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말에 휘둘리는 상황 개탄스러워 제보했다”
  • 유지만 기자 (redpill@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3 10:00
  • 호수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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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녹취록 제보자’ 대리인 방정현 변호사 “진실 밝혀지기를 원한다”

시사저널은 제보자 A씨로부터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와 관련된 녹취록을 입수했다. A씨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방정현 변호사가 창구였다. 그는 A씨로부터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입맛에 맞는 폭로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해 들은 뒤, A씨의 동의를 얻어 시사저널에 김 전 회장과 A씨 간의 통화녹취록과 함께 A씨의 편지를 제공했다. 시사저널은 12일 방 변호사를 만나 그간의 상황에 대해 인터뷰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A씨로부터 편지를 받은 건 언제쯤인가

“김봉현 전 회장이 옥중 편지 형식으로 언론에 폭로한 이후에 받았다.”

A씨가 편지를 쓴 이유는 무엇인가.

“김 전 회장이 언론에 편지를 통해 폭로한 내용을 보니, 선택적으로 폭로한 것 같았다고 했다. 본인 유리한 대로 여론을 끌기 위해 폭로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의 실체에 대해 A씨는 어떻게 평가하나.

“김 전 회장은 실제로 전방위적인 로비를 했다고 한다. 붙잡힌 후에는 자기가 유리한 쪽으로만 폭로한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본인 스스로 여당 의원들에게 로비한 내용을 퍼뜨리라고 지시했는데, 이제 와서는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야당과 검찰 인사를 폭로한다고 지적했다.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정부·여당과 언론의 태도에 분노했다고도 했다.”

A씨의 요청으로 만나게 된 것인가.

“그렇다. 대략 내용을 전해 듣고 A씨를 만났고, 실제 녹취를 듣고 A씨의 진정성을 믿게 됐다. 이후 면밀히 검증한 뒤 시사저널을 통해 기사화하게 됐다. 제보자가 보도 이후 덧붙이고 싶은 말을 편지로 전해 준 것이다.”

A씨가 어떤 입장을 보였나.

“A씨는 ‘이 사건이 김봉현의 입김에 좌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진실이 투명하게 밝혀지길 바란다’고 했다. 편지 내용과 같은 입장이다.”

 

김봉현 녹취록 제보자 “언론과 검찰보다 김봉현 더 믿는다는 말에 충격”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진심 어린 사과·재발방지책 원해”

시사저널은 제보자 A씨를 통해  ‘라임자산운용 펀드(라임) 사태’로 구속 기소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체포되기 전 최측근과 통화한 녹취록을 단독 입수했다. 이 녹취록은 체포되기 전 김 전 회장의 ‘날것’ 그대로의 생각을 보여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녹취록에는 △체포 전 여당 정치인에 대한 선택적 폭로 △여당 정치인에 대한 로비 △도주 중 검찰 측의 도움을 받은 정황 및 검찰 로비 △산업통상자원부 로비 등에 대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제보자 A씨는 최근 방정현 변호사를 통해 시사저널에 편지를 보내왔다. 이 편지에서 A씨는 자신의 신분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녹취 공개가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사고 싶지 않다”면서 “이익도 바라지 않는 동시에 녹취 공개로 인한 피해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누군가의 말처럼 모든 것이 정치로 뒤덮여 버렸다”면서 “‘언론과 검찰보다 김봉현의 말이 더 믿을 만하다’는 댓글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이 녹취가 다시 사건에 집중하게 하는 단초가 되길 소원한다”고 강조했다.

편지 전문 

녹취를 공개하면서 두 가지 부분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녹취를 방정현 변호사를 통해 ‘익명으로’ 공개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녹취 공개가 제보자 또는 누군가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오해를 사고 싶지 않습니다.

• 그 어떤 이익도 바라지 않음과 동시에 녹취 공개로 인한 피해도 원하지 않습니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취를 공개하는 이유입니다.

• 진상규명과 책임이 있는 사람에 대한 처벌,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과 같은 것들은 요원해 보이고, 누군가의 말처럼 모든 것이 정치로 뒤덮여 버렸습니다.

• ‘언론과 검찰보다 김봉현의 말이 더 믿을 만하다’는 댓글에 충격을 받습니다.

• 오늘 공개되는 이 녹취가 누군가의 사사롭고 불순한 의도를 모두 걷어내고, 다시 사건 자체에 집중하게 하는 단초가 되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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