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시스템 도입해 ‘美 바이러스’ 차단에 안간힘 쓰는 캐나다
  • 김용호 캐나다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06 14:00
  • 호수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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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국경 맞댄 캐나다, 초기 부실 대응 딛고 바이러스 확산 효과적 억제

캐나다 토론토의 일식당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이정수씨(가명·38)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4월 일자리를 잃었다. 3월 중순 온타리오주 정부가 식당 영업을 제한하는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음식점이 큰 타격을 받았고, 일시 해고를 당한 것이다. 이씨는 ‘코로나 실직자’에게 연방정부가 매달 지원하는 2000달러(약 176만원)로 간신히 생활을 이어왔다. 6월부터 바이러스 확산이 주춤하면서 캐나다 각 지역은 봉쇄를 풀고 경제활동을 단계별로 재개했고, 이씨도 일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최근 캐나다에서 감염자가 다시 슬금슬금 늘어나 2차 경제 봉쇄령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캐나다는 세계 최다 코로나 감염 국가인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과의 항공편은 여전히 열어뒀지만, 육로를 통한 이동은 엄격히 제한한다. 여전히 확산일로에 있는 미국 탓에 캐나다의 공포감은 더욱 큰 상황이다.

9월17일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COVID-19 평가 센터 밖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와 확연히 다른 모습 보인 트뤼도

캐나다의 한인 이민자는 20만 명 수준이다. 물론 유학생을 포함하면 한인사회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캐나다에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1월27일. 중국 우한을 다녀온 토론토의 50대 부부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연방정부와 13개 주정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한인이 가장 많이 사는 온타리오주 보건국은 “지역사회 유행 가능성은 매우 낮다(extremely low)”는 브리핑만 반복했다. 토론토와 인접한 요크 지역 교육청은 ‘마스크를 써야 하지 않느냐’는 학부모들의 문의에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며 등굣길 마스크 착용을 공식적으로 막기까지 했다.

이때만 해도 중국과 한국에서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마치 ‘바다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3월초 한 자릿수에 불과하던 캐나다의 하루 감염자는 4월 들어 1500명 수준으로 폭증했다. 첫 사망자가 나온 3월17일 온타리오주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더그 포드 주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전례가 없는 위기”라며 “50명 이상이 참석하는 종교행사와 퍼레이드 등 공공집회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주정부는 공공도서관과 어린이집, 술집도 문을 닫아야 한다는 행동지침을 내놓았다. 식당은 테이크아웃이나 배달 서비스만 가능했다. 실업자가 급증하는 등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자 저스틴 트뤼도 연방총리도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캐나다인들에게 경제적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가능하면 밖으로 나오지 말고 집에 머물러 달라고 호소했다.

캐나다의 코로나19 초기 대응은 실패작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만, 각 주정부가 3월 중순 이후 비상사태를 잇달아 선포해 강력 대처한 점은 합격점을 줄 만하다. 미국과 사실상 같은 생활권인 이웃 국가이면서도 현재 캐나다가 코로나 감염 피해에서 미국과 뚜렷한 차이점을 나타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미국과의 통계 비교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달리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매일 오전 11시 오타와 총리관저에서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 대응 상황과 경제적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항상 말쑥한 모습만 보이던 트뤼도 총리는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국민 앞에 섰고, “정부가 여러분과 함께하겠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다 같이 이겨내자”며 거리 두기 동참을 호소했다.

연방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직장을 잃은 실업자들에게 월 2000달러의 고용보험 성격의 지원금(CERB·Canada Emergency Response Benefit)을 최장 약 7개월간 지원하고 있다. 학교와 보육시설이 모두 봉쇄되면서 12세 미만 자녀를 돌봐야 하는 부모에게는 돌봄지원기금(CRCB·Canada Recovery Caregiving Benefit)을 주당 500달러씩 최장 26주간 지원한다. 단 소득 60% 이상 감소라는 조건이 붙는다.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는 연방정부가 월 1250달러씩 4개월간 지원했다.

캐나다 정부는 방역이나 자가격리 지침을 어겼을 경우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토론토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탑승했다가 적발되면 195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출입이 금지된 공원에 들어간 시민이 880달러의 벌금을 받은 경우도 있다. 온타리오주 정부는 최근 방역지침을 어긴 단체모임 주최자에게 1만 달러, 단순 참석자에게도 750달러의 벌금을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토론토 한인타운 쇼핑몰 입구에 마스크를 착용해야 들어갈 수 있다는 알림판이 서 있다. ⓒ김용호 제공

한국식 드라이브 스루·모바일 앱 등 채택

코로나19 2차 대유행 위기는 캐나다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5월초 하루 2700명 수준까지 치솟았던 하루 확진자는 8월초 200명 안팎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9월18일 다시 1044명으로 치솟았다. 더구나 지난 3월 봄방학 이후 문을 굳게 닫았던 학교가 9월 새학년부터 수업을 재개했다. 중·고생의 경우 격일제로 등교하며, 그나마 2시간 정도 현장수업을 마치면 집으로 곧바로 돌아가 남은 교과목은 온라인으로 수강해야 한다. 일부 학생은 현장수업을 거부하고 모든 과목을 온라인으로 수강하기도 한다. 하지만 온타리오 일부 고등학교는 벌써부터 교사와 교직원 중 확진자가 나오면서 문을 닫은 경우도 있다.

토론토시는 9월18일부터 실내에서 가능한 단체모임 규모를 50명에서 10명으로, 야외는 100명에서 25명으로 다시 제한했다. 6월말 단계적으로 해제했던 봉쇄조치를 다시 꺼낸 것이다. 존 토리 토론토 시장은 최근 4군데 결혼식장에서 22명의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하자 “결혼식 날짜를 잡은 커플이라도 연기하는 게 좋겠다”고까지 말했다.

캐나다 수도인 오타와 보건국은 이미 2단계 대유행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일 신규 확진자가 60명 이상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타와시청 보건국의 베라 에치스 박사는 9월18일 CTV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난봄 바이러스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했지만 8월 이후 시민들의 긴장이 많이 풀렸다. 2차 확산이 어디까지 커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캐나다 한인사회도 코로나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토론토한인회는 매년 6월께 개최하던 골프대회와 9월말 열리던 평화마라톤대회를 취소했다. 또 토론토한인타운에서 열리던 한가위축제도 올해는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2차 유행이 1차보다 덜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됐고, 누구든 증상이 있으면 무료로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데다 코로나 검사소 확충 등 의료 시스템의 대응이 빨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와 모바일 앱을 통한 확진자 추적 등 한국식 코로나 대응 시스템을 채택하면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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