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란 “내년이 지금보다 좋아진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2 08:00
  • 호수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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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비상대책위원장 기모란 교수 “백신 나와도 문제 전부 해결되지 않아”

우리는 막연하게나마 내년엔 코로나19 상황이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더 나아가 코로나19 유행 이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국내외 전망은 ‘낙관’보다 ‘비관’ 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비상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예방의학 전문의)는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에 대한 기억은 차츰 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유는 한마디로 현 상황을 역전시킬 ‘무기’가 없기 때문이다. 백신을 기대해 보지만, 백신이 언제 나올지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감염 예방효과를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내년 중반까지 광범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오히려 코로나19는 더 확산할 전망이다. 세계 인구가 밀집한 북반구가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국내에서도 수능시험, 크리스마스, 연말 모임, 설날 등 사람 이동이 빈번한 일들만 남았다. 

코로나19 유행 초기만 해도 10명 단위였던 하루 감염자가 지금은 100명대를 넘나든다. 얼마 전 1 이하였던 R값(감염재생산지수)은 어느새 1.38이 됐다. 수도권의 R값은 1.15다. 이 값이 1 미만일 때 감염병 전파가 사그라든다. 그런데 현재 상태는 꾸준한 상승세다. 지금 추세라면 내년에 이 수치는 200명대에 진입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11월1일 새로운 방역체계를 발표했다. 기존 최고 단계인 3단계 기준을 하루 확진자 수 ‘100~200명 이상’에서 ‘800~1000명 이상’으로 조정했다. 하루 1000명의 확진자가 나올 상황을 대비한 것이다. 이 경우 모든 감염자를 병원에서 치료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경증 환자를 재택 격리하는 내용을 담은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다. 의료계를 포함해 각계 전문가들이 모인 생활방역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기 교수와 코로나19 상황과 전망을 주제로 대담을 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은 어떻게 마련됐나. 

“보건복지부는 기존 3단계를 5단계로 확대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생활방역위원회 위원들이 모두 반대했다. 최고 단계가 3단계에서 5단계로 바뀌고, 단계별 내용까지 변경되면 국민이 이해하는 데 혼란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기존에 임시로 사용해 왔던 1.5단계와 2.5단계를 추가하는 것이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해 개편안을 마련했다. 또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하루에 수만 명씩 확진자가 발생하지도 않은 상태여서 세밀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도 반영했다.”

개편안이 방역에 더 효과적일까. 

“단계보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면 1~1.5단계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크리스마스, 수능시험, 연말연시 등 특별한 일이 있어 감염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1.5단계로 격상하는 지역도 생길 것이다.”

각종 행사와 모임이 많은 올겨울 인플루엔자 유행을 어떻게 전망하나. 

“겨울은 여름보다 마스크를 착용하기가 다소 편해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 유행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인플루엔자는 남반구와 북반구를 번갈아 가며 유행하는데 이번 남반구 겨울에 인플루엔자가 크게 유행하지 않았다. 현재 외국에서 유입되는 인플루엔자도 거의 없다. 요즘은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코로나19 검사를 받거나 격리한다. 이런 점들을 종합할 때 올겨울 인플루엔자 유행은 지난겨울처럼 조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올겨울 코로나19는 지난 대구나 서울의 집단감염 때처럼 유행할까. 

“하루 확진자가 10명 단위로 나오던 초기에 우리는 하루 100명씩 발생하지 않을까 의심했다. 그러나 지금 그렇게 됐다. 물론 지난 2~3월 대구와 경북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을 빼면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감염자가 낮은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8월15일 광복절 집회 이후 베이스라인이 높아졌다. 20~30명이던 하루 확진자 수가 지금은 50~100명이 된 것이다. 이렇게 베이스라인이 높아진 상태에서 지금과 같은 증가 폭이면 800~1000명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연말연시이고 겨울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날 일만 남았다.”

