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팎의 시선 “승부수 던진 윤석열, 결국 정치할 것”
  • 김태은 머니투데이 기자 (taien@mt.co.kr)
  • 승인 2020.11.13 13:00
  • 호수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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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보다는 식물총장으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 분석도

윤석열 검찰총장이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올라서면서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는 딜레마에 빠지는 듯한 모습이다. 윤 총장의 정치적 부상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폭주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냐, 검찰을 정치 한가운데로 끌어들이는 법치주의의 후퇴냐, 두 가지 답안을 놓고 혼란스럽다.

10월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 말미에 윤 총장의 발언이 숙제를 던졌다. 퇴임 후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담은 그의 답변은 우선 사퇴와 해임, 수사와 감찰 압박에 내몰리고 있는 현재 상황과 맞물려 정교하게 계산된 발언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윤 총장을 오래 지켜봐온 일부 검찰 출신 인사 사이에서는 윤 총장이 결국 정치에 대한 뜻을 굳히고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기류가 읽힌다. 윤 총장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검찰 간부는 “입 밖으로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총장이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 거라고 보는 사람이 상당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정무 감각이 뛰어난 분이기 때문에 총장 퇴임과 정치 일정을 고려해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고 말했다.

10월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10월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법조계 오랜 불문율 “검찰총장은 정치 안 한다”

정치를 작심했다기보다는 최대한 여론의 지지를 방패막이 삼아 정권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지휘하려는 승부수란 의견도 있다. 윤 총장이 내년 7월까지 임기를 지키겠다고 말했지만 연말을 넘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시각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윤 총장이 국감에서 할 말은 다 했다고 본다”며 “퇴임 후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긴 것은 정말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라기보단 ‘살아 있는 권력’에 맞선 검찰총장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식물총장’으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정무 감각을 발휘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은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명제는 법조계의 오랜 불문율이다. 외풍으로부터 검찰 조직을 지켜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검찰총장이 퇴임 후 정치판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무너뜨리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가 윤 총장의 정치 참여 가능성에 반신반의하는 이유는 결국 윤 총장의 정치가 ‘검찰총장의 정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한계 때문이다.

반면 보수 성향이 짙은 법조계 인사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먼저 깬 쪽은 문재인 정부고 법치주의의 훼손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 심각하다는 위기감이 크다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현 정권의 법치주의 파괴가 너무 심하다 보니 정권 교체를 통해 이를 막는 것이 더 시급하다며 윤 총장이 대선에 나서는 것을 정당화하는 법조인도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검찰 내부에선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윤 총장 체제하에서 롤러코스터 같은 인사 파동을 몇 번씩 겪으며 검찰이 정치 한가운데 서게 된 상황 자체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검찰을 떠난 한 전직 검사장급 간부는 “문재인 정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만들고 윤 총장과 ‘윤석열 사단’을 주요 수사 대상으로 공언하면서 검찰이 보복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이 정치를 하게 되면 검찰 조직의 갈등이 계속될 공산이 크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윤 총장이 정치권으로 진입했을 때 과연 성공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현재 윤 총장의 지지층은 야권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데 앞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사례와 자연스럽게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황 전 대표처럼 실패하지 않기 위한 갖가지 시나리오들이 나돌고 있다.

그중 하나가 윤 총장의 외부 태스크포스팀(TFT)이 만들어져 ‘제3지대’에서 세(勢)를 형성해 야권 통합 후 대선에 나설 것이란 시나리오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정책 등에 실망해 비판의 목소리를 활발하게 내고 있는 진보진영 인사들의 이름들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과 가까운 법조계 인사들로부터 나오는 이야기는 다르다. 외부 TFT 같은 건 들어본 적이 없다는 반응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윤 총장의 외부 TFT라는 것 자체가 국민의당 쪽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아직 검찰 내 ‘특수통’ 출신 참모들과 법조계 인맥들이 윤 총장에게 정치적 조언을 주로 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그중 첫 번째로 꼽히는 인물은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다. ‘적폐 수사’ ‘조국 수사’ 등 윤 총장의 선봉장에서 ‘검언 유착’ 의혹으로 수사까지 받게 되며 윤 총장과 ‘정치적 공동체’가 됐다는 것이다. 약 두 달 전 윤 총장과 절친한 한 법조인이 윤 총장에게 정치에 나설 뜻이 정말 있느냐고 물었을 때 윤 총장이 “정치는 한동훈이 해야지”라고 답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만큼 한 검사장에 대한 윤 총장의 신뢰가 깊다는 뜻으로 이해했다는 게 이 법조인의 설명이었다.

 

한동훈·이원석 검사장이 핵심 참모…조상준 전 검사도 주목

이원석 수원지검 차장검사(검사장)도 윤 총장의 핵심 참모로서 윤 총장이 정치를 하더라도 반드시 필요로 할 인사로 꼽힌다. 이 검사장은 윤 총장이 검찰총장에 임명되자마자 비서실장 격인 대검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는데 사실상 ‘추미애 라인’ 검사장들에 포위돼 ‘나홀로’ 국감에 나서야 했던 윤 총장은 국감 직전 이 검사장을 만나 국감에 필요한 사항을 점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사단’ 중에선 유일하게 검찰을 떠난 조상준 전 서울고검 차장검사의 역할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검찰 바깥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윤 총장의 정치 활동을 도울 수 있는 상황이란 점에서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근무 경험이 있어 이 인맥을 바탕으로 정치권 인맥을 넓혀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전직 중에는 정상명 전 검찰총장과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이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정 전 총장은 윤 총장이 50세의 늦은 나이에 결혼했을 때 주례를 서는 등 윤 총장 부부와 두터운 친분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에 지명될 당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남기춘 전 지검장은 윤 총장과는 대학교 때부터 막역한 사이였으며 검찰에서도 ‘특수통’ 계보를 함께 했다. 검찰 밖에서는 서울대 법대 동기인 서석호 김앤장 변호사와 판사 출신인 문강배 태평양 변호사 등이 각별한 사이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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