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주호영 “장외투쟁 하게 되면 정권 끝장 볼 각오로”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8.14 14:00
  • 호수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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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야권 1위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文 정부 잘못 차곡차곡 쌓이고 있어…선거 때 드러날 것”

‘2020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언론 사상 단일 주제 최장기 기획인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는 1989년 창간 이후 31년째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국내 오피니언 리더들인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인·문화예술인·종교인 각각 100명씩 총 100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과 함께 했다.

‘전체 영향력’을 비롯해 정치·경제·언론·문화예술 등 13개 부문에 걸쳐 각 분야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총망라됐다. 6월22일부터 7월15일까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는 남성 72.2%, 여성 27.8% 비율이며, 연령별로는 30대 23.6%, 40대 33.3%, 50대 32.9%, 60세 이상 10.3%다. 각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사상 초유의 국회 극심한 불균형 구도와 정치생활 17년 만에 처음 겪는 당내 경선, 한 차례 사의 표명과 사찰 칩거까지. 취임 이후 지난 100일간의 평가를 묻는 질문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잠깐 숨을 골랐다. “당 차원에선 계파 갈등도 많이 사라졌고, 16년 만에 당사도 구하는 등 분명한 성과와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여당과의 관계에선 정말 ‘참혹’한 시간이었다.” 취임 100일 간담회를 이틀 앞둔 8월12일 저녁 국회에서 시사저널과 만난 주 원내대표는 인터뷰 내내 정부·여당을 향한 경고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그는 “야당의 말을 부디 브레이크로 여겨줬으면 한다”면서 “이대로라면 머잖아 분명 과속 사고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시사저널 조사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야권 부문 1위에 오른 데 대해 “선거 때가 아니라 대선주자가 부각되지 않고 있고 우리 당의 비대위원장도 원외 인사라는 이유 등이 반영된 것이지, 개인 주호영에 대한 평가는 아닌 것 같다”며 겸연쩍어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중심적인 정치인이 되고 싶었는데, 1위가 되니 조금은 어리둥절하기도 신기하기도 하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야성 부족? 우리 할 만큼 다했다”

원내대표 100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였나.

“질문을 듣고 쭉 떠올려봤다. 딱 한순간이라기보단 몇 가지 연속적인 순간들이 기억난다. 야당의 동의 없이 국회의장을 선출하는 본회의를 열었고, 또 일방적으로 상임위원장을 뽑았다. 부동산 관련법도 모든 절차를 무시하고 통과시켰다. 내가 의회 민주주의가 파괴되는 역사적 현장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 기억들이다.”

지난 6월 사의를 표하고 사찰에 들어간 적도 있었다. 당시 심경은.

“그때 조계종 종정 진제 큰스님을 뵀는데 ‘넘어진 곳에서 일어나라’라는 말씀을 들었다. 우리가 왜 신뢰를 잃었는지를 찾으면 그게 곧 넘어진 곳이고 일어날 곳 아니겠나. 그게 무엇인가 고민해 봤다. 우리 당이 지난 탄핵에 대해 제대로 된 성찰이 없었고 또 국민의 인상에 남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도 임기 말엔 아주 여론이 안 좋았다. 난 그들이 당시 위기를 두 가지로 벗어났다고 본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우리는 폐족입니다’ 말 한마디,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이다. 우린 탄핵을 두고 논쟁을 계속했고, 책임 있는 자들의 제대로 된 반성과 희생이 없었다. 이런 차이가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정의해 달라.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자는 생각을 가진 집단이 아니라, 어떻게든 정권만은 놓쳐선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한 게 핵심적인 문제다. 이게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을 관통하는 근본이다. 윤석열 총장 사퇴 압박을 공개적으로 하고, 또 정권에 반기를 들었다고 감사원장을 쫓아내려 강박하고 있다. 권력에 대해 시비를 걸고 문제 삼으면 가차 없이 공격하는 모습이 이 정권의 상징이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가장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이 정부는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또 정책을 가치중립적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가진 자들에 대해 엄청난 반감을 갖고 징벌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지 않나. 정책이 정교하지도 못하다. 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 노무현 대통령과 처음 상견례할 때 노 대통령이 책을 2권 줬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부동산 정책과 교육정책을 각각 정리해 놓은 것이었다. 이 두 가지만 실패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정부가 된다는 말씀을 하셨던 기억이 난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에 종합부동산세 등으로 민심이 파탄 났던 교훈을 문재인 정부가 못 얻은 것 같다. 그때의 실패와 똑같은 세금 정책을 펼치고 있지 않나. 이번 정책으로 억울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을 위한 개정안을 9월 국회에 당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

