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국공 사업 곳곳에 구본환 사장 인맥 ‘어슬렁’
  • 이정용 인천본부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08.10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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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동문,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도입 업무협약…학군단 후배는 로고 교체사업 자문위원장 맡아
구 사장, 내부 논의자료 유출한 직원 색출 지시
김은혜 통합당 의원 “의사결정 과정 전례 찾기 어려워”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와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도입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업체의 대표이사가 구본환 사장의 고등학교 동창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 사장이 취임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인국공은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인국공의 로고(CI) 교체 자문위원회에서 유일하게 찬성의견을 낸 위원은 구 사장의 학군단(ROTC) 후배인 것으로도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구 사장과 친분이 있는 인맥들이 인국공의 사업에 어슬렁대는 모양새다.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인천국제공항 전경.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취임하자마자 고교 친구 회사와 MOU 체결”

10일 시사저널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지난해 9월24일 인국공과 A업체는 인천공항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도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술력을 보유한 강소기업을 발굴·육성하고, 공기업 최초로 수소 지게차를 도입해 작업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인국공과 A업체가 MOU를 체결할 당시 A업체는 KS인증이 없는 상태였다. 당시 수소연료전지 산업에 KS인증 심사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A업체의 대표이사 B씨는 구 사장의 고교 동창이다. B씨는 지난해 2월 A업체의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A업체는 전북 완주군에 주소를 둔 수소연료전지 배터리 팩 제조기업이다. 매출액은 10억원 미만이고, 직원은 20여명 안팎의 중소기업이다.  

인국공은 지난해 5월부터 수소 지게차 적용 사업을 추진했다. 이는 구 사장이 인국공 8대 사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여 만에 진행된 것이다. 구 사장은 지난해 4월16일 취임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도 ‘수소연료전지 지게차는 어떻게 인천공항에 들어왔나?’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게재됐다. 게시물 작성자는 “지게차에 쓰는 수소연료전지는 A업체만 생산할까? WHY 특정회사와 협약을 체결했을까?”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의원(미래통합당)은 지난 3일 열린 국토교통위 업무보고에서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업체를 수소문하게 하고, 국내 인증도 못 받은 고교와 대학 동기 업체와 MOU를 체결한 이유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구 사장은 “A업체가 인증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것까지는 정확하게 확인을 못했다”며 “공항을 그린 에어포트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MOU를 맺었지만, 아직 도입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당초 인국공은 오는 10월30일부터 향후 5년간 물류단지 내에 있는 전기와 디젤 지게차를 수소연료전지 지게차로 전환하는 시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들이 로고 변경에 반대하며 벽에 붙인 유인물.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인천국제공항공사 직원들이 로고 변경에 반대하며 벽에 붙인 유인물.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인국공, 로고 변경사업 유출 직원 색출 나서
 
인국공이 개항 20주년을 맞아 로고 변경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구 사장의 인맥이 확인됐다. 이 사업의 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C씨는 구 사장의 서울대학교 후배이자 학군단 후배로 파악됐다.

시사저널이 통합당 김은혜 의원실을 통해 단독으로 입수한 ‘20년 4차 디자인혁신자문위원회 자문결과 보고’라는 문건에 따르면, C씨는 인국공이 변경하려고 했던 로고에 대해 ‘Clean Airport’의 이미지를 적절히 부각하고 있으며, 봉황의 날개와 지구본의 입체적인 디자인이 잘 표현됨’이라고 자문했다.

반면, 나머지 10명의 자문위원들은 ‘디테일 개선 필요, 시각적‧의미적 느낌 부족, 상징성 직관적 이해 어려움‧ 단순하고 고전적‧미래지향성 부족’ 등을 내세우며 부정적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C씨의 자문의견이 채택돼 임원 보고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국공은 ‘구봉황공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로고 변경사업은 수십억원 상당의 예산이 투입될 계획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국공의 로고 변경사업은 지난 7월16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인천공항 구본환 사장의 질주를 막아주세요’라는 청원글이 게재되는 등 여론이 악화되면서 폐기됐다. 

구 사장은 “C씨는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나와 국내 디자인계에서 이름이 있는 분이고, 한국 디자인학회 학술이사이기도 하다”며 “로고 변경안은 저도 마음에 들지 않아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구 사장은 로고 변경사업과 관련해 국회의원과 언론에 자료를 유출한 직원을 색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작사의 지적소유권에 해당되는 데다 내부적으로 논의한 사항을 유출시켰다는 이유에서다.

김은혜 의원은 “이 논란의 중심에는 구 사장의 학연 혹은 학군단 인연이 자리하고 있다”며 “공기업 역할과 고객안전, 공공서비스에 불필요한 잡음과 의혹을 일으키는 등 의사결정 과정이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를 제기하는 정당한 목소리에 구 사장이 귀를 기울일줄 알았는데 정보를 유출한 내부자를 색출한다고 한다”며 “질책보다 자성이 우선인 사안이었다. 본말전도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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