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3D 프린터 둘러싼 유해성 논란…발암물질 내뿜는다고?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9.1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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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 나노입자 분당 2000억 개 방출…체내 유해성 지적

일부 학교에 있는 3D(3차원) 프린터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돼 학생·교사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화학물질을 소재로 만든 3D프린터에서 나오는 가스에선 벤젠, 톨루엔, 포름알데히드, 프탈레이트 등 환경호르몬 등 유해물질 나오기 때문이다.

3D프린터ⓒ언스플래쉬
3D프린터ⓒ언스플래쉬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3D프린터 보유 및 유해 프린팅 사용 현황자료’에 따르면, 전국 1184개 초·중·고교에서 유해 프린팅 소재인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을 교내 3D프린팅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 프린터에서 발암물질을 포함한 유해물질이 방출된다는 점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3D프린터에 사용되는 소재의 종류 및 유해 물질 특성 연구’에 따르면, ABS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나노 입자(1/10만㎜ 미만의 초미립자)를 분당 2000억 개 가량 방출시키며 체내 유해성이 지적된 소재다. 특히 ABS는 가스 상 물질로 포름알데히드 등 19종, 입자상 물질은 중금속 크롬 등 5종이 검출되고 있으며 일부 소재에서는 발암성 및 생식독성 등을 나타내는 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최근 과학고에서 3D 프린터를 수업에 많이 활용해온 교사 3명이 희귀암인 육종에 걸리면서 3D 프린터의 안전성 논란이 제기됐다. 강민정 의원실이 진상조사를 위해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전국 초·중·고교 3D프린터 보유 현황’과 ‘3D프린팅 안전관리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였다. 관련 부처들이 일선 학교에 3D프린터를 도입된 지 6년이 지나도록 유해성 여부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기초적인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경우 2018년 연구용역을 통해 현장 배포용 ‘3D프린팅 안전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도 ‘전문가 검토 등 보완작업이 완료되지 않았다’라는 이유만으로 2년째 학교 현장에 배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학교 3D프린터 사용 실태조사를 하루빨리 실시하고 사각지대 없는 안전한 교육환경 구축을 위해서는 교육 당국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울산지역 초등학교 120곳 중 3D프린터 보유 학교 수는 72곳(60%) 가운데 ABS 소재만 사용하는 학교는 2곳(2.78%), ABS 소재·혼용은 3곳(4.17%) 등 총 5곳(6.94%)로 조사됐다. 나머지 67곳은 PLA만 사용하고 있다. 중학교의 경우 64곳 중 3D프린터 보유학교는 45곳이다. 이들 학교에서는 PLA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고등학교는 58곳 중 ABS 소재만 사용하는 학교 수는 2곳(2.78%), ABS 소재·혼용은 7곳(4.17%) 등 9곳(6.94%)로 조사됐으며 나머지는 39곳은 PLA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D프린팅 소재의 유해성이 지적됐지만 울산시교육청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에 대구교육청은 개별 학교에서의 ABS 소재 프린터 사용을 금지했다. 인천시교육청도 3D프린터 사용 시 유의사항을 첨부한 긴급 공문을 개별 학교에 내려 보냈다. 

울산시의회 손근호 의원은 “울산시교육청 직속기관과 학교별로 3D 프린터의 보급이 많이 이뤄져 있고 이를 연계한 수업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향후 3D 프린터의 보급과 프로그램 역시 확대해 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3D 프린터는 동작 중 초미세 입자나 유해물질이 발생하고 인체의 위험성이 있기에 교육청의 대처와 안전 조치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3D프린터 보유 및 유해 프린팅 사용 현황’ 제출받아 발표하고 있다ⓒ강민정의원실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3D프린터 보유 및 유해 프린팅 사용 현황’ 제출받아 발표하고 있다ⓒ강민정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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