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의 진화는 계속된다
  • 차여경 시사저널e. 기자 (chacha@sisajournal-e.com)
  • 승인 2020.08.05 10:00
  • 호수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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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시밀러 이어 코로나19 치료제도 도전…종합제약회사로 발돋움하나

셀트리온은 바이오벤처 1세대다. 셀트리온이 20년 넘게 업계를 이끈 배경에는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가 있다.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로 대표되는 바이오시밀러 삼남매는 해외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셀트리온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바이오시밀러뿐만 아니라, 자체 의약품 개발 및 해외 유통 직접판매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이 인프라 구축이나 연구개발(R&D)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있는 이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셀트리온은 지난해 R&D 비용으로만 3031억원을 투자했다. 매출 1조1285억원 가운데 26.9% 수준이다. 상위 500대 기업 중에서도 R&D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다. R&D 비용을 늘린 만큼 바이오의약품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송도)에 위치한 셀트리온 본사 ⓒ시사저널 이종현
인천시 연수구(송도)에 위치한 셀트리온 본사 ⓒ시사저널 이종현

유럽·미국에서 점유율 높여가는 바이오시밀러

셀트리온은 올 1분기 매출 3728억원, 영업이익 12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68.2%, 영업익은 55.4% 늘어난 수치다. 셀트리온은 램시마SC가 매출 성장의 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다. 램시마SC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피하주사제형으로 바꾼 바이오의약품으로, 셀트리온의 회심작이다.

램시마SC는 지난해 11월 유럽 식품의약품청(EMA)으로부터 류머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올해 2월부터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에서 램시마SC를 공식 출시해 공급량을 늘렸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램시마SC의 신약 허가를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며 병원 방문이 힘든 환자 및 의료진의 편의성을 높이는 피하주사제형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바이오시밀러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최초로 글로벌 시장 상업화에 성공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는 유럽에서 이미 오리지널 의약품을 압도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램시마는 유럽 시장 점유율 60%를 기록했다. 혈액암 치료제인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도 각각 39%, 19% 점유율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도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의료정보 제공기관 심포니(Symphony)에 따르면 램시마는 올 1분기 미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0.1%를 기록했다. 트룩시마도 7.9%를 차지했다.

이 밖에도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바이오시밀러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3월 유럽 EMA에 휴미라 바이오시밀러(CT-P17) 허가를 신청했다.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CT-P16)는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내년에 EMA 허가에 나설 예정이다. 졸레어 바이오시밀러(CT-P39),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CT-P43) 등도 글로벌 임상 중이다. 셀트리온은 2023년까지 개발할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20여 개 정도 갖고 있다.

램시마SC가 셀트리온의 첫 번째 도전이었다면, 두 번째 도전은 코로나19 치료제다. 셀트리온은 3000억원을 투입해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시험계획(IND)을 허가받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임상 1상에 돌입하기도 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임상 1·2상을 진행해 안정성과 효능이 검증되면 인천 송도 1공장에서 9월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내 출시가 목표다.

코로나19 치료제는 기존 약물을 복제해 만드는 케미컬 의약품 치료제와 코로나19 완치자 혈액에서 바이러스 중화항체를 찾는 항체치료제로 나뉜다. 케미컬 의약품 치료제는 최근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가 대표적이다.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은 리제네론, 일라이릴리 등 51개다. 리제네론이 가장 빠르다. 리제네론은 환자 2900명을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은 올 3분기 안에 임상 1상을 완료한 뒤 임상 2·3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임상 2상은 200~300명, 3상은 2000~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2023년까지 개발할 바이오시밀러만 20여 개

셀트리온의 생산능력(KEPA)을 고려하면 연간 최대 600만 명에게 치료제 투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셀트리온은 기존 제품 생산량 등을 고려해 코로나19 치료제 위탁생산(CMO)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치료제로 수익을 창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공익재 수준으로 항체치료제를 저렴하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지난해부터 ‘유통 직접판매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일반적으로 유럽이나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유통망을 보유한 글로벌 제약사와 유통 파트너십을 맺는다. 셀트리온은 유통 수수료를 3분의 1로 줄이고 영업이익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짰다. 램시마SC의 경우에도 셀트리온이 직판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또 케미칼의약품 사업으로 1400조원 규모 세계 제약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최근 셀트리온은 다국적 제약사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의약품 18개 사업권을 3324억원에 인수했다. 셀트리온은 앞으로 구내염 치료제 알보칠, 감기약 화이투벤, 당뇨병 치료제 액토스 등 굵직한 전문의약품을 9개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다.

결국 셀트리온의 최종 목표는 종합바이오제약회사다. 셀트리온그룹은 현재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중인 셀트리온과 판매·유통을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케미칼의약품을 생산 중인 셀트리온제약이 있다. 서 회장은 올해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주주들이 동의한다면 내년에 상장회사인 3개 회사의 지분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며 “K바이오를 끌고 나가려면 3사를 합병해 종합제약사로 발전해야 한다. 합병이 돼도 수익률 50%를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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