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아닌 새 인물 찾는 김종인 [유창선의 시시비비]
  • 유창선 시사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6 14:00
  • 호수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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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앞 다가온 서울시장 선거…‘지지율 강세’ 국민의힘, 후보 지리멸렬 이유

서울과 부산의 광역단체장을 선출하는 보궐선거가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2022년 대선의 전초전이 될 두 선거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추행 의혹으로 인한 궐위에 따라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여당에는 수세적, 야당에는 공세적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탄핵 정국 이후 선거마다 연패 행진을 해 온 국민의힘으로서는 비로소 회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실제로 두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들도 나와 야당 쪽을 고무시키고 있다.

그런데 희한한 광경은 야당의 승리 가능성이 상당히 있는, 결코 나쁘지 않은 선거임에도 야권 서울시장 후보의 윤곽이 아직 오리무중인 상태다. 국민의힘의 강세가 예상되는 부산에서는 야당 후보의 난립 현상이 빚어지고 있지만, 혼전 가능성이 큰 서울에선 아직까지 눈치 보기만 이어지는 상황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뉴시스

‘올드보이’들만 거론…참신한 인물 없어 고민

국민의힘이 겪는 어려움은 한마디로 인물난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부동산·세금 문제로 인해 서울 민심이 정부·여당으로부터 많이 돌아선 것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어지간히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면 상당한 바람몰이가 가능한 선거다. 그런데 그 ‘경쟁력’ 있는 후보를 찾는 일이 만만치 않은 것이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이다. 일단 인지도가 높다고 하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김선동·이혜훈·지상욱 전 의원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명되지만, 모두 총선에서 패한 인물들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고 있는 오 전 시장도 이제는 ‘올드보이’ 소리를 듣는 위치가 되어버려, 본선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 안고 있는 딜레마는 서울 시민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후보감 대다수가 참신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이는 3선의 박원순 시정이 파행으로 끝난 이후 이제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바람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조건을 의미한다.

국민의힘이 처한 이 같은 딜레마를 읽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야권의 새 혁신 플랫폼을 제안했고, 이는 신당 창당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관심도 없고 혼자 하면 하는 것”이라며 아예 무시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김 위원장이 안 대표에 대해 일관되게 냉담한 태도를 보여온 것은 그의 정치적 자질과 능력에 대한 근본적 불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안 대표는 야권의 대선 후보감도, 서울시장 후보감도 아니라는 것이 김 위원장의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마당에 안 대표의 제안을 받아 야권의 재편이나 신당 창당을 협의한다는 것은 3석짜리 정당 대표 좋은 일만 시켜줄 뿐, 국민의힘으로서는 소모적인 씨름만 반복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을 법하다.

그동안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대표와의 연대나 영입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던 국민의힘 의원들도 신당 창당 방식에는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안 대표가 국민의힘으로 입당하거나, 아니면 일단 독자 출마한 뒤 국민의힘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치는 선택지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두 가지 모두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이미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3위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바 있는 안 대표가 다시 3위가 되기 쉽고 야권 분열 소리까지 듣는 독자 출마를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자신이 판을 주도하기에는 안 대표의 정치적 위상과 영향력이 전과 같지 않다. 국민의힘은 일단 ‘안철수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공천과 선거 준비를 진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사저널 박은숙

여성 후보 윤희숙·조은희 눈길…금태섭도 거론

국민의힘 입장에서 안철수는 ‘계륵’과 같은 존재다. 그냥 내버려두기도, 그렇다고 덜컥 손을 잡기도 부담스럽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안철수 아닌 다른 대안을 통해 중도 표심을 확장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 승패의 열쇠는 중도층의 손에 쥐어져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신의 고정적 지지층만 갖고는 승리할 수 없다. 좌-우, 진보-보수 같은 이념적 기치를 버리고 합리적인 정책으로 중도층의 마음을 잡는 쪽이 승리하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야권의 새로운 후보감으로 가장 눈길을 끄는 사람이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다.

윤 의원은 초선임에도 민주당의 ‘임대차 3법’ 단독 처리에 반대하는 ‘5분 연설’이 반향을 일으키면서 일약 주목받는 신인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전세난은 윤 의원의 경고가 맞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경제학을 전공한 학자 출신의 이력을 살려 정책을 갖고 합리적인 비판과 견제를 하는 새로운 야당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  아직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초선 의원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여성이면서 경제정책에 능한 후보감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성추행 의혹 파문으로 치러지는 선거이기에 이번에는 여성 서울시장이 되어야 한다는 여론을 감안하면 조은희 서초구정창도 눈여겨볼 만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 유일의 야당 구청장이라는 점, 2선의 서초구청장이고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했다는 이력, 업무능력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평판이 좋다는 점 등은 두 여성 후보감 사이에 볼 만한 경쟁을 낳을 수도 있을 것이란 얘기다.

당 밖으로 눈을 돌리면 무소속 원외 인사이기는 하지만, 얼마 전에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도 야권의 지지 기반을 중도층으로 확장시키는 데 적합한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그는 보수정당 친화적인 정치인은 아니었지만, 여당에 실망해 등 돌린 부동층을 끌어들일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을 탈당해 곧바로 국민의힘 후보 경쟁에 뛰어드는 행보는 역풍을 부를 수도 있고 승산도 적을 것이기에, 금 전 의원 또한 독자 출마를 모색하다가 야권의 후보 단일화 모색에 합류할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과 세금 문제로 서울 민심이 정부·여당으로부터 많이 돌아선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 민심이 국민의힘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들이 보여준 것이 아직 미약하다. 시민들에게 새로운 감흥을 일으킬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비로소 그들이 대안으로 선택될 수 있을 것이다. 빤한 인물들로 빤한 선거를 치르게 되면 아무리 집권세력이 못마땅한들, 야당을 대안으로 택하는 데 주저하게 된다. 그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역시 후보다.

이명박이나 박근혜라는 이름을 연상시키지도 않고 합리적인 정책 능력과 포용적인 공감 능력을 가진 후보가 등장할 때, 서울 시민들은 여기가 4·15 총선 때 막말 퍼레이드를 벌이다 폭망한 그 당이 맞느냐고 물을 것이다. 파격을 동반한 담대한 변화 여부에 야당의 사활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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