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 회장, 3연임 고지 눈앞인데 곳곳이 ‘지뢰밭’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20.09.03 08:00
  • 호수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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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회장 선임 절차 시작하자마자 잡음…최초 3연임 행로에 영향 미칠지 주목

KB금융지주 최초의 ‘3연임 고지’ 점령을 위한 윤종규 회장의 행보가 가팔라지고 있다. 윤 회장은 2014년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이 내분으로 동반 사퇴하면서 수장에 올랐다. 그해 11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겸직하며 내부 갈등을 잘 봉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2017년 KB금융 회장 최초로 연임에도 성공했다. 올해로 6년째 KB금융을 이끌고 있다. 오는 11월 임기가 끝나는데, 은행권에서는 윤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 중 3연임에 성공한 인사로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이 꼽히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시사저널 최준필

KB금융 최초 3연임 회장 탄생할까

실제로 윤 회장은 2014년 취임 이후 비은행권 M&A(인수·합병)에 공을 들였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2016년 현대증권(현 KB증권), 올해 푸르덴셜생명을 잇달아 인수했다. KB금융의 최대 약점으로 꼽혀왔던 비은행권 사업의 확대를 통해 ‘명가 재건’에 나선 것이다. 실적도 나쁘지 않다. 이대로 가면 올해 ‘리딩금융’ 자리가 신한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또다시 바뀔 것이란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윤 회장의 향후 거취에 은행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미 KB금융은 차기 회장 인선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8월12일 1차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선임 일정을 논의했다. 이날 확정된 일정에 따라 내·외부 후보자군 10명을 평가한 뒤 28일까지 4명의 회장 후보를 결정하고, 9월16일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할 예정이다. 당초 계획보다 2주 정도 일정을 앞당겼다. 그 이유는 후보자를 검증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갖기 위해서라고 KB금융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차기 회장 선임은 시작부터 잡음을 냈다. KB금융 계열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KB노동조합협의회(이하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현재의 회추위 절차는 윤 회장의 3연임을 위한 요식행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노조는 “3년 전 윤 회장 연임 때도 회추위는 3명의 최종 후보군을 발표했지만, 윤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2명이 출마를 고사하면서 셀프 연임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며 “회장 후보군을 추릴 때 참여 의사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은 상식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재임 기간 윤 회장의 최대 성과로 평가받던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은 지난 4월 푸르덴셜생명을 2조3400억원에 인수했다. 자산만 21조원대인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할 경우 KB생명의 순위는 17위에서 10위로 7계단이나 상승하게 된다. 당시 KB금융 안팎에서는 인수 금액을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다. ‘제사(포트폴리오 확대)보다 젯밥(윤 회장의 3연임)에 더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왔다. 하지만 푸르덴셜생명 인수는 전임 회장 때부터 추진해 온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증권과 손해보험에 이어 비금융 사업 확장의 마지막 퍼즐인 생명보험 부문을 맞추게 된다는 점에서 ‘과’보다는 ‘공’이 더 주목을 받았다. 3연임을 노리는 윤 회장 입장에서 나쁠 것이 없는 카드였다.

 

푸르덴셜 인수, 약일까 독일까

KB금융은 현재 금융 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달 말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승인이 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KB금융 역시 이 일정에 맞춰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통합(PMI) 추진단과 KB금융 및 푸르덴셜생명 직원이 포함된 실무협의회가 현재 꾸려진 상태”라면서 “당분간은 KB생명과 합병하지 않고 투트랙(별도 회사) 체제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인수 시점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경제가 얼어붙었다. 급격한 금리 인하로 보험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푸르덴셜생명 역시 충격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52억원으로 전년 동기(688억원) 대비 13분의 1 토막이 났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7월말 KB금융과 윤 회장 등을 상대로 금감원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센터 측은 진정서에서 “생명보험사 대장주인 삼성생명을 기준으로 푸르덴셜 매매가치를 자체 산출해 보니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도 6000억원 수준”이라며 “자산만 21조원대인 푸르덴셜을 인수하면서 KB금융은 실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인수계약을 체결해 1조6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KB금융에 푸르덴셜생명을 매각한 미국 푸르덴셜 파이낸셜 측도 최근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찰스 로리 미국 푸르덴셜 파이낸셜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한국 푸르덴셜생명을 매각한 것은 저성장 때문이었다. 일본을 제외하고 한국과 이탈리아, 폴란드, 잠재적으로 대만 등 저성장 지역 법인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을 역으로 해석하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KB금융의 어려움이 향후 가중될 수도 있다. 6년간의 재임 기간 중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꼽혀왔던 푸르데셜생명 인수가 자칫 윤 회장에게 ‘독’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 최준필

KB금융 “저금리 여파로 계열사 실적 동반 하락”

이뿐만이 아니다. 윤 회장은 2015년 업계 4위였던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KB손보를 출범시켰다. 인수 초만 해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승하다 최근 정체 상태에 빠졌다. 최근 3년간 KB손보의 매출은 12조540억원에서 12조7474억원으로 5.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157억원에서 2365억원으로 54.1%나 감소했다. KB증권도 마찬가지다. 매출이 늘어 외형은 커졌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더군다나 KB증권은 최근 라임 사태에 연루되면서 적지 않은 이미지 타격마저 입었다. 금감원은 8월13일 KB증권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36억1680만원의 과태료와 함께 기관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 또한 3연임을 노리는 윤 회장에게는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KB금융 측은 “KB증권과 KB손보의 최근 실적 하락은 업계에 공통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 등의 여파로 보험과 증권 업계의 실적이 최근 동반 하락하고 있다”며 “단순히 KB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간이 갈수록 수명이 증가하고, 생명보험 수요 역시 증가할 것으로 판단해 푸르덴셜 인수를 결정했다”며 “미국 푸르덴셜 CEO의 발언은 맥락을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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