어붙인 개혁개방의 중대 조치”라고 도입부에서 밝혔다. 따라서 일각에선 하이난자유무역항은 시 주석이 미국을 능가하는 초강대국을 만들겠다며 애착을 보이는 프로젝트이자, ‘중국몽(中國夢)’을 실현시키기 위한 행보 중 하나로 본다. 여기에는 중국 최고의 휴양지인 하이난을 육성해 중국인들이 해외에서 뿌리는 돈을 내수로 전환하려는 목적이 숨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힘든 현실도 금상첨화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하이난이 홍콩을 대신하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다수를 이룬다. 하이난은 개혁개방 초기부터 경제특구가 됐고, 2018년에는 FTZ로 지정됐다. 하지만 성장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지난해 말 인구는 944만 명에 불과하고, 1인당 GDP도 7971달러로 중국에서 하위권이다. 관광업 외에 변변한 산업이 없기 때문이다. 하이난을 경제무역 분야에서만 자유롭게 하겠다는 의도도 문제다. 6월8일 류츠구이(劉賜貴) 하이난성 당서기는 언론 브리핑에서 “국가 안보를 위협하거나 이념적으로 사회주의 제도를 파괴하려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中 정부 전폭적 지원에도 홍콩 같은 역할 수행은 어려워”

황재원 KOTRA 광저우무역관장 인터뷰

 

하이난의 현실을 진단하고 홍콩의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진단하기 위해 황재원 KOTRA 광저우(廣州)무역관장(52)과 7월21일 인터뷰했다.

하이난의 무역과 투자 현실은 어떠한가.

“하이난의 경제는 관광업을 중심으로 한 3차 산업의 비중이 60%다. 그에 반해 제조업 비중은 20% 남짓이다. 지난해 하이난의 교역액은 전년보다 6.8% 증가한 906억 위안이었다. 수입은 562억 위안이었으나 수출은 344억 위안에 불과해 218억 위안의 무역적자를 보였다. 이는 제조업 기반이 부족해 상당량의 제품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하이난의 취약한 경제 상황을 대변한다. 다만 투자는 활발해 지난해는 전년보다 106% 증가한 15억 달러의 해외투자가 이루어졌다.”

중국 내 다른 성시와 비교할 때 하이난이 가진 강점은 무엇인가.

“하이난은 작은 시장 규모, 취약한 제조업 등 여러 문제가 있으나 뛰어난 지정학적 위치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큰 장점이다. 남중국해의 복심에 위치해 중국과 아세안을 연결할 수 있다. 또한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 중 해상실크로드에서 하이난은 물류 및 해양산업 중심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매우 크다. 아울러 자유무역항 건설에 따른 정책적 지원이 큰 힘이 된다. 따라서 그동안 야심 차게 진행해 왔던 의료산업의 특구 건설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하이난이 궁극적으로 홍콩을 대체할 수 있나.

“하이난과 비교해 홍콩의 장점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시장자본주의의 원리에 적합한 자유경제 시스템, 독립적이고 선진적인 법률체계, 아시아 최고 수준의 영어 구사력 등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효율 높은 공항, 첨단 물류기능을 지닌 항만, 능률 높은 사회 인프라 등 하드웨어도 모두 갖추었다. 다만 홍콩보안법 제정 이후 중국 정부의 홍콩에 대한 장악력이 강력해지면서, 기존의 일국양제 체제가 점진적으로 무너져 아시아 금융과 무역 중심지로서 홍콩의 위상은 갈수록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하이난이 홍콩의 역할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지적인데, 중장기적으로는 어떻게 예상하나.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도 산업 기반의 취약성, 배후시장과의 연계 부족, 인적·물적 인프라의 격차 등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도 하이난은 홍콩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홍콩의 금융산업은 상하이에, 혁신·마이스 산업은 선전에, 관광 및 해양산업은 하이난에 나눠줄 가능성이 크다. 하이난이 개방 확대를 발판 삼아 서비스 산업에서 해외 첨단기업을 유치해 중국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된다면 홍콩과 차별되는 새로운 자유무역항으로서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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