3단계로 격상할 만큼 큰 피크가 올 수도 있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방심하면 3단계 상황을 맞지 말란 법도 없다. 예컨대 전국적인 모임으로 3단계가 촉발될 수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때 우리는 크게 당했지만 서울 구로 콜센터, 쿠팡 물류센터, 이태원 클럽 등지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는 접촉자를 넓은 범위에서 추적하고 검사해 잘 관리했다. 문제는 8월15일 집회였다. 수도권 감염자의 70%가 그 집회 이후 발생했다. 앞으로 집회가 늘어날 것 같다. 특히 60대 이상이 감염되면 젊은 사람보다 증상이 중해 병원과 중환자실에서 치료받아야 한다. 우리는 광복절 집회 때 수도권 중환자실에 여유가 없어 혼란을 경험했다. 그래서 최근 중환자실 인력과 시설을 늘렸고 코로나19 중환자가 폭증할 것에 대비해 중환자실 몇 개는 항상 비워두도록 했다.” 

하루 800~1000명씩 감염자가 발생할 때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우리는 감염자를 생활치료센터와 병원에서 치료한다. 외국은 감염자의 90% 이상을 집에 격리한다. 예를 들어 감염자가 1만 명이라면 병원에서 치료받은 사람은 1000명 정도이고 나머지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9000명은 집에서 버티는 상황이다. 유럽도 처음에는 모든 환자를 병원에 입원시켰으나 환자가 급증하자 중환자실 확보 차원에서 재택격리를 대폭 늘렸다. 우리도 하루 800~1000명의 감염자가 발생하면 재택격리를 할 수밖에 없다. 이를 대비한 매뉴얼을 준비 중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표시 ⓒ시사저널 임준선

국민이 재택격리를 받아들일까. 

“이미 재택격리를 요구하는 사례가 있다. 2~3세 아이가 확진된 경우다. 아이가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에 입원하면 부모도 따라간다. 아이는 무증상인데 가둬두니 답답해 칭얼대고 부모도 나름대로 고충이 크다. 이런 경우는 집에서 격리하도록 해 달라는 요구가 있다. 사실 아이가 감염되면 부모도 감염된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부모도 재택격리를 한다든지, 조부모가 있는 가정은 재택격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등의 세부적인 지침을 만들고 있다.”

아이들 학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자 지방 학교로의 전학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맞벌이 가정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면 도우미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다. 또 아이가 교실 수업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그래서 웬만하면 교실 수업을 하도록 했다.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 학교는 어렵겠지만 지자체에 따라 밀집도가 낮은 학교는 계속 교실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코로나19 상황은 올해보다 좋아질까.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우리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경험하면서 병원, 요양병원, 요양원이 위험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코로나19 유행이 시작하자마자 그런 취약시설부터 열심히 관리했고 다행히 큰 전파는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위험이 찾아왔다. 신천지 대구교회, 서울 구로 콜센터, 쿠팡 물류센터, 이태원 클럽, 광복절 집회 등은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위험요인이었다. 그 후 콜센터는 재택근무로 전환해도 된다는 사실을 알았고 핼로윈데이 때 자발적으로 영업을 중단한 업체도 있었다. 앞으로 학습하지 못한 어떤 위험요인이 다가올지 모르므로 내년 코로나19 상황이 지금보다 좋아진다고 단언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올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심해질 수도 있나.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요양원은 직원 출입을 철저히 관리했고 외부인의 면회도 금지했다. 몇 개월 지나니 경각심이 풀어졌고 이후 지속적으로 감염자가 발생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하루 확진자가 3~4명만 나와도 깜짝 놀라곤 했지만 지금은 100명씩 나와도 무덤덤하다. 즉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위험요인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느슨해지는 경각심이 문제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사람이 모이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교회, 집회, 학회 등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는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19 유행 이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예전에 냇가에서 가재나 물고기를 잡았던 일상을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에 대한 기억은 차츰 사라질 것이다. 감염 방지를 최우선 순위에 둔 세상이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 과거 미국과 유럽은 페스트나 스페인 독감 등을 겪을 때 마스크를 쓰고 거리 두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니 그들은 마스크 착용이나 거리 두기를 잘하지 않는다. 이처럼 지금의 상황을 잊으면 감염병은 또다시 찾아올 것이다.”

