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대통령은 왜 말이 없을까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naver.com)
  • 승인 2020.08.03 09:00
  • 호수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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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까지 갔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최근 검찰 상황 말입니다. ‘내전(內戰)’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한 검사장과 수사팀장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전에 볼 수 없던 ‘육박전’입니다. 두 사람은 각각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측근입니다. 검찰 신구 권력 상층의 갈등이 아래로까지 번져 나가는 모양새입니다. ‘검사동일체’라는 말은 옛말이 됐습니다.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에 검찰 로고가 보이고 있다. 서울고검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의 수사팀장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지난 29일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추가로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몸싸움과 관련해 감찰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에 검찰 로고가 보이고 있다. 서울고검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의 수사팀장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지난 29일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추가로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몸싸움과 관련해 감찰에 착수했다. ⓒ연합뉴스

대통령은 “협력해서 개혁하라”고 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고립시키기는 강도 높게 진행됩니다. 말만 안 했지 내년 7월이 임기인 윤 총장에게 사실상 사표를 내라고 강제하는 형국입니다. 여권에서 “우리 총장!”이라고 말했던 것이 불과 1년 전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장관과 총장이 갈등하고 총장과 지검장이 갈등하고 검사장들은 검사장들끼리 갈등합니다. 사정기관의 핵심인 검찰의 지금 모습이 이렇습니다. 소모가 너무 심합니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의 피로도도 높습니다.

‘박원순 성추행 의혹’은 여전히 의혹입니다. 제대로 조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피해자 측은 국가인권위가 직권조사를 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사건 이후 특별히 한 게 없습니다. 조사 등에 소극적입니다. 이래저래 시간만 흘러갑니다. 극단적인 선택에 따른 사회적인 충격과 서울시장에 의한 권력형 성추행 의혹이라는 사안의 중대함에 비춰볼 때 이래도 되나 싶습니다. 관련 기관들이 권력 핵심부의 눈치를 보며 적극 나서기를 주저하는 모습입니다. 이러다가 진상이 명확히 밝혀지지도 않은 채 피해자의 고통만 깊어지는 것은 아닐지 염려스럽습니다.

이 사안은 이미 ‘박원순’이라는 한 인물과 관련한 사안을 넘어섰습니다. 성 문제를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우리 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우리 삶 속에 스며들어 있는 잘못된 의식과 관행을 청산하는 선진화·성숙화 단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이 사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향후 한국 사회의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 매우 중요합니다. 철저한 조사와 사후 처리가 진행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해야 합니다.

‘검찰’과 ‘박원순’, 두 사안에 대해 대통령은 말이 없습니다. 두 사안 모두 대통령이 강조했던 검찰 독립, 여성 인권 확립과 관련해 중요한 사안입니다. 더 만신창이가 되기 전에, 유야무야되기 전에 대통령이 정리에 나서야 합니다. 검찰과 관련해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신임 여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고 ‘박원순 의혹’과 관련해서는 신속한 조사와 피해자 보호를 천명할 때입니다. 대통령의 ‘입’이 열리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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