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北피살 공무원 유족 호소에도 ‘월북’ 입장 고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10.0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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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국방부에 정보공개청구하기로…“자진월북 주장 믿을 수 없다”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 이아무개(47)씨가 남기고 간 공무원증 ⓒ 연합뉴스
서해 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 이아무개(47)씨가 남기고 간 공무원증 ⓒ 연합뉴스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아무개씨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써 아버지의 월북 의혹을 반박한 가운데, 국방부는 자진 월북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씨 유가족 측은 정부 발표를 신뢰할 수 없다며 국방부에 사건 당시 감청 기록 등 정보 공개를 청구하기로 했다.

문홍식 국방부 대변인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월북과 관련해 해경 중간 수사결과에서 충분히 관련 근거나 설명을 드린 바 있다”며 “저희들은 해경의 중간 수사결과를 현재까지 존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부대변인은 이씨 유족 측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그 분들이 하시는 바가 무엇인지를 들어봐야 될 것 같다”며 “내용 검토 후 답변을 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군 당국으로부터 확인한 첩보 자료와 해상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해경은 지난달 29일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이씨만이 알 수 있는 신상정보를 북측이 소상히 파악하고 있던 점과 이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실족했거나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씨의 아들은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항의 편지에서 “월북이라는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필 편지를 통해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저희 아빠가, 180㎝의 키에 68㎏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8㎞의 거리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가 월북 정황으로 제시했던 ‘A씨의 신상정보를 북한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총을 들고 있는 북한군이 인적사항을 묻는데 말을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는가”라며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면 누구나 살기 위한 발버둥을 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서해 소연평도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이 작성한 자필편지 ⓒ연합뉴스
서해 소연평도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이 작성한 자필편지 ⓒ연합뉴스

아울러 이씨의 형 이래진씨 등 유족 측은 국방부에 감청기록 등 정보공개를 신청하기로 했다. 이들이 예고한 정보공개청구 대상은 A씨 피격 당일인 지난 9월 22일 오후 3시 30분~오후 10시 51분까지 국방부 감청녹음파일(오디오 자료), 9월 22일 오후 10시 11분~10시51분까지 피격 공무원의 시신을 훼손시키는 장면을 녹화한 녹화파일(비디오 자료)이다.

유족 측은 “국방부가 자료를 공개한다면 기존 발표대로 월북 의사표시가 있었는지 여부와 그 목소리가 숨진 이씨가 맞는지, 또 북한군 총구 앞에서 자신의 진의에 따라 발언한 것인지 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씨 아들의 공개편지와 관련해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회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관련 보고를 받은 뒤 “해경이 여러 상황을 조사 중으로, 해경의 조사 및 수색 결과를 기다려보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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