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MLB의 화수분?…올겨울엔 누가 미국으로 복귀할까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5 11:00
  • 호수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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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브룩스·롯데 스트레일리·KT 로하스 등 꼽혀

포스트시즌이 한창인 KBO리그가 최후 승자를 가리기 위해 막판 스퍼트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야구팬의 시선은 벌써부터 올겨울 스토브리그로 향하고 있다. 각 팀들마다 전력에서 중요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복귀설 또는 진출설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들어 KBO리그를 거쳐 다시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용병 선수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당장 지난해 두산 베어스의 우승에 큰 기여를 한 MVP 조시 린드블럼은 곧바로 밀워키 브루어스와 3년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에 재입성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브룩스 레일리도 지난해까지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었던 선수다.

그 외 메릴 켈리(전 SK 와이번스), 에릭 테임즈(전 NC 다이노스)와 같이 MLB 재진출 성공 사례가 부쩍 늘어나며 미국 현지에서 KBO리그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분명히 변화가 생겼다. 즉 KBO리그에서 충분히 기량을 발휘하며 상위권 성적을 내는 선수들에 대해 국내에 들어와 있는 해외 구단 스카우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리포트를 받으며, 이들 중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선수가 있는지 시간을 두고 관찰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겨울에도 메이저리그 구단이 주목할 만한, 그래서 국내 구단의 속을 태울 외국인 선수로는 누가 거론되고 있을까.  

올겨울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한국에서 뛴 자국 선수들에게 평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된 마이너리그 경기의 영향이 크다.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도 60경기로 축소 운영되며 마이너리그 시즌 자체는 아예 취소되었다. 한창 젊은 나이에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물론 정규 시즌 개막 전 4주간 ‘서머 캠프’라는 훈련 형태를 통해 마이너 유망주들을 저울질하고 시즌 중에도 자체 청백전을 통해 기량 향상을 꾀했지만, 시즌 100경기 이상을 치르는 상위 마이너 시즌 자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기대만큼의 기량 성장 및 점검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 뛴 외국인 선수들은 144경기를 모두 치르며 꾸준히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고, 국내 리그를 통해 더 발전된 모습도 어필할 수 있었다.  

 

KIA 브룩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관심받아

국내에서 활동하는 복수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를 통해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선수는 KIA 타이거스의 애런 브룩스다. 시즌 중 예기치 않은 가족들의 교통사고로 시즌을 마감하지 못하고 본국으로 복귀한 브룩스는 메이저리그에서 4년간 3개 팀에서 뛰었던 선수다. 하지만 통산 9승13패 평균자책점 6.49로 메이저리그 경력을 이어가기에는 부족한 성적이었다.

반면 KBO리그에서는 23경기에 선발 등판해 11승4패 2.50이라는 뛰어난 성적에 이닝당 출루 허용률도 1.024로 리그 최정상급 수치를 기록했다. 9이닝당 볼넷 허용은 단 1.4개에 불과했고 안타 허용도 7.8개로 수준급이었다. 그와 상대해 본 국내 타자들은 입을 모아 154km까지 나오는 투심도 위력적이지만 체인지업이 제대로 들어올 때는 거의 ‘언터처블’급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사실 브룩스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당시에도 구속과 컨트롤은 현재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큰 찬사를 받지 못했던 체인지업이 KBO리그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는 평가를 들으며 현지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올해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균형 잡힌 성장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경험도 있고 구위와 컨트롤도 안정적인 브룩스는 당장 내년 시즌에 팀 내 하위 선발 혹은 불펜 롱맨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 스트레일리 ⓒ연합뉴스

메이저리그 8년 경험 지닌 스트레일리도 가능성 거론

올 시즌 롯데의 에이스로 활약한 댄 스트레일리 역시 관심을 받는 선수다. 이미 메이저리그 8년 경험을 쌓은 베테랑에 3번이나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KBO리그에서도 31경기에 출장해 15승4패 2.50이란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경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32세의 나이가 무엇보다 장점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부진했던 2019년 볼티모어 오리올스 시절만 제외하면 거의 제 몫을 해냈다.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파워투수는 아니지만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안정적인 컨트롤 그리고 국내에선 많이 선보이지 않았지만 현지에선 꽤 높은 평가를 받은 체인지업도 여전히 위력적이다. 단, 아직 메이저리그 기준 FA 자격이 없는 브룩스에 비해 스트레일리는 FA 자격을 갖춘 선수이고 몸값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는 점이 장애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두산 베어스의 원투 펀치 크리스 플렉센과 라울 알칸타라 역시 눈길을 받는 선수다. 플렉센은 높은 릴리스 포인트, 150km 중반대까지 나오는 빠른 볼과 낙차 큰 커브가 강점이다. 그가 3년간 뛰었던 뉴욕 메츠도 그에게 4·5선발급 투수로의 성장을 기대했지만 지난 3년간 9이닝당 평균 7.1개의 볼넷을 허용해 낙제점을 받았다. 하지만 KBO리그에서는 2.5개로 안정적이었다.

오클랜드 에이스의 유망주 출신 알칸타라 역시 160km의 빠른 볼을 앞세우며 올 시즌 국내 리그에서 최고의 투수에 등극했다. 그 역시 오클랜드 시절 구위와 컨트롤이 따로 논다는 평가를 들었지만 국내에선 9이닝당 1.4볼넷으로 그런 모습을 지워버렸다. 특히 과거 너무 많은 구종을 던지며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구종 정리를 통해 한층 위력적인 모습으로 불식시켰다. 이들의 빅리그 재진입 여부는 국내에서 보여준 안정적 컨트롤이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도 통할 수 있느냐 하는 현지 구단의 확신 여부에 달려 있다.

KT 로하스 ⓒ연합뉴스

타격 4관왕 로하스, 4년 전 테임즈 연상시켜

타자 중에서는 KT 위즈의 멜 로하스 주니어가 단연 첫손에 꼽힌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없지만 국내 리그 3년간 꾸준히 성장하며 올 시즌 4관왕으로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올 시즌 유력한 MVP 후보이기도 하다. 2015년 국내에서 타격 4관왕으로 MVP를 수상한 뒤 2016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테임즈를 연상시킨다. 스위치 타자로 좌우 타석의 편차가 작고 파워와 정확도를 갖춘 선수다. 반면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무해 선뜻 손을 뻗치기에는 위험 요소가 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결국 자신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엔 미국에서 전성기가 많이 지난 퇴물급 선수나 메이저리그에 올라갈 가능성이 낮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주로 국내로 유입됐다면, 이제는 아직 도전할 수 있는 젊은 선수나 단순히 팀 내 선수층 문제로 플레잉 타임이 아쉬운 선수들이 속속 한국의 문을 두드리며 MLB 재복귀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유입되는 추세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국내 야구 경쟁력을 키우는 주된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면서 예전엔 실력 미달의 용병들을 퇴출시키기에 바빴던 국내 구단들이 이젠 실력 있는 용병들을 어떻게라도 붙잡기 위해 애를 태우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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