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곡밥 건강하게 먹기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9.17 08:00
  • 호수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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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맛과 영양 균형을 고려해 쌀 70%에 잡곡 30% 권장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흰 쌀밥 대신에 잡곡밥을 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잡곡밥이 몸에 좋은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정확히 어디에, 왜 좋은 것일까?

보리는 칼슘·아연·엽산·비타민B6가 풍부한 영양의 보고며,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준다. 또한 식이섬유가 풍부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대장암을 예방한다. 팥은 단백질과 비타민B군이 풍부하며 사포닌 함량이 높아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콩은 단백질이 35~40%나 함유되어 있고, 식이섬유·비타민·무기질이 풍부한 건강식품이다. 특히 쌀과 밀에 부족한 라이신 등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해 우리가 주식으로 섭취하는 곡류에 결핍된 영양소를 보완해 준다. 

율무에는 비타민B1·B2와 철분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고 루테인이 풍부해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 수수는 폴리페놀·플라보노이드·타닌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고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해 비만·당뇨 등 생활습관병을 예방한다. 조와 기장에는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어주며 폴리페놀 등 생리활성물질에 의한 동맥경화 예방 효과도 있다.

이처럼 잡곡밥은 흰 쌀밥에 비해 섬유질, 비타민과 무기질, 플라보노이드 그리고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해 건강에 좋다. 특히 흰 쌀에 비해 4배 이상의 섬유소가 함유되어 있는데 섬유소의 섭취는 동맥경화를 비롯한 심장질환·고혈압·당뇨병 등 생활습관병 예방에 도움을 주며 배변을 돕고 장의 연동운동을 도와 변비 해소에도 좋다. 

ⓒ시사저널 최준필
ⓒ시사저널 최준필

6세 미만 아이 성장 부진의 원인 될 수도 

하지만 잡곡밥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잡곡은 정제된 백미보다 식이섬유가 많아 소화에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소화 기능과 치아가 나쁜 노약자나 소화기질환이 있는 사람은 소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잡곡을 갈아 부드러운 죽 형태로 먹으면 소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는 잡곡 속의 칼륨과 인의 체외 배출에 문제가 생겨 혈중 농도가 과다하게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6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 어른에 비해 소화 능력이 떨어져 잡곡을 완전 분해하지 못해 제대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아이들이 밥을 잘 안 먹고 복통을 호소하거나 성장 부진이 나타난다면 잡곡밥이 원인일 수 있다. 따라서 6세 미만의 어린이는 잡곡밥을 피하고 6세 이상은 10% 정도 잡곡을 섞고 서서히 비율을 늘려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쌀과 잡곡의 황금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성인의 경우 밥맛과 영양 균형을 고려하면 쌀 70%에 잡곡 30% 정도가 권장되며, 소화력과 취향에 따라 잡곡 비율은 60%까지 늘릴 수 있다. 잡곡은 쌀에 비해 소화가 잘 안될 수 있으니 천천히 식사하고 더 충분히 씹어야 한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처럼 과거 한국인에게 밥은 주된 탄수화물 공급원이자 에너지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밥 말고도 밀가루, 설탕 등의 형태로도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있다. 잡곡에는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식이섬유·필수아미노산·폴리페놀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고른 영양 섭취를 위해 잡곡밥을 먹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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