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文 정부에 한·일 관계 개선 요구할 것”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8 08:00
  • 호수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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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08년 바이든 美 대통령 당선인과 독대했던 박진 국민의힘 의원

“바이든의 당선은 한·미 관계 정상화를 의미한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은 조만간 시작될 바이든 시대에 대해 확신에 찬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바이든의 대표적 한국 인맥으로 주목받는다. 2008년 3선 의원으로 외통위원이었던 박 의원은 국회 한미의원외교협회 단장 자격으로 미국에 건너가 바이든 당선인(당시 미 상원외교위원장)과 독대했다.

박 의원은 “(만남 당시) 바이든 당선인은 한·미 동맹이 중요하다는 걸 잘 인식하고 있었다”며 “(바이든 당선인이) ‘북한 비핵화를 위해선 원칙에 입각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박 의원은 바이든의 당선이 한·미 관계, 북한 비핵화 문제 등에서 트럼프 행정부 때와 다른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했던 북·미 정상 간 ‘톱다운(하향식)’ 방식이 아닌 원칙에 입각한 실무협상으로 내실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보텀업(상향식)’ 방식으로 바뀔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는)시간이 걸리더라도 제재와 압박, 그리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박 의원은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도 “바이든 당선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의 협력을 중요시한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아시아 지역 동맹 강화 차원에서 (우리 정부에) 한·일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에 대한 요구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사저널은 11월12일 국회에서 박 의원과 만나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 및 세계의 변화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시사저널 박은숙 

2008년 바이든 당선인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당시 한·미 관계와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바이든 당선인은 한·미 동맹이 중요하다는 걸 굉장히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바이든 당선인이 2006년에 있었던 북한의 1차 핵실험과 관련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고 나서는 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안 된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선 원칙에 입각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게 기억에 남는다.”

 

바이든 당선인은 어떤 사람이었나.

“인품이 온화하고 사고가 합리적이며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이 많다고 느꼈다. 2008년 당시 바이든 당선인은 나이가 스무 살가량 어린 초선 상원외교의원이었던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부터 부통령직을 제의받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가 웃으며 했던 말 중 ‘후배 정치인(오바마)으로부터 부통령직을 제의받을지 몰랐다. 대통령은 역시 빨리 도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껄껄 웃으면서 이야기한 게 기억에 남는다(웃음). 그로부터 12년 만에 꿈을 실현한 거다. 대단한 인내심과 집념의 정치인이다.”

 

바이든 시대 미국은 안팎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시대의 개막은 미국 국내 정치뿐만 아니라 국제 질서, 특히 동북아시아 지역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세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아닌 다자주의에 입각해 동맹과의 협조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면서 대외 정책을 펼칠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관계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트럼프 행정부 4년 동안 한·미 동맹은 여러 도전에 직면했다.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권 전환, 주한미군 주둔, 한·미 연합훈련 등 주요 동맹 현안마다 양쪽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은 한·미 동맹을 ‘피로 맺어진 동맹’이라고 표현하면서 한·미 관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한 동맹 현안에 대한 논의는 일방적인 압박이 아니라 빠른 시일내에 합리적인 결론이 나올것으로 전망한다. 바이든 당선은 한·미 관계가 정상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북한 비핵화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겠나.

“북한 비핵화를 한다는 명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했던 북·미 정상 간 담판 위주의 ‘톱다운’ 방식은 이제 어려울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기 위해 원칙에 입각한 실무협상으로 내실 있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보텀업’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보여주기식의 정치적 ‘리얼리티쇼’는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재와 압박 그리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본다.”

 

우리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보나.

“한국의 선택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비위를 맞추는 대북 유화정책을 지속하고, 종전선언만을 강조하며 우리 정부의 입장을 무조건 설득하려 든다면 바이든 행정부와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워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동맹 현안, 북핵 문제, 인권 문제 등 모든 현안에서 새로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와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만 우리 정부가 바이든 당선인 측과 심층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마련되어 있는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박진 국민의힘 의원 ⓒ박진 의원실 제공 

국회 외교통일위원으로서 우리 국회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과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나. 

“지금이야말로 초당적 의회 외교의 부활이 중요하다. 조만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초당적 방미단을 꾸려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미 간 정치적 대화를 위한 의원 외교를 강화하고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한 노력에 힘을 모아야 한다. 다만 현재 미국 대선 이후 후유증이 가라앉지 않고 있고 시기적으로 민감한 만큼 방문시기는 미국 내 정치 상황을 면밀히 지켜본 후에 가능한 일정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일 관계에도 영향이 있을까. 

“한·일 관계는 현재 바닥에 와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3국의 협력을 중요시한다. 문재인 정부의 ‘친일 청산’ 구호와 감정 외교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일본에는 스가 정부가 출범했고 미국에는 바이든 시대가 시작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시아 지역 동맹 강화 차원에서 한·일 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에 대한 요구를 할 것이다. 한·미·일 3국이 긴밀하게 협력하면 안보 면에서도 큰 도움이 되고 경제적으로도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커다란 변화의 파도가 몰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 재정립이 필요하다.” 

 

향후 국제정세와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예측하나. 

“이제 바이든 시대가 개막함에 따라 국제 질서와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설 것이다. 대한민국에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가져올 거라고 본다. 현재 국제사회는 코로나 바이러스 펜데믹 상황 속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기술 패권 경쟁으로 ‘미·중 신(新)냉전’ 속에 있다. 21세기에 새로운 보건 방역의 도전과 지정학적 도전 및 한반도를 둘러싸고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는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주변국에 대한 전략적 접근과 해외시장 다변화를 위한 선택이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화웨이 거래를 금지 조치하며 우리 기업인 삼성, SK하이닉스는 화웨이와의 반도체 거래를 중단하는 상황에 처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미·중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중국으로부터 야기될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경제적 의존을 줄이면서 새로운 수요자와 시장개척을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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