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막후 유튜버의 두 얼굴
  • 정락인 객원기자 (jongseop1@naver.com)
  • 승인 2020.07.28 10:00
  • 호수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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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영상 제작도…단속에는 한계

유명 유튜버는 웬만한 연예인보다 인기가 높다.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버는 유튜버들도 나왔다. 이들이 평범한 직장인 연봉의 수십 배를 벌어들이는 것도 낯설지 않다. 지난해 교육부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조사한 결과 유튜버가 의사를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아동학대 논란 등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채널도

그러나 유튜브의 장점 막후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숨어 있다. 유튜브 채널 중에는 유용한 방송도 적지 않지만 일부 방송의 경우 부작용도 심각하다. 선정성과 폭력성이 도를 넘은 지 이미 오래다. 조작 방송도 서슴지 않는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송을 하는 이유는 ‘돈’과 관련이 있다. 방송에서 ‘구독자 수’는 광고수익과 직결된다. 그러다 보니 구독자나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국내에서 최대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유튜브 채널은 7세 이보람양이 운영하는 ‘보람튜브’다. ‘보람튜브’ ‘보람튜브 브이로그’ ‘보람튜브 토이리뷰’ 등 3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구독자가 3000만 명이 넘는다.

주요 내용은 가족들과 함께 장난감을 갖고 놀거나 요리를 하는 등의 일상을 담고 있다. 보람튜브는 폭넓은 이용자층으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다. 월 수익은 40억원 정도로 추정되며, 지난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95억원에 달하는 빌딩을 매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아동학대’ 논란도 제기됐다. 출산 연기를 하는 동영상,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의 다리를 절단하는 동영상, 아빠 지갑에서 돈을 훔치도록 연출한 동영상, 전기 모기채를 들이밀며 춤을 추게 하는 동영상, 이양을 장난감 자동차에 태운 뒤 실제 차들이 달리는 도로 위에서 촬영한 동영상 등이 문제가 됐다. 이 영상들은 구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상황을 설정해 놓고 억지 연기를 하게 한 것이다.

2017년 아동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이양의 부모를 아동 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신체·정서적 학대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양의 부모는 학대가 아닌 아이와 놀아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찍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법원은 부모에게 아동 보호 전문기관의 상담을 받으라는 보호처분을 내렸다. 논란 이후 보람튜브는 문제가 된 영상들을 삭제했다.

구독자 약 70만 명을 보유한 ‘뚜아뚜지TV’도 대왕문어 먹방 영상으로 논란이 됐다. 해당 영상에는 아빠가 대왕문어를 식탁 위에 올려주고 여섯 살 난 쌍둥이가 10kg 대왕문어를 자르지 않은 채 먹는 장면이 담겼다. 아빠가 다리를 하나씩 잘라서 건네기도 했다. 아이들은 문어다리를 통째로 먹느라 힘들어했다. 이 장면이 가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자 영상을 제작한 뚜아뚜지의 아빠는 해당 영상을 삭제한 뒤 해명과 함께 사과했다.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는 집에서 피자와 치킨을 시켰는데, 치킨에 베어먹은 흔적이 있고, 피자는 2조각이 모자란다며 한 배달업체의 문제를 지적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조작으로 드러났다.

한 유튜버는 버려진 고양이들을 입양해 키운다는 내용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사실은 정반대였다. 실제로는 펫숍에서 분양받은 반려동물이란 사실이 드러났고, 고양이들을 굶기고 학대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40대인 김아무개씨(남)는 지난 2018년 3월 유튜브에 1인 방송 채널을 개설했다. 그는 같은 해 10월23일 밤 술에 취해 부산 사상경찰서 주례지구대를 찾아가 다짜고짜 경찰관의 멱살을 잡고 폭언을 했다. 김씨는 이 광경을 자신이 진행하는 인터넷 방송에 실시간으로 내보냈다.

현행범으로 붙잡힌 김씨는 “인터넷 방송 시청자가 지구대로 가서 난동을 피워보라고 시켰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시청자 댓글에는 관련 내용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가 방송 시청자를 늘려 수익을 얻기 위해 이 같은 난동과 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을 조롱하는 자극적인 장면으로 방송 조회 수를 끌어올리려 했다는 것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7월10일 구글과 영상 면담을 갖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특정 집단을 차별·비하하는 영상물이 유통되지 않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7월10일 구글과 영상 면담을 갖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특정 집단을 차별·비하하는 영상물이 유통되지 않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가이드라인 있으나 제재하기는 쉽지 않아

김씨의 일탈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는 “사람을 죽이러 가겠다”면서 찾아가는 과정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이를 보던 시청자들이 112에 신고했고, 김씨는 출동한 경찰을 향해 “내가 잘못한 것이 있으면 체포하라”면서 노상방뇨까지 했다.

그는 또 방송 중 비하 발언에 항의하기 위해 자신의 집을 찾아온 부부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기절하자 이를 실시간으로 방송하기도 했다. 김씨는 공무집행방해, 특수상해 미수,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유튜브에는 성인물도 넘쳐난다. 야한 소설(야설)을 읽어주는 성인 영상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야설 영상에는 성관계를 묘사하는 내용이 담겨 있거나 성폭행이나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묘사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청소년이 보기에 부적절한 콘텐츠지만 성인 인증 절차 없이도 접근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방송들이 연령별 시청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청소년들에게도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다. 실시간 방송뿐 아니라 인터넷이나 온라인을 통해 방송내용이 유통돼 청소년들의 정서를 크게 해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에 노출되면 ‘정서적 학대’ 상태에 놓인 것과 같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지만 나중에는 점점 선정적인 장면에 익숙해지고 그것을 따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돼 심각한 정서적 파괴현상이 일어난다.

현재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자체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불법 소지가 있거나, 저작권을 위반하고, 지나치게 선정적인 동영상에 대해서는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조작 방송 등 교묘하게 이를 피해 가는 영상은 제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불법 유해성이 있는 영상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해 적극적인 삭제 요청에 나서고 있지만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이 워낙 방대해 현실적인 한계에 부닥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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