권언유착 또는 검언유착이라 불리는 일련의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확히 권언유착이다. 권언유착으로 없는 검언유착을 만들려다가 들통난 것 아닌가. 일단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문제는 고발은 해 놨는데, 진행이 부진하면 국정조사나 특검을 진행하려 한다.”

윤미향·박원순 등 사태 속에서 ‘야성’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우리 당이 할 만큼 했다. 다만 어떻게 하더라도 정부·여당이 ‘소귀에 경 읽기’였기 때문에 더 방도가 없었던 거다. 무조건 감싸기만 하는 여당의 태도를 먼저 지적해야 한다. 이 정권이 한 정의롭지 못한 일들은 지금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이게 선거 때 반드시 표출되리라 본다.”

서울·부산시 보궐선거에 꼭 승리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지 않나.

“민주당 당헌당규를 보면 후보를 안 내야 하는 게 상식적이다. ‘그래도 민주당은 후보를 낼 거야’라는 추측을 하며 그들에게 조금의 길도 터주고 싶지 않다. 만약 두 지자체장이 사고를 쳐서 자리가 비게 된 이런 환경에서도 우리가 이기지 못하면 이건 국민으로부터 완전히 버림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

 

“민주당 꺾으려면 지지율 최소 15% 앞서야”

야권 영향력 2위에 오른 김종인 위원장과의 소통은 어떤가. 공통점과 차이점을 말해 달라.

“금요일 정례 모임 말고도 수시로 위원장께 들르고 상의한다.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이념보다도 꼭 필요하다면 일부에서 ‘좌클릭’이라고 불리는 방법 또한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점이다. 차이점은 뭐가 있을까. 세대차이 정도?”

당 지지율이 오르고 있지만 정부·여당의 실책에 의한 반사효과도 상당하다는 분석이 있다.

“반사효과가 있는 건 맞지만 분명한 지지율 상승세다. 아직 우리 자체 조사에선 민주당에 많이 뒤지고 있는 걸로 나온다. 그래서 다들 이 상승세 착시에 절대 빠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 집권당 프리미엄이 엄청나기 때문에 최소한 선거 전에 민주당을 15~20% 정도 못 앞서면 이기기 쉽지 않다. 지금 따라붙은 건 아무것도 아니다. 다만 우리 당 지지율은 틀림없이 계속 더 올라갈 거라고 본다. 국민들이 이 정권이 하는 일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절대 이 정권을 지지할 수 없을 거다.”

지금 야권에는 대선주자가 안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위로 거론되는 데 대해선 어떻게 보나.

“선거 국면이 시작되면 반드시 지금 보이지 않는 후보가 등장할 것이다. 우리가 아직 못 찾아서 그렇고, 평시에 하는 여론조사에 포함되지 않고 있는 것뿐이다. 그리고 정치도 종합예술이고 전문 영역이기 때문에 하던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어야 한다. 인기투표식으로 지도자를 뽑는 건 맞지 않다.”

장외투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나.

“장외투쟁은 정말 마지막 수단이다. 그러나 혹여 장외투쟁을 하게 되면 난 반드시 끝장을 볼 각오로 나갈 것이다. 한번 나가면 무슨 수를 쓰든 반드시 정권을 물러나게 해야지, 그 정도 결기 아니고는 안 나간다. 또한 반드시 다수 국민이 공감하는 장외투쟁만 할 것이며 장외로 나가서도 원내를 소홀히 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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