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과 이재명의 대선 경쟁력 비교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08 16:00
  • 호수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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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고구마’ 이낙연 대표는 청년층을,
‘탄산충분 사이다’ 이재명 지사는 호남을 공략하는 게 관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많은 주제가 밥상머리에 올라갔겠지만, 유력한 주제 중 하나는 역시 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것일 게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채 2년도 남지 않았고, 내년 4월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예정돼 있다. 대한민국의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우리 국민들의 관심사다.

여권에서는 이미 보폭을 넓혀가고 있는 두 명의 유력 대선주자가 있다. 한 사람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이고, 또 한 사람은 이재명 경기지사다. 아직 압도적인 경쟁력은 아니지만 지난 몇 개월 동안 두 사람의 투톱 체제로 차기 대선구도는 진행 중이다. 추석 명절 기간 동안 우리 국민들은 두 명의 유력 후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같은 당내에서 두 명의 후보가 자웅을 겨루고 있다는 점에서 2006년 대선후보 구도와 닮아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당시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의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는 치열한 대선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정치적 기선은 박 후보가 먼저 잡았다. 당 대표를 역임하며 친박 조직을 결집한 박 후보가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갔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를 1년 조금 넘게 앞둔 2006년 추석 명절이 결정적 분수령이 됐다. 국민들은 ‘경제 대통령’을 원했다. 샐러리맨 성공 신화를 쓴 후 서울시장까지 역임한 이 후보는 명절 연휴 시점부터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듬해 본선 후보로 최종 결정되는 시점까지 거의 지지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후보들의 경쟁력을 경제 운영 능력으로 평가한 민심은 바뀌지 않았다.

이렇듯 명절 연휴는 민심 변곡점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가족·친지와 지인들이 모여 집단적인 의견 교류를 하는 명절은 시점상 정치적 의사결정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 적어도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인물들이 어떤 경쟁력을 가졌는지는 검토해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 각 당에서 대선후보로 나서는 인물까지 더 광범위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우선 현재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의 경쟁력은 누가 더 나을까. 대선후보의 영향력은 세대·지역·이념 기반에 달려 있다.

세대 경쟁력은 이재명, 지역 경쟁력은 이낙연

먼저 세대별 경쟁력으로 분석할 때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결론부터 놓고 본다면 ‘3040’과 ‘5060’의 대결이다. MBC가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지난 9월27~28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에서 가장 낫다고 생각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물어보았다. 이낙연 대표는 26.4%, 이재명 지사는 23.2%로 각각 나타났다. 초박빙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30대와 40대에서는 이 지사가 조금 경쟁력이 더 있는 편이고, 50대와 60대 이상에선 이 대표가 더 나은 편이다. 사이다 발언을 많이 하는 이 지사는 저연령층에서,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이 대표는 안정감을 무기로 고연령층에서 조금 더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그림①).

그런데 연령대가 높은 세대는 보수 성향이 강한 계층이다. 보수 성향에선 민주당보다 국민의힘 지지세가 더 크다. 즉 본선만 놓고 본다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 지지가 더 경쟁력이 있는 편이다. 이낙연 대표로서는 ‘청년 세대’ 공략이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두 인물의 경쟁력을 가르는 두 번째 변수는 ‘지역 기반’이다. 역대 대선에서 민주 계열 정당의 대선후보에게 가장 중요한 지역은 ‘호남’이었다. 그다음은 ‘수도권’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호남과 수도권이 경쟁력의 기준이 되는 셈이다. 이낙연 대표는 호남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관할 지역인 경기도에서 강세를 보인다. ‘호남’과 ‘경기’의 대결이다. 지역 인구로만 보면 확연히 큰 차이가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까지 감안해서 보면 팽팽하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의 영남 지역 경쟁력은 거의 차이가 없다. 호남은 54.4%가 이낙연 지지층이다(그림②).

민주당에서 호남이라는 상징성과 경기도 이외 지역 경쟁력을 생각한다면 이재명 지사의 과제가 더 커진다. 도정을 하고 있는 경기 지역 지지율이 좋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다른 지역은 이 대표보다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나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국민의힘도 ‘호남 공들이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지사에게 주어진 과제는 호남 공략이다.

 

‘당 대표’ 이낙연이 친문 지지층 확보에 더 유리

두 유력 대선후보에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친문’이다. 즉 이념과 정당 지지층이다. 세 가지 중요한 기준은 진보층, 민주당 지지층, 대통령 지지층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이낙연 대표가 ‘7개월짜리 대표’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대표 선거에 도전한 분명한 이유를 알게 된다. 진보층에서 이낙연 대표는 이재명 지사보다 10%포인트 이상 앞선다. 대통령 지지층에서도 비슷한 결과다.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 대표는 약 51%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 대표가 되면서 당 지지층으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그림③). ‘친문’ 확보의 승자가 누구인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당내 조직 공략과 경쟁력은 이 대표가 다소 유리한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달달한 고구마’와 ‘탄산충분 사이다’의 싸움은 어떻게 될까. 현재 여론조사 결과로 보면 팽팽한 대결 구도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지도 않다. 이낙연 대표는 안정적이면서 답답할 정도로 신중하기 때문에 ‘달달한 고구마’로 곧잘 비유된다. 이재명 지사는 후련한 발언과 행동으로 ‘탄산충분 사이다’로 상징되는 경우가 많다. 시원하게 속을 풀어주는 사이다 같지만 탄산이 과하면 불편해지기도 한다.

대통령 후보를 비교하는 의미 있는 잣대는 세대·지역·이념 기반 경쟁력이다. 세대만 놓고 보면 이재명 지사가 다소 유리해 보이지만, 지역 배경으로는 이낙연 대표가 상징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념과 정당 지지층은 어느 한쪽으로 가파르게 기울어져 있지 않지만 이 대표의 ‘당 대표’ 효과가 묻어 있다. 주어진 과제도 분명해졌다. 이 대표는 ‘청년 세대’를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일이다. 이 지사는 ‘호남 민심’을 어떻게 하면 더 확보할지다. 당심은 의외로 내년 4월 보궐선거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두 사람의 운명을 결정할 첫 번째 이정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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