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공무원 임금 삭감, ‘2020 금모으기 운동’ 되길”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08.28 13:00
  • 호수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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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기본소득은 ‘빚’ 아니라 미래 위한 ‘투자’”
“약자를 ‘편애’하는 것이 내 정치의 테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엿새였다. 8월21일 공무원 임금의 20%를 줄여 2차 재난지원금 재원으로 쓰자는 SNS 게시글을 올린 직후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말 그대로 연일 ‘쏟아지는’ 관심의 주인공이 됐다. 기사마다 댓글이 폭발했다. 내용의 갈래는 다양했다. “많은 응원 메시지도 받았지만, 의원실로 엄청난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 응원과 항의가 3 대 7 비율이었던 것 같다.” 8월26일 국회에서 만난 조 의원은 “그들의 분노를 이해한다. 내 언어가 조금 거칠었던 것도 인정한다. 어떻게 공무원 9급과 2급이 똑같이 20%를 낼 수 있겠나”라면서도 “그렇지만 기본 원칙에서 물러나거나 사과를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불편’할 수 있지만 ‘필요’한 얘기였다는 기존의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선별 지급은 선순환 효과 끊어버리는 것”

조 의원은 예상보다 큰 반응을 직면하며 ‘왜 이럴까’ 스스로 끝없이 물음표를 띄웠다고 말했다. “유명한 대선주자도 아닌 내가 금요일 오후 페이스북에 적은 몇 자가 왜 이렇게까지 반응을 일으킨 걸까. 이걸 이해하는 게 이 문제의 핵심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1990년대 말, 청년 조정훈은 ‘금 모으기 운동’을 봤다. 지금 청년들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그때와 정반대의 경험을 하고 있다. ‘각자도생’. 공동체의 붕괴만큼 더한 위기는 없는데, 지금 우리가 그걸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유급 재택근무로 전환된 사람들이 그 옆의 당장 점심 매출이 없어져 재앙을 맞은 밥집을 걱정하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내 글은 우리 사회의 급소 혹은 역린을 건드린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를 중심으로 조 의원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는 등 반발 움직임은 상당하다. 그 와중에 한국전력공사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직원 급여 105억원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기로 하며 조 의원에게 화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조 의원은 “자발적으로 내어놓은 한전의 결정에 울컥했다. 물론 강요할 순 없지만, 민간에서도 주식시장 활황 속에 매출이 오른 기업들이 먼저 지갑을 여는 액션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2020년판 금 모으기 운동이 실현되길 기대하는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제안을 현실화하기까진 당장 국회 안에서 합의를 이루는 데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조 의원은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정치인들은 촉이 빠르다. 국민이 원하는 바엔 모두 자기 이름을 걸고 싶어 한다. 기본소득을 왜 지금 너도나도 얘기하고 있겠나”라며 “물론 작은 당이기 때문에 홀로 법을 통과시키지 못한다. 우린 트리거(방아쇠) 역할을 한 거고 실행은 거대 정당이 함께 해 줘야 한다. 그게 역할 분담”이라고 말했다.

2차 재난지원금은 1차와 달리 ‘선별 지급’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나오는 데 대해 조 의원은 “선별 지급 거론은 ‘나쁜 얘기’”라고 못 박았다. 조 의원은 “복지를 ‘구제’로 보고 정말 필요한 곳에만 주자고 하는 건 옛날 멘털”이라며 “복지는 구제가 아니라 ‘권리’”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1차 지급 때의 효과를 언급하며 “경제적으로만 따져도 모두에게 줘야 맞다. 지난번 지급 때 식당 주인은 이를 임대료에 보탰고 돈 받은 사람들은 식당 와서 그 돈을 썼다. 선순환이 이뤄졌다. 이걸 일부에게만 준다는 건 이러한 경제 순환 효과를 끊자는 얘기다.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 무상급식·아동수당 논쟁부터 이어진 보편복지 대 선별복지, 복지를 마땅한 권리로 보는 시각과 구제로 보는 시각 간 간극이 20대 국회에선 어느 정도 정리될 수 있을까. 조 의원은 “이 역시 누군가가 홍해를 가를 만한 질문을 던져야 할 문제”라고 보았다. “그때그때 건건마다 논의를 하는 게 아니라 ‘당신은 복지를 구제로 생각하느냐 권리로 생각하느냐’ 질문을 띄우고 이 층위에서부터 노선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 질문을 던지면 우리 국회의원 300명의 지형부터 확실하게 갈라질 것이다.” 그는 ‘어떻게 국회 지형이 갈라질 것 같냐’는 질문에 “큰 기대는 안 한다. 다만 나처럼 복지를 권리라고 주장하려면 그 재원을 어디서 구할 것이냐에 대한 답을 갖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 논쟁이 붙을 때 늘 따라붙는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에 관해서도 물었다. 이에 조 의원은 “우리 세대가 후배들에게 넘겨주는 ‘빚’인 건 맞다. 다만 이 빚으로 우리가 이들을 더 낫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그 빚은 지는 게 맞다. 즉 그냥 지금 태워버리고 마는 돈인지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돈인지를 구분해 보아야 한다”고 답했다. 기본소득을 비롯한 복지정책 등 그가 구상하는 여러 정치적 아이디어의 뿌리는 바로 ‘약자에 대한 노골적 편애’에 있다고 조 의원은 스스로 말한다. 그는 “살면서 눈이 자꾸 아래로 향한다. 누가 가장 아프고 어디가 가장 힘든가가 관심사이며, 약자에 대한 노골적인 편애를 갖는 것이 곧 정의라고 생각한다. 이게 내 정치의 테마”라고 강조했다.

 

“시대전환의 전략은 매각 아닌 상장”

9월 첫째 주면 조 의원을 포함해 21대 초선 의원이 의정을 시작한 지 100일을 맞게 된다. 조 의원은 국회 밖에서보다 하루하루의 무게가 무거워졌지만 ‘입법 노동자’로서 일상의 큰 변화는 느끼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국회에 들어온 이후부터 자신을 제외한 299명의 의원을 한 명 한 명 전부 만나는 중이다. “선배들을 중심으로 시작해 찾아가 내가 누군지 소개하고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지 말씀드리고 있다. 이렇게 따로 얘기하면 앞으로 의정을 하며 서로 오해할 확률이 낮아지지 않겠나.” 그는 벌써 동료 의원 70여 명을 따로 만났다고 전한다.

의원이 한 명뿐인 소수정당으로서의 두려움은 되레 점점 줄어드는 기세다. 조 의원은 “난 의원 300명 중 300등이라 생각한다. 집권여당도, 제1야당도, 교섭단체도 아니고 또 비례대표잖나”라며 “그러나 물론 욕하는 댓글이 많았지만, 이번 (공무원 임금 삭감 제안 관련) 일을 거치면서 오히려 ‘소수지만 국민이 원하고 관심 있는 얘길 하면 300분의 1이더라도 해볼 만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전히 다당제 의회 구도가 익숙지 않은 다수의 머릿속엔 ‘시대전환도 결국 거대 정당에 흡수될 것’이란 관측은 존재한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단호하게 부정한다. 그는 “벤처기업을 하는 사람들에겐 두 가지 옵션이 있다. 하나는 exit, 즉 다른 기업에 매각한 후 손 털고 나오는 것, 다른 하나는 IPO, 즉 상장하는 것”이라며 “내 전략은 단연 후자”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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