자국 발생을 없앤 뉴질랜드처럼 짧고 굵은 방역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뉴질랜드는 전통적으로 감염병이 잘 퍼지지 않는 곳이다. 도시를 제외하고는 집 사이가 멀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 아무튼 뉴질랜드와 호주는 초기부터 상점을 폐쇄하는 등 과하게 방역했다. 그리고 섬나라 특성상 해외 유입도 잘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경제가 심하게 흔들렸고 국민의 반발도 심해졌다. 베트남과 몽골도 자국민의 입국까지 막을 정도로 국경 봉쇄를 강하게 했다. 우리는 중국과 일본과 가깝고 왕래하는 내국인이 많아 우리 국민의 입국을 막을 수 없다. 무역 비중이 커서 경제를 포기할 수도 없다. 경제를 포기한 채 강한 방역으로 국내 발생을 0명으로 만든다고 해도 그 상태를 유지하려면 계속 강한 방역이 필요하다. 그래서 호주가 현재 힘들어한다. 노력 대비 효과를 생각해야 한다. 100의 노력으로 소득이 10인 경우와 50의 노력으로 8의 소득을 얻을 수 있다면 당연히 후자가 유리하다. 우리는 후자를 택한 상태다. 먹고사는 것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강한 방역을 주장하지만 당장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어떻게 보는가. 

“세계보건기구 자료를 보면 하루 20만~30만 명이던 확진자가 현재 50만 명대로 늘어난 후 유지되는 추세다. 그러나 사망자는 답보 상태다. 코로나19 관리에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치료제도 없는데 사망자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치명률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우리도 치명률이 1.7% 정도인데 이 수치는 대부분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때문이었고 서울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때는 사망자가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60대 이상이 많이 참가한 8월15일 집회 이후 사망자가 늘어났다. 유럽도 처음에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사망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앞으로 전 세계 감염자는 꾸준히 늘어나겠지만 큰 사건이 없는 한 사망자는 많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해외 유입을 잘 방어하고 있나. 

“잘하고 있다. 다만 지자체의 부담이 크다. 지자체가 자가격리로 관리하는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해외에서 온 사람들이다. 고양시도 하루 40~50명의 해외 입국자가 검사를 받는다고 한다. 입국할 때 공항에서 발열 체크만 하고 이상이 없으면 지자체에 가서 검사받도록 한다. 문제는 입국 후 2~3일 동안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과 접촉한 후 검사받는 경우다. 그래서 지자체는 공항에서 모든 입국자를 검사하고 그 결과를 지자체에 보내주면 좋겠다고 한다. 아직은 입국자 수에 비해 양성률이 높지 않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의 감염자가 늘어나면 우리도 확진자가 증가할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의 개발 상황은 어떤가. 

“마라톤 초반전과 같아 어떤 것이 완주할지 모른다.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것이 30개 정도이고 그 가운데 8~9개가 임상 3상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는 임상 1상 중인 것이 1개다. 문제는 백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폐로 가기 전에 코 부위에서부터 증식하기 시작한다. 항체가 막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독감 백신도 그 효과가 50% 내외밖에 되지 않는다. 다만 폐렴이나 사망을 막는 데 백신이 도움이 된다. 백신은 감염 자체를 예방하는 것과 감염 후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 있는데 코로나19 백신은 감염 자체를 예방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가시권에 들어온 치료제는 있는가.  

“치료제는 만들기가 훨씬 어렵다.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던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고 있지만 그렇게 효과적이지는 않다. 렘데시비르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것이 아니어서 증상이 없는 초기나 바이러스가 모든 장기로 퍼진 뒤에는 효과가 없다. 그 중간쯤에 사용하면 안 쓴 것보다 조금 나은 정도다. 그래서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사람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제가 개발 중이다. 특히 효과가 좋은 항체만 골라 만드는 항체치료제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앞으로 코로나19 방역에서 개선할 부분은 무엇일까.

“그룹별 소통이 필요하다. 대부분은 미디어를 통해 방역 관련 정보를 접하지만 일부는 그런 정보를 접하지 못하거나 의학적 판단이나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부류가 있다. 따라서 노인이나 장애인 같은 취약계층에 대한 소통이 필요하다. 또 노인 돌봄 문제가 있다. 무조건 집에만 있으라고 하니 노인의 치매, 자살, 우울증이 증가한다. 일부는 교회, 방문판매, 집회에 가서 감염되는 사례가 늘어난다. 노인이 복지관, 주간보호센터, 경로당, 요양원에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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