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이 평년보다 춥다고 전망하는 네 가지 이유
  •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0 15: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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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냐 현상으로 추위 일찍 찾아오고 혹한 나타날 가능성

겨울 바다를 좋아하는 필자는 시베리아고기압이 확장하는 날 군산 앞바다를 찾곤 했다. 혹한과 함께 매섭게 추운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으면 피조개를 많이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겨울이 되어도 이제는 혹한의 추위를 만나기 어렵다. 올겨울에는 혹 피조개를 잡으러 갈 수 있으려나?

지난해 겨울은 이례적으로 따뜻했다. 전국 평균기온이 영상 3.1도로 평년보다 2.5도나 높았다. 기상관측 사상 최고기온을 보이면서 가장 따뜻한 겨울로 기록됐다. 지구온난화가 우리나라 겨울을 빼앗아 간 것이다. 그런데 올겨울은 심상치 않다. 10월 하순부터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중부 내륙지방이 영하권을 기록하더니 11월 초순에도 또다시 차갑고 건조한 시베리아고기압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확장해 왔다. 

ⓒ시사저널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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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예측기관들, 올겨울 추위 전망

왜 이렇게 추위가 일찍 찾아온 것일까? 가장 큰 원인으로는 라니냐(동태평양의 적도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은 저수온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돼 생기는 이상 현상)의 영향과 함께 북극 빙하가 많이 녹았고, 북극 진동(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극소용돌이가 수십 일 또는 수십 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 음의 상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베리아고기압이 이례적으로 강해지면서 우리나라로 남하해 이른 추위를 몰고 왔다. 

그렇다면 올겨울은 어떨까? 세계기상기구(WMO)는 10월29일 라니냐가 발생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올겨울 북반구가 평년보다 추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라니냐로 인해 일시적인 냉각 효과는 있겠지만 긴 혹한이 이어지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은 10월15일 올겨울엔 전형적인 라니냐의 영향을 보이겠다고 전망했다. 동북부 지역은 평년보다 춥고 습할 것이나 남부 지역은 평년보다 따뜻하고 건조할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10월26일 발표한 3개월 기상 전망에서 올겨울엔 역대 가장 따뜻했던 지난해 겨울보다는 추울 것으로 전망했다. 11월과 12월에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고 1월엔 평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평균기온은 평년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주기적으로 또는 장기간 한파가 닥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봤다. 

기상청과 다른 독자적인 예보를 하는 민간 기상예보 회사인 케이웨더는 올겨울이 평년보다 추울 것으로 예상했다. 몇 가지 근거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라니냐다. 적도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는 세계적으로 많은 기상이변을 일으킨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우리나라에는 추운 겨울이 오는 경우가 더 많다.

1980년 이후 라니냐는 총 9회 발생했다. 이때 겨울철 평균기온을 보면 6번은 평년보다 추웠고 3번은 평년보다 따뜻했다. 최근 들어 지구온난화 영향을 많이 받고 있지만 확률상 라니냐의 영향으로 올겨울은 평년보다 추울 것으로 예상한다. 

북극 빙하가 너무 많이 녹은 것도 한 원인이다. 국제빙설센터(NSIDC) 분석에 따르면 2020년 7월 평균 해빙 범위는 728만㎢로 역대 가장 적은 빙하 면적이다. 1981~2010년의 7월 평균보다 무려 84만6000㎢나 적다. 특히 우리나라 겨울철 추위에 영향을 미치는 카라-바렌츠해와 랍테프해의 빙하가 많이 녹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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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빙하도 많이 녹아 겨울 한파 예상 

북극 빙하 최고 권위자인 피터 와담스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는 2018년 ‘세계 평화의 날’ 행사에서 빙하가 많이 녹으면 겨울 혹한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그는 “북극의 찬 공기와 적도 부근의 더운 공기 사이를 가로지르며 서에서 동으로 빠르게 흐르는 것이 제트기류인데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으면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약해진 제트기류는 직선으로 흐르지 못하고 구불구불 사행(蛇行)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북극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남쪽의 더운 공기가 북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겨울 한파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이유는 우리나라에 한파를 불러오는 시베리아 지역의 눈 덮임이 평년보다 많다는 점이다. 시베리아 지역에 눈이 많이 덮일 경우에는 햇빛이 반사되면서 차가운 공기가 대기 중에 축적되어 추운 대륙성고기압이 강해진다. 이 고기압이 동아시아 지역으로 내려오면서 강추위가 발생한다. 미국 럿거스대학 기상연구소의 글로벌스노랩(GSL·Global Snow Lab) 자료를 보면, 시베리아고기압이 주로 발생하는 몽골 지역의 눈 덮임이 평년보다 많아 차가운 시베리아고기압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네 번째 이유는 북극 진동이다. 북극 진동은 북극에 있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극소용돌이)가 수십 일 또는 수십 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북극 기온이 높아지면 남과 북의 온도 차가 줄어들어 상층 제트가 느슨해지면서 중위도로 한기가 남하한다. 올여름 우리나라 상공에 찬 공기가 위치하면서 최장의 장마를 발생시킨 주범이 북극 진동이다. 10월에 북극 진동이 음의 지수로 돌아서면서 추위가 일찍 왔다. 우리나라는 올겨울에 북극 진동이 음의 지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에 추울 가능성이 크다.

계절 예보를 내기 위해 참조하는 자료는 정말 많다. 위의 네 가지 자료를 제외하고 다른 자료들은 올겨울이 따뜻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예보를 결정할 때는 수많은 자료와 함께 통찰력(Insight)을 활용한다. 케이웨더는 9월말에 올겨울 예보를 발표했다. 평년보다 이른 11월부터 겨울 추위가 온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12월부터 1월까지는 평년보다 기온이 낮겠고 2월도 평년과 비슷하거나 낮을 것으로 보인다. 몇 차례 강한 혹한도 예상된다. 시베리아고기압이 자주 우리나라로 확장해 오면서 바람도 평년보다 강하게 불겠다. 중부지방에는 평년과 비슷한 정도의 눈이, 서해안이나 제주도 지역에는 평년보다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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