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밤바~다” 그 이상이 필요한 관광지 ‘여수’ [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7.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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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시됐던 관행 넘어 관광객 이끌 새 요소 절실

‘여수’라는 도시에 대해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비슷한 이미지가 떠오르게 된 것은 2012년부터가 아닐까 한다. 2012년은 여수에 있어 큰 변화의 기점이었다. 여수세계엑스포가 개최됐고,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 노래가 크게 히트를 쳤다. 자연스럽게 여수를 찾는 관광객도 늘어났다. 솔직히 2012년 이전에는 여수를 어떤 도시로 알고 있었는지조차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여수 밤바다》 노래 덕분인지 여수 여행은 낭만과 힐링으로 충만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엑스포 개최 이후에 한 단계 성장했을 도시의 모습이 기대되기도 했다. 물론 엑스포는 길어야 몇 달동안만 열리는 전시회기 때문에 지금은 행사가 한창일 때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엑스포를 통해 전달하려고 했던 메시지가 현재의 여수에 어떤 방식으로 투영되고 있을지 궁금했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어 만든 엑스포 전시시설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도 관건이었다.

여수엑스포장 전경. 바다 위에 떠 있는 모습인 '주제관'과 '빅오쇼' 공연장이 눈에 띈다. ⓒ김지나
여수엑스포장 전경. 바다 위에 떠 있는 모습인 '주제관'과 '빅오쇼' 공연장이 눈에 띈다. ⓒ김지나

한번 방문으로 족했던 여수

하지만 여수는 여전히 중소 관광도시의 전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배우고 느끼는 장소보다는, 지역의 역사문화나 자연 풍경을 관광객의 입맛에 맞추어 팔기에 집중한 보통의 관광지 일색이었다. 그게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국제박람회기구가 인정하는 엑스포를 유치했음에도, 그 이후에 도시의 비전이 업그레이드 됐다는 인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나름 명물이었다던 ‘빅오쇼’는 온갖 화려함으로 무장해 관광객들이 잠깐 즐기고 가기에 적당한 그야말로 ‘쇼’였고, 여수엑스포의 상징이자 바다 위에 떠 있는 형태로 큰 화제를 일으킨 주제관은 수년 째 방치돼 있는 상태였다. ‘아쿠아플라넷’은 엑스포 전시관 중 그나마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좁은 수족관 속에 갇혀 구경거리가 되고 있는 바다 생물들을 보며 과연 엑스포의 주제였던 ‘해양 생태계와 인간의 상생’에 대해 어떤 배움을 얻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맥락 없이 자리 잡은 테디베어 뮤지엄은 말할 것도 없었다. 마치 엑스포 이후에도 관광객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어트랙션을 만드는 데만 급급했던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수엑스포 전시시설 중 하나인 '아쿠아플라넷'. 현재도 운영되고 있는 몇 안되는 전시관이다. ⓒ김지나
여수엑스포 전시시설 중 하나인 '아쿠아플라넷'. 현재도 운영되고 있는 몇 안되는 전시관이다. ⓒ김지나

흥미 위주보다 경험 쌓는 공간으로 발전해야

엑스포는 19세기부터 열리기 시작한, 꽤 고전적인 행사다. 전 세계 국가들이 모여 각자의 기술이나 문화예술 수준을 과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후 시대가 바뀌며 ‘교육’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일대를 개발하는 잿밥에 관심이 더 많은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대규모 이벤트를 유치하는 것이 코로나사태로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은 선택지가 돼버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동안 당연시되던 관행들에 변화가 필요하다. 짧은 행사기간 동안 반강제적으로 관객을 동원하고 바가지요금을 씌우는 등, 당장의 실적을 올리는 일밖에 보지 못했던 근시안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식의 관광 개발에 신물을 느끼고 있고, 반복될수록 지역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만 있을 뿐이다. 엑스포를 단시간에 성과내기 좋은 ‘치트키’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지금이라도 여수시는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여수엑스포는 해양 자원의 다양성 보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로서 시의적절한 이슈들을 제기했다. 뻔한 주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으로 엑스포를 개최했다는 점을 도시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엑스포를 준비하면서 주제관, 예울마루 등 활용하기 좋은 공간들도 많이 생겼다. 유명한 작품이나 흥미 위주의 콘텐츠로 채우기보다 해양 환경 보존에 대한 자연스러운 깨달음을 주는 경험의 공간으로 설계하는 안목을 기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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