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임’ 김봉현 “국가 대외비도 (갖고) 있다” 체포 前 녹취록
  • 유지만·조해수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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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보고용으로 만든 산자부 대외비 문건 빼냈다”
“산자부 게이트” 언론에 흘리라고 지시...관심 돌리려 한 듯

시사저널은 ‘라임자산운용펀드(라임) 사태’로 구속기소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체포되기 전 최측근과 통화한 녹취록을 단독 입수했다. 통화 녹취는 김 전 회장이 도주 중이던 올해 3월20일과 체포되기 3일 전인 4월20일에 이뤄졌다. 김 전 회장이 최근 공개한 옥중편지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이 녹취록은 체포 전 김 전 회장의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을 보여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녹취록에는 △체포 전 여당 정치인에 대한 선택적 폭로 △여당 정치인에 대한 로비 △도주 중 검찰 측에게 도움을 받은 정황 및 검찰 로비 △산업통상자원부 로비 등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시사저널은 이를 연속 보도한다.

 

김 전 회장의 체포 전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산자부 인맥을 통해 ‘대외비’인 대통령 업무보고용 문건을 빼냈고, 수원여객 측 이아무개 씨는 산자부의 대통령 업무보고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임종석 당시 비서실장과 사진을 찍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이를 “산자부 게이트”라고 말하면서 언론에 흘릴 것을 최측근 A씨에게 지시했다. 김 전 회장은 청와대까지 포함된 이슈를 언론에 흘리면서 자신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돌리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봉현 : 지금 여기서 제일 중요한 팩트는 뭐냐 하면 그건 대외비야.

A씨 : 네, 네.

김봉현 : 그거 뉴스 나와 버리면 끝나 분다고(끝나 버린다고). 철저하게 기선제압 해야 된다잉?

A씨 : 네, 네.

김봉현 : 내가 “국가 대외비도 있다”고 해가지고, 넌 청와대로 지금 산자부로 몰으라고(몰라고). 산자부 통해서 올라가게.

A씨 :네, 알겠습니다.

김봉현 : 그래야 너그(너의) 형이 빠져나간다잉.  

A씨 : 알겠습니다.

김봉현 : 응, 저쪽으로 싹 몰아버리라고.

A씨 :  알겠습니다.

김봉현 :  저 이○○이 쪽을 불 질러야 될 거 아니야. 니가 그건 (언론에) 아예 얘기도 안 했지?

A씨 : 예.

김봉현 : 그러니까 지금 여기서 출발하면 산자부 게이트까지 이렇게 돼서, 전기차 위시(爲始)로 해서 울산 그것까지 있다 해가지고. 거기는 팩트가 있다, 그 사진이랑 대외비 자료까지 다 있다. 그걸 싹 (언론에) 해 주라고.

A씨 : 알겠습니다.

 

실제로 시사저널은 지난 3월경 김 전 회장의 측근 B씨의 제보를 통해 “[단독] 라임 투자사, 산자부와 유착 의혹…'대외비' 대통령 보고서 빼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B씨는 김 전 회장 측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올라온 산자부의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전략(안)’과 2018년 산자부 신년 업무보고회에서 이씨가 문 대통령-임 전 실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 회사 부사장이 산자부 직원과 접촉해 빼낸 대통령 보고 문서. 오른쪽 상단에 대외비를 뜻하는 표식이 찍혀있다. ⓒ시사저널
김봉현 전 회장 측 관계자가 산자부 직원과 접촉해 빼냈다고 한 문서. 오른쪽 상단에 '대외주의'라 찍혀 있다. ⓒ시사저널

사모펀드 운영사인 스트라이커캐피탈매니지먼트(스트라이커)는 2018년 3월, 라임에서 270억원 빌려 수원여객을 인수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과 관련 있는 전 수원여객 관계자와 공모해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월까지 회삿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녹취록에 나오는 이씨는 당시 스트라이커 대표다.

수원여객 사건에 깊숙이 관여했던 김 전 회장의 측근 C씨는 “수원여객 관계자가 버스 관련 보조금 지원 확대 등을 위해 산자부 현직 공무원, 지방자치정부 공무원, 국회의원 등에게 로비했다”면서 “(이를 통해) 청와대 보고용 대외비 자료를 사전에 무단 유출했으며, 이씨는 VIP(대통령) 행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진술은 검찰 수사팀에도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3월경 시사저널에 “수원여객 측이 ‘산자부 실무과장과 통화했다’며 ‘수원시장에게 예산지원을 독려해보고 (산자부가) 올해가 안되면 내년 추경 편성을 노력해보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보고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수원여객은 2019년 1월31일, 수원시와 ‘친환경 전기버스 보급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2019년 내에 전기버스 100대를 보급하는 것이 목표다. 협약에 따르면, 수원시는 수원여객이 전기버스를 구매할 때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영차고지 부지를 사용하고,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도 약속했다.

시사저널은 청와대에 이씨가 대통령 업무보고회에 참석한 경위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산자부도 입장 요청에 대해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시사저널의 녹취록 보도에 대해 변호인을 통해 “사실무근이고, 누가 통화한 것인지도 모르겠고, 얼토당토않은 소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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