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 “국면전환용? 이거 띄운다고 다른 문제 없어지나”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7.31 14:00
  • 호수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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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행정수도 이전 프로젝트 이끄는 우원식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장

7월20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이전 관련 연설이 있은 지 정확히 일주일 만에 민주당은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이라는 이름의 TF팀을 출범시켰다. 27일 출범 후 첫 회의에선 ‘대선 전 승부를 보겠다’고 공언했고, 이틀 후 두 번째 회의에선 ‘연말까지 이전 방식을 확정 짓겠다’고 자신했다. 속전속결이다.

2004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후 16년간 가라앉아 있던 논의를 민주당이 단 며칠 새 수면으로 끌어올렸다. 단 야당과의 합의 과정 역시 속전속결할 수 있을지는 현재 분위기로선 회의적이다. 당장 야당에선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 행보라며 타이밍에 대한 저의를 의심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하필 지금, ‘국면전환용’이라는 지적을 무릅쓰며 수도 이전 작업에 속도를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사저널은 7월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추진단장을 맡은 우원식 의원을 만나 그 답을 들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수도 이전·균형발전 고민에 늘 가위처럼 눌려 있었다”

야당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쉽진 않아 보인다.

“지금은 여야가 팽팽한 대치 상황인 건 맞다. 우리가 부동산 문제 등으로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으니 야당에선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상황에서 행정수도 이전 얘기를 하니까 야당에선 이게 자신들의 유리한 국면을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여긴다. 우리가 위기극복용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니란 걸 계속 설득해 야당의 문을 열 수밖에 없다.”

야당 내 분위기는 어떻게 읽고 있나.

“야당 지도부가 함구령까지 내렸는데도 정진석·장제원 의원을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등이 이 문제에 대해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하지 않나. 꼭 필요한 일이라는 공감대가 있는데 언제까지 입을 다물 수 있겠나.”

사실 부동산 대란이 있기 전엔 수도 이전 얘기가 없지 않았나. 정말 오래 준비한 건가.

“이 문제는 늘 우리의 고민거리였다. 수도권 과밀화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국가균형발전을 빨리 해야 한다는 생각에 늘 가위처럼 눌려 있었던 거다. 대통령이 직접 언급은 안 했지만,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분권위원회에서 계속 고민했다. 여기에 김태년 원내대표가 자신의 임기 중 꼭 해야 한다는 의지가 아주 강해서 이렇게 나오게 된 거다.”

국면전환용으로만 해석하는 데는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건가.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띄운다고 부동산 문제나 지금의 다른 문제들이 없어지나. 그건 아니다. 어차피 다 같이 가져가야 할 고민들이다.”

두 차례 추진단 회의에서 중점적으로 논의한 내용은 무엇이었나.

“처음 회의에선 ‘이게 꼭 필요한 일인가’를 논의했다. 이미 세종에 행정수도 절반 이상이 가 있는 상황에서,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비효율 비용이 2조원가량 된다. 이걸 빨리 극복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읽었다. 그 후 ‘정말 할 수 있나’ ‘사회적 여건이 돼 있나’를 체크했다. 수도, 특히 행정수도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과거와 분명 달라져 있다고 파악했다. 그다음 헌재에서 위헌을 받은 이 일을 ‘어떤 방법으로 돌파할 거냐’까지 고민하고 있다.”

현재까진 어떤 방법이 최선이라고 보고 있나.

“헌재 위헌을 극복하는 방법은 3가지다. 개헌, 국민투표, 그리고 여야 합의로 특별법을 통과시킨 후 그 법으로 다시 헌재 결정을 받아보는 것. 다 장단점이 명확하다. 제일 간편하고 빠른 게 특별법을 만드는 일이다. 그런데 가능성은 작지만, 헌재에서 다시 위헌을 내려 다 꽝이 될까 하는 걱정이 있다. 국민투표는 깔끔하긴 한데, 과거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 과정에서 굉장한 대립이 있지 않았나. 국론 분열에 대한 부담이 생긴다. 원포인트 개헌이 최선이지만, 문제는 권력구조에서부터 여러 개헌 요소에 대한 논의가 어디까지 뻗칠지 가늠이 안 된다. 이 방법론부터 국회 특위를 만들어 여야 합의로 정하자는 계획이다. 연내엔 결정할 것이다.”

세종의사당 설치는 지금 바로 가능한 것 아닌가.

“헌법 문제가 해결 안 된 현 단계에서 그건 실현 가능한 일이긴 하다. 단 행정수도 이전 관련 합의가 이뤄지면, 상임위 11개가 갈지 13개가 갈지 등 세종분원과 관련된 지금의 이런 논의는 필요 없게 된다. 사실 국회를 둘로 나누는 건 굉장한 비효율 아닌가. 위헌 문제가 해결 안 되면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게 맞는데, 상황을 보며 단계적으로 검토하려 한다.”

 

“청와대는 ‘한국판 뉴딜’, 당은 ‘수도 이전’ 주도”

세종 집값이 벌써 오르고 있다.

“말만 꺼내면 말한 곳이 바로 난리가 나니 참 어렵다. 일단은 (집값 상승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수도 이전 논의 과정에서 이를 악용하는 투기세력이 생긴다면 정부가 엄격한 정책을 내서 막아야 할 것이다. 지금 부동산 3법도 과거에 뽑힌 안전핀을 다시 꽂는 작업인데, 그런 작업이 세종에도 무겁게 적용돼야 한다.”

기관 이동뿐 아니라 기업·대학 이동을 통한 산학연계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할 것 같은데.

“사실 기업들의 이전이 우리가 정해 줄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선 앞으로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사실 공공기관을 세종으로 뺀다고 해서 서울이 경제수도로서의 이미지를 갖게 되는 건 아니지 않나. 행정수도 이전 이후 ‘경제수도 서울’에 대한 계획은 있나.

“공공기관 이전을 언제 어디까지 할지, 서울에 뭘 남기고 어떤 기능을 더 넣을지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는 없다. 미국 뉴욕과 같은 경제수도의 이미지가 최대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서울의 빈 부분을 채울 방안을 고민할 것이다.”

동남권 메가시티를 비롯해 진정한 균형발전을 위해선 좀 더 폭넓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은데.

“당연하다. 행정수도 이전을 넘어 전국 각 지역의 ‘다극 체제 형성’까지가 목표이기 때문에 추진단 구성도 이에 맞춰서 했다. 서울과 충청 지역구 의원 각 5명, 인천·영남·호남·강원·제주 각 1명, 경기도 2명 이렇게 채웠다. 행정수도가 컨트롤타워가 돼서 지역의 다극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청와대는 소극적이지 않았을까. 임기 말 정쟁의 부담도 있고.

“청와대는 그랬을 수 있다. 다만 청와대로서도 이게 국정 철학에 반하는 사안이 아니고 또 ‘한국판 뉴딜’도 제기해 왔기 때문에 이것과 국가균형발전을 잘 연결할 수 있는 고리를 찾아가고자 하고 있다. 한국판 뉴딜은 청와대가, 행정수도 이전은 당이 주도하고 있는 거다. 이 두 사안이 분리된 일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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