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은 합리적 과세를 원한다 [김동환의 시론]
  •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09 15:00
  • 호수 161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주식투자자들은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고민거리를 맞게 된다. 바로 대주주 요건을 회피하려는 매물의 출회로 인한 시장 교란 현상이다. 세법상 대부분의 주식투자는 현재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거래할 때마다 0.25%의 거래세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주주로 분류된 투자자들은 양도세를 납부해야 한다. 문제는 대주주의 기준을 어디까지로 봐야 하느냐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연말 기준 종목당 10억원 넘게 보유하면 대주주로 분류된다. 올해 말 3억원까지 그 기준이 대폭 낮아진다. 뜻하지 않게 대주주로 분류돼 세금을 내야 할 처지가 된 사람들은 억울할 것이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에서 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9월7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연합뉴스

서울 기준 아파트 평균값이 현재 10억원을 넘어간다. 3억원어치 주식을 가졌다고 대주주로 분류해 세금을 내라는 것도 불만인데, 더 희한한 것은 그 3억원이란 기준이 직계 존비속 합산이라는 것이다. 본인을 기준으로 조부모와 손자들까지 합산해 종목당 3억원이 넘으면 대주주라는 것이다. 한심한 노릇이다. 3억원이란 기준의 과부족을 차치하더라도 무슨 연좌제도 아니고 직계 존비속을 합산해 과세 대상을 정한다는 게 어느 시대의 발상인지 모를 일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두 가지 고려가 섞여 있다. 첫째는 지난 정부에서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결정하고, 이에 따른 충격을 덜기 위해 실질적 과세 범위를 점진적으로 낮춰왔다. 둘째는 대주주를 비롯한 특수관계자들끼리 편법으로 상속·증여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대주주 범위를 정할 때 예외적으로 직계 존비속의 합산 개념을 도입했을 것이다. 두 가지 판단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나름 합리적인 판단이고 절차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정작 2023년에 전면적인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실시하기로 한 상황이 되고 보니 두 가지 고려점이 상충돼 불합리한 과세 제도가 된 것이다.

먼저 2023년부터 전면적인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하면서도 수익금 기준 5000만원까지를 비과세하기로 했다. 하지만 제한적인 범위의 과세를 실시하는 2021년과 2022년은 주식 보유금액 기준을 3억원으로 매우 낮게 정하면서도 5000만원이라는 면세 기준을 부여치 않음으로써 단계적인 과세 범위 확대와 완전한 과세라는 정책의 로드맵이 뒤죽박죽돼 버렸다. 여기에 직계 존비속 합산이라는 전혀 다른 정책적 고려가 뒤섞이면서 불합리한 과세로 전락한 것이다.

모든 국민에게는 납세 의무가 있고 또한 수익이 발생한 곳에는 예외 없이 세금을 내야 하는 원칙도 모르는 바 아니나 세금을 걷는 방법과 절차는 일관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다만 그 일관성이라는 것이 납세자 즉 국민의 편에서 징세의 논리가 일관돼야 한다는 것이지 세금의 징수자, 즉 정부 입장에서 징세 방법의 일관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가 경제적 위기를 초래하고 그 징후로 발생한 주식시장의 폭락 상황에서 단기간에 급속도로 유입된 자금은 지난 3월 이후 우리 경제가 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 더 크게 추락하는 것을 막아냈다. 그 효과가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을 제약해 투기 열풍을 가라앉히는 순기능을 한 게 사실이다. 아직도 우리 가계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예적금이며 그중에서도 투자처를 못 정한 이른바 부동자금 성격의 단기 금융상품의 비중이 매우 높다.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낸 사람이 여럿 나오고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벌써 과열을 걱정한다. 일부 종목과 산업군에서 거품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 주식시장의 과열을 걱정해 세금으로 시장을 옥죌 정도인가 생각해 보기 바란다. 오히려 자본시장을 키우고 우리 기업들이 장기 투자자금을 여유 있게 수혈받아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정책적 배려를 더 해야 하지 않을까? 명분도 실익도 없는 3억원 대주주 요건을 강행해 과세의 합리성도 잃어버리고 모처럼 찾아온 자본시장 활성화 기회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