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관 고래 폐사 고발…울산시장·남구청장 피의자 신분 되나
  • 박치현 영남본부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10.0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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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고래생태체험관 폐사 큰돌고래 부검 결과 ‘폐렴’
큰돌고래 평균 수명 40년 불구, 18년 만에 폐사는 ‘감금’이 원인

수족관 돌고래 폐사와 관련 울산시장과 남구청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울산남부경찰서는 5일 오후부터 핫핑크돌피스 조약골 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수족관 고래 폐사로 단체장이 고발된 것은 처음으로 경찰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들에 수사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핫핑크돌핀스가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관리책임자인 울산시장과 남구청장을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핫핑크돌핀스
핫핑크돌핀스가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관리책임자인 울산시장과 남구청장을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핫핑크돌핀스

이번 사건은 동물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가 지난 7월 22일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큰돌고래 고아롱이의 폐사와 관련해 동물해방물결, 시셰퍼드코리아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과 공동으로 9월 중순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관리책임자인 울산시장과 남구청장을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로 울산지방검찰청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핫핑크돌핀스는 입장문을 통해 "지난 7월22일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폐사한 큰돌고래 고아롱의 사인이 부검 결과 ‘폐렴’으로 밝혀졌다“며 "고아롱은 야생 큰돌고래의 평균 수명 40살까지 살지 못하고 18살에 폐사하고 말았는데 수족관 감금이 폐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수족관 돌고래의 사인이 폐렴 또는 패혈증이 많은 이유에 대해 야생의 바다와 달리 좁고 열악한 환경에서 돌고래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극심하고 이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서로 물어뜯는 등의 행위로 인해 미생물에 감염이 되면 자연상태에 비해 회복이 되지 않고 약화되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족관 고래 폐사는 감금이 원인…단체장들이 동물학대 방치

핫핑크돌핀스는 "국내 고래류 시설에서 가장 많은 9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한 거제씨월드에서 돌고래 폐사 9건 중 7건이 폐렴 또는 패혈증이었다"며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의 돌고래 폐사 8건 가운데 6건이 폐렴 또는 패혈증이었다"고 강조했다.

7월22일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폐사한 큰돌고래 고아롱의 사인이 부검 결과 ‘폐렴’으로 밝혀졌다ⓒ울산남구청
7월22일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에서 폐사한 큰돌고래 고아롱의 사인이 부검 결과 ‘폐렴’으로 밝혀졌다ⓒ울산남구청

수의사인 세계자연기금 이영란 해양보전팀장은 "패혈증, 폐렴 등 세균 원인의 질병이 사인이 된 것은 돌고래들의 면역체계가 약해졌거나 자연적인 무리 생활을 하지 못하는 환경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패혈증은 세균이 온몸에 퍼져서 생기는 병이다. 패혈증은 균이 너무 강하거나, 면역력의 문제가 있을 때 발생을 한다. 신장질환 등도 비슷하다. 질병의 원인은 스트레스나 환경 탓일 수도 있고 개체별 면역력 차이 때문일 수도 있지만 같은 장소에서 반복적인 이유로 폐사를 한다면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은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19년 7월1일 이후에도 같은 해 10월28일 생후 24일된 새끼 돌고래 폐사, 올해 7월22일 고아롱 폐사 등 두 마리의 돌고래가 폐사했다.

