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재산분석] 이상직, 32평 반포 아파트에 세무서 근저당권 설정은 왜?
  • 박창민 기자 (pcm@sisajournal.com)
  • 승인 2020.09.21 12:00
  • 호수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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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노조 “이상직, 자녀에 수백억 증여하고도 고용보험금 5억 체납”

“재산은 회사원으로 직장생활을 하던 20여 년 전 내 집 장만 차원에서 마련해 지금까지 거주한 32평(약 115㎡) 아파트가 사실상 전부입니다.” 9월11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을 둘러싼 편법 승계, 탈세 등 여러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 의원은 이날 입장문에서 자신의 재산은 ‘32평 아파트’가 전부라고 밝혔다.

이스타항공 경영 악화에 따른 605명 임직원의 무더기 정리 해고와 250억원 규모의 임금체불 등으로 이 의원 책임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나온 입장 표명이었다. 그러나 그의 해명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이 의원의 자녀들은 수백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총액은 후보자 시절에 신고한 것보다 배 이상 늘어났다.

‘공직선거후보자 재산신고서’와 ‘신규 국회의원 재산신고 현황’ 등에 따르면, 이 의원은 총선 당시 보유재산으로 40억2557만원을 신고했지만, 당선 이후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금액은 212억6731만원이었다. 이 의원 자녀들이 보유한 이스타홀딩스 주식 가치가 3000만원에서 168억원으로 뛰어서다. 이 의원은 장남 2만 주(112억3391만원), 장녀 1만 주(56억1695만원)를 신고했다. 이 의원이 소유한 반포주공 1단지는 현재 근저당권(채권자 전주세무서장)이 설정돼 있다. 채권액은 42억5000만원이다.

이를 근거로 이스타항공노조는 이 의원이 사전에 재산을 자녀나 친인척한테 증여·양도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노조는 “40억원 넘는 세금이 아파트 근저당으로 잡혀 있다는 건 100억원 이상의 돈을 거래했다는 뜻”이라며 “이 의원이 노조로부터 고발되기 전 전주세무서가 아파트에 근저당을 설정한 것도 수상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 측은 이런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원래 국세청에 내야 할 세금이 있었다. 시기가 겹쳤을 뿐이다. 고발 시점에 맞춰 근저당을 설정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전주세무서 근저당권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았다.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사저널 박은숙

친형 명의로 재낙 은닉했다는 의혹도 일어

왜 근저당권이 설정됐는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알려진 게 없다. 세무업계에서는 ‘이 의원이 내야 할 세금’이거나 ‘친인척 세금을 대신하는 과정에서 설정됐을 것’이란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한 세무 전문가는 “지금 당장 세금을 낼 현금은 없지만, 재산이 있는 경우 국세청에서 부동산 등에 근저당을 설정할 수 있다”며 “과거 누군가에게 재산을 증여한 과정에서 부과된 세금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형 명의로 재산을 은닉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친형 이경일씨는 이스타항공 2대 주주인 비디인터내셔널 대표다. 앞서 이 의원은 자녀들의 이스타홀딩스 주식을 사재 출연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비디인터내셔널 지분은 이 의원이 약속한 ‘헌납’ 대상에서 빠진다. 노조는 “만약 현재 비공개로 추진 중인 회사 매각이 마무리될 경우 이 의원 일가는 비디인터내셔널을 통해 수십억원의 매각대금을 챙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고용보험금 5억원을 체납해 직원들이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박이삼 노조위원장은 “자녀한테는 수백억원을 증여했지만, 회사가 내야 할 고용보험금 5억원을 내지 못해 임직원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이 의원 재산이 32평 아파트밖에 없다는 건 믿을 수가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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