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정치인 윤석열?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naver.com)
  • 승인 2020.11.16 09:00
  • 호수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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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1위를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를 제쳤습니다.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여야 모두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여권은 과거와 지금의 말과 행태가 너무 달라 ‘내로남불’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비판하기에도 지칠 정도입니다. 추미애-윤석열 갈등도 임계점을 넘었습니다. 야권에는 신뢰할 만한 인물이 없습니다. 행태도 과거와 달라졌다는 믿음을 주지 못합니다. 그러니 눈길을 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세간에서 ‘대권주자 윤석열’ 얘기가 나온 지는 좀 됐습니다. 정치권에서 산전수전 겪은 인사들 중에서도 “정치는 생물”이라며 윤 총장의 출마 가능성을 말하는 이가 드물지 않습니다. 저는 윤 총장이 차기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다음 몇 가지입니다.

우선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결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윤 총장은 지난 10월22일 국정감사장에서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지난 4·13)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얘기가 나왔을 때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전해 주셨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도 윤 총장의 거취와 관련해 직접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문재인-윤석열의 관계는 변곡점을 넘지 않았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대통령이 윤 총장을 해임하거나 윤 총장이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또 ‘대권주자 윤석열’의 인기는 여권에 비판적인 흐름에 힘입은 것입니다. 스스로 정치적인 자산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생긴 지지가 아닙니다. 봄날 신기루와 같습니다. 게다가 순전히 개인 차원의 인기입니다. 여당은 껄끄러우니 비판적이고 야당은 시선을 빼앗아가니 떨떠름해합니다. 그렇다고 제3세력을 기대하기도 난망합니다. 비빌 언덕이 없습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이에 더해 윤 총장은 ‘검사’입니다. 1994년부터 검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5년 이상 검사 그것도 주로 특수부 검사로 있었습니다. 국회의원도 아닌 대통령에 나온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정치인 윤석열’을 전망하는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는 흐름입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를 쓴 송창섭 기자는 정치를 바라보는 윤 총장의 생각이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검찰 주변에서 나온다고 전합니다. “생각이 정리되면 경우에 따라 나설 수도 있다”는 한 법조인의 관측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정치권의 보수 세력과 충청권, 중도층을 중심으로 퍼져 가는 지지 움직임도 예사롭지는 않습니다. ‘윤석열 대권주자 1위’는 여야 모두에게 딜레마를 안겨 줍니다.

두고 볼 여지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윤석열 현상’은 정치권이 만들어낸 신기루입니다. 여야는 검찰을 도구화하는 정치 말고 민생에 주목하는 애민정치를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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