핫핑크돌핀스는 "거제씨월드 역시 동물원수족관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8월 두 마리의 큰돌고래가 폐사했다"며 "거제씨월드가 돌고래 폐사건수 최대를 기록했다면 울산에서는 돌고래 12마리 가운데 모두 8마리가 폐사함으로써 돌고래 폐사율 67%로, 국내 고래류 수족관 가운데 가장 높은 폐사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거제와 울산에서 돌고래 폐사가 잦았던 이유는 결국 적절한 서식환경이 제공되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책임자들과 거제씨월드의 고발을 통해 한국에서도 고래류의 수족관 번식과 신규 도입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길 바라며 시설 내 감금된 고래들을 위해 야생 방류 또는 바다쉼터 마련 등의 조치가 마련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핫핑크돌핀스를 비롯한 동물보호단체들은 6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돌고래 폐사 및 동물학대시설 고발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노웅래 의원, 동물 학대 막는 ‘동물쇼 금지법’ 발의

관람을 위해 돌고래, 코끼리, 원숭이 등 동물들을 강제로 훈련시키고 공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위반 시에는 벌칙을 부과해 동물원 및 수족관에 사육 중인 동물의 복지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달 25일 동물쇼를 금지하는 내용의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하 동물원수족관법)을 발의했다. 

노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동물쇼를 완전히 금지하는 조항과 동물 폐사에 대한 보고 의무 강화, 위반 시 벌칙을 부과하는 규정이 담겼다. 노 의원은 동물원수족관법 제7조(금지행위)에 △이용자의 관람을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동물을 훈련하는 행위 금지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운영하는 자는 동물을 이용한 공연 등을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를 어겼을 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겠다는 벌칙도 부과했다. 또 시·도지사에게 제출하는 자료의 목록에 ‘보유 생물의 폐사 및 질병 현황’을 추가하고, 보고 주기를 기존 연 1회에서 반기별 1회로 변경하는 내용도 담았다.

노 의원은 “동물쇼를 위해서는 인위적인 훈련과 학대가 따르기 때문에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생명을 단축시켜 동물복지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싱가포르, 덴마크, 이스라엘 등은 이미 야생동물이 동원되는 모든 동물쇼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진국은 수족관 돌고래를 바다로 자연 방류 시작

선진국은 수족관 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고 있다. 영국 자선단체 ‘시라이프재단’은 아이슬란드 헤이마이섬 ‘벨루가 생츄어리’에서 보호 중인 흰고래(이하 벨루가)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가 지난달 28일 적응훈련장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바다쉼터에서 헤엄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족관에서 벨루가 생츄어리로 이주한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가 9월28일 바다 적응훈련장 울타리를 벗어나 바다쉼터를 자유로이 수영하고 있다ⓒ시라이프재단
지난해 수족관에서 벨루가 생츄어리로 이주한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가 9월28일 바다 적응훈련장 울타리를 벗어나 바다쉼터를 자유로이 수영하고 있다ⓒ시라이프재단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는 3~4살 때 러시아 오호츠크 해에서 포획됐다. 2011년 수족관에 들어온 벨루가들은 약 10년간 흰고래 쇼에 동원됐다. 시라이프재단은 2012년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가 사육되고 있던 창펭수족관을 인수, 이들을 자연으로 방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라이프재단은 “그동안 임시수조에서 지내던 벨루가들은 지난 8월 바다 적응훈련장로 이동해 잘 적응해왔다. 바다수영은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에게 더 넓은 생츄어리의 자연환경을 탐험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작은 한걸음(Little Steps)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벨루가들에게 바다쉼터를 소개하는 작업으로, 벨루가들은 짧은 시간 동안 바다쉼터와 적응훈련장을 오가게 하고 고래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통해 벨루가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내에는 7마리의 벨루가들이 수족관 및 고래류 사육시설에 남아있다. 현재까지 10마리의 벨루가들이 수입돼 전시·체험·쇼에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울산고래생태채험관·거제씨월드·한화 아쿠아플라넷 등에서 벨루가·돌고래 폐사, 동물학대 논란 등이 이어지면서 수족관 고래들을 자연으로 방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우리나라도 수족관 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 동물학대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족관 고래의 폐사 책임을 단체장에게 묻는 사상 초유의 고발사건 수사가 울산에서 진행되고 있다.

동물학대를 단체장들이 방치했다는 핫핑크돌핀스의 주장을 수사당국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울산시장과 남구청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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