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재계 대표’로 떠오르나
  • 감명국 기자 (kham@sisajournal.com)
  • 승인 2020.08.05 10:00
  • 호수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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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안팎서 “차기 회장에 가장 적임자” 평가
文 정부와도 교감도 두터워

한때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재계 대통령’으로 불렸다.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재벌그룹 총수들의 모임인 전경련의 위상은 임기 없는 권력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전경련의 위상은 급격히 약화됐다. 청와대에서 주최하는 기업인과의 대화는 물론,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 등에 전경련 회장은 배제됐다.

전경련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지난해 3월19일 청와대는 방한 중인 필립 벨기에 국왕 초청 만찬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명예회장·GS건설 회장)을 초대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전경련 회장의 첫 공식 행사 참석이었다. 언론들은 일제히 ‘전경련 패싱 끝나나’라는 보도를 쏟아내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그런데 일주일여 후인 27일 청와대 브리핑에서 한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업과의 관계에 있어 대한상의·경총·중기협 등과 충분히 소통하고 있어 특별히 전경련과 (소통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문 대통령 좌우로 이재용·서정진 포진

전경련을 대신하는, 현재 재계의 대표주자는 대한상의(대한상공회의소)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전 두산그룹 회장)의 위상은 역대 회장은 물론 과거 어느 전경련 회장에 못지않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의 목소리는 모든 미디어가 주목하는 등 울림이 크다. 총리 물망에까지 오를 정도였다. 지난해 11월 청와대가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 후임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박 회장 이름이 거론된 것이다.

박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지난 2006년 12월 개정된 상공회의소법은 회장 임기를 3년으로 하고, 한 번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박 회장은 2013년 8월 처음 대한상의 회장에 추대됐으나, 이는 전임 회장인 손경식 현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임기 중이던 2013년 7월 CJ그룹 비상경영위원장을 맡으면서 갑자기 사임한 데 따른 것이다.

통상적인 관례대로라면 대한상의는 올 연말께 차기 회장을 추대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그 시기를 이르면 10월 전국 대한상의 회장단 회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수장’으로 위상이 커진 대한상의 차기 회장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상의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대한상의 안팎에서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이름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의 위상으로 보나, 서 회장과 현 정부의 관계 등 개인 영향력으로 보나 가장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그분이 고사한 것으로 들었다. 또 전경련도 아니고, 재벌그룹 총수가 회장을 맡는 것은 대한상의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결국 서 회장밖에 대안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 측은 “박 회장 임기가 아직 7개월이나 남았다. 벌써부터 차기 회장을 거론하기엔 좀 이른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정진 회장이 문재인 정부와 교감이 두터운 것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사실이다. 지난해 1월 문 대통령은 ‘기업인과의 대화’를 위해 대기업·중견기업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행사 이후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오른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왼편에 서정진 회장이 나란히 걷는 장면은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뒤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따랐다. 사실상 대통령의 기업인 관련 행사의 총괄 기획은 노 실장이라는 얘기가 있다.

문 대통령은 불과 4개월 후인 지난해 5월 전국 경제투어 9번째 행사장에서 서 회장을 또 만났다. 충북 청주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 선포식’에 참석해 그는 “서 회장이 한 10년 전에 5000만원으로 창업을 했는데, 어느덧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석권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며 공개적으로 서 회장을 칭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도 노 실장이 함께했다. 청주가 고향인 노 실장은 청주 흥덕을에서 세 차례 국회의원(17~19대)을 지냈다. 비서실장이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지방행사에 동행한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으나, 당시 청와대는 “노 실장은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다”고 해명했다. 실제 노 실장과 서 회장은 청주 동향에 1957년생 동갑내기로 무척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2019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서정진 회장(오른쪽 끝) 등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1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서정진 회장(앞줄 오른쪽) 등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계 인맥 폭넓어…과거 선거 출마설도 불거져

노 실장은 청주 주성중을 졸업하고 청주고에 진학했다. 서 회장은 청주중을 다니다가 인천으로 전학 가서 고등학교는 제물포고를 나왔다.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인천으로 이사 갔지만, 모교인 청주중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서 회장은 지난해 5월 명예졸업장을 받는 자리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건희 회장에 이어 대한민국 2위 부자로 성장한 서 회장은 성공한 기업인이 됐지만, 저돌적인 추진력과 탁월한 현장감각,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그의 능력은 정치권에서도 일찌감치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에 대한 정치권의 러브콜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실제 서 회장의 정계 인맥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물포고 선배인 황우여 전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 대표는 지난 2011년 10월 인천 송도의 셀트리온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2000년 총선 때 서 회장에게 인천 부평을 출마를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바 있다”고 했다. 2014년 지방선거 때도 서 회장은 인천광역시장 출마 가능성이 정치권에서 거론됐는데, 당시 상대 후보가 역시 절친한 관계로 알려진 송영길 인천시장이어서 고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특히 서 회장의 향후 행보가 지금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올해를 끝으로 셀트리온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확고하게 밝혀왔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지난 3월 “내가 물러나면 전문경영인에게 사업을 맡기고 내 아들은 이사회 의장을 맡아 주로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나는 중요 사안에 관해 조언해 주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올해 64세에 불과한 서 회장이 이후 어떤 길을 걸을지 주목하고 있다. ‘재계 수장’ 후보로 그가 활발히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지난 6월3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그를 초청해 비공개 강연을 가진 것을 주목하는 시선도 많다. 민주당 내 공부 모인인 ‘경국지모’에서 주최한 이 강연에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의원과 원내대표인 김태년 의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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