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친구’ 바이든이 아니다” 불편한 중국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5 10:00
  • 호수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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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9일 중국 베이징의 외교부 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이 열렸다. 기자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살폈다. 먼저 미국 CNN 기자는 중국 지도자가 다른 나라와 달리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왕원빈 대변인은 “바이든이 당선을 선언했다는 것에 주목한다”면서 “대선 결과는 미국의 법률과 절차에 따라 확정된다”고 말했다. 뒤이어 언제쯤 축하 메시지를 보낼지에 대해 “우리는 국제 관례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이런 반응은 아직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도널드 트럼프를 의식한 답변이었다.

2015년 9월24일 워싱턴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바이든 부통령과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AP 연합
2015년 9월24일 워싱턴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바이든 부통령과 레드카펫을 걷고 있다. ⓒAP 연합

외교부 대변인들은 이전에도 “미국 대선은 미국의 내정이기에 중국은 어떠한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이 날도 로이터통신 기자가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중국을 비판했던 점을 지적하자, 왕 대변인은 “중국은 국가주권, 안보, 발전이익을 수호한다”면서 “미국도 상호 존중과 내정 불간섭의 원칙을 지켜 달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원론적인 중국 정부 답변과 달리 전문가들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 정부의 속내를 대신 드러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외교 고문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가 11월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가진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스 교수는 “바이든은 대선 내내 중국에 적대적 태도를 보였고 트럼프와 다르게 미·중 관계에 접근할 것이라는 어떤 신호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2월 민주당 후보 토론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을 ‘폭력배’라고 지칭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고립시키고 응징하는 국제 공조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기간에는 중국이 신장(新疆)에서 벌이는 위구르족 탄압을 ‘집단학살’이라고 표현했다. 무엇보다 바이든 캠프는 홍콩, 티베트, 신장 등의 인권 문제에 대해 트럼프 캠프보다 훨씬 더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스 교수는 이런 바이든 당선인의 성향을 지적하며 “중·미 관계가 매우 나쁜 상태이기에 지금은 축하 인사를 건네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 전문가인 댜오다밍 인민대 교수는 더욱 노골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댜오 교수는 11월9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며 “중국이 미국의 정권 교체기에 일부러 나서서 바이든 캠프와 교류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이 향후 중국을 겨냥해 도발한다면 단호하게 맞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정부의 대중 정책에 대해서 중국은 동맹을 강화하면서 포위전략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타임스는 10일 논평에서 “바이든정부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서 유럽, 일본, 한국 등 우방국들을 단결시켜 이념적 동맹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일각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바이든 당선인은 중국에 부과된 관세를 철회하지 않고 놔둔 채 추가 협상을 위한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국수주의 성향이 강한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자지로, 중국 지도부의 대외 인식을 종종 드러낸다.

그렇다면 중국은 향후 바이든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까. 당분간은 바이든 당선인과의 사적 인연을 강조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당선인은 1979년부터 중국을 4차례 방문했다. 그 과정에서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 등 역대 최고지도자들과 회견했다. 또한 2011년부터 시진핑 주석과도 여러 차례 단독으로 만났다. 따라서 일부 중국 언론은 바이든 당선인을 ‘오래된 친구’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강조한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이 과거엔 시 주석에 대한 호감을 밝혔지만, 최근 생각이 완전히 바뀐 점에 중국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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