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진’, 청송 넘어 대한민국 명품 사과로
  • 원용길 영남본부 기자 (bknews12@naver.com)
  • 승인 2020.11.22 15:00
  • 호수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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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에 브랜드 상표 등록…고급 사과 시장 No.1 효과

8년 연속 경상북도 최우수 축제이자 대한민국 대표 사과 축제인 청송사과축제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취소됐다. 3000여 사과 농가와 청송 군민, 관광객들이 즐겁게 어울렸던 청송사과축제도 코로나19의 파고를 비켜가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청송사과축제 등 매년 다채로운 홍보 이벤트를 통해 청송 사과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왔던 청송군과 사과 재배 농가는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최고의 청송 사과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새로운 수요 창출과 신규 시장 공략을 위해 청송군은 현재 황금사과로 불리는 ‘시나노골드’ 품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황금진’이라는 브랜드를 특허청에 상표 등록하면서 황금사과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것이다. 황금사과는 사과 소비가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층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청송사과유통센 ⓒ청송군
청송사과유통센터 ⓒ청송군

‘오픈마켓’ 등 다양한 홍보·판촉 전략

청송 사과 홍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과 스폰서십을 체결해 경품으로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대도시 대형 할인매장이나 ‘오픈마켓’과 제휴를 맺고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다.

청송군은 지난해 10월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치러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개막전에서 ‘2019 한국시리즈 청송황금사과의 유혹’이란 주제로 행사를 열어 서울 시민과 관람객들에게 황금사과를 포함해 청송 사과 3만 개를 맛보게 했다. 이 같은 홍보 이벤트는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도 청송군은 코로나19에 흔들리지 않고 더 적극적인 홍보·판촉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구경북능금농협 청송경제사업장은 10월9일부터 11일까지 현대백화점 목동점 등 4개 지점에 처음으로 황금사과를 출시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황금사과를 선도적으로 육성·공급하고 있는 청송현서농협 관계자는 “같은 황금사과라도 타 지역산에 비해 품질이 우수해 사과 하면 청송이라는 이미지와 ‘황금진’ 브랜드의 고급스러움이 더해졌다”면서 “이미 대도시 매장들에선 청송산 황금사과 물량을 미리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청송 사과 추출물이 함유된 마스크팩 ‘예쁘니까 사과해’는 지난 8월부터 농·축협 하나로마트와 로컬푸드에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 마스크팩은 청송군농업기술센터와 ㈜리더스코스메틱이 공동으로 개발한 것으로 청송 사과에서 주 원료를 추출해 항산화 기능과 미백 기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청송군의 주 소득 작목인 사과로 만든 청송 사과 마스크팩 판매를 통해 새로운 소득 창출과 청송 사과의 우수성을 더 많은 시장에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며 “앞으로도 가공사업 활성화로 농산물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통 및 공급 체계에도 큰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청송군은 매년 행정안전부의 지방 공기업 평가에서 최하위에 머물렀던 부실 공기업 ‘청송사과유통공사’를 정리해 유통센터로 탈바꿈시켰다. 이를 위해선 군민들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이에 청송군은 당시 공청회를 통해 운영체계 변경의 필요성과 향후 계획을 주민들에게 직접 설명해 공감대부터 만들었다. 또 유통센터 운영사업자 선정 평가에 농민단체 대표를 참여시켜 현재 위탁운영자인 ‘영농조합법인 송원APC’를 직접 뽑게 하는 등 농가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

청송사과유통센터로 바뀐 뒤 현동APC는 기존의 APC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주왕산APC는 숙원 사업이었던 공판장을 개설해 처리 물량 확대, 농가 판로 다변화, 물류비 절감 등 지역 사과 재배 농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도록 운영체계를 개편했다. 이로써 청송군은 전국적 사과 과잉 생산 시대에 대비해 산지 유통 시스템 재정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청송군은 2018년산의 경우 만생종 사과 3065톤을 수매(매취 922톤, 공선 846톤, 일반수탁 1297톤)해 군 전체 생산량의 5% 정도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청송사과유통센터로 바꾼 뒤 현동APC는 2019년산 만생종 사과 4300톤, 청송군 농산물 공판장은 1900톤을 취급했다. 청송군 전체 생산량 6만929톤의 10%에 이르는 물량을 소화한 것이다. 또 올해부터 청송 사과의 품질을 청송군수가 보증하는 ‘청송사과 품질보증제’를 시행해 소비자들이 청송 사과를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위부터 시계 방향 현대백화점 황금진 판매부스, 청송 사과로 만든 '예쁘니까 사과해'마스크팩, 청송 사과를 홍보하는 윤경희 청송군수 ⓒ청송군
위부터 시계 방향 현대백화점 황금진 판매부스, 청송 사과로 만든 '예쁘니까 사과해'마스크팩, 청송 사과를 홍보하는 윤경희 청송군수 ⓒ청송군

농산물 택배비 지원으로 농가 소득 향상에 기여

지난해부터 벌이고 있는 각종 정책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농산물 택배비 지원 사업이다. 사과를 APC나 공판장에 출하하는 것보다 소비자와 직거래하면 최소 50% 이상의 추가 소득이 생긴다는 것에 착안해 청송군은 지난해 4월부터 지역에서 생산된 모든 농산물의 택배비를 지원하고 있다.

사과를 비롯한 지역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직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한 이 사업에는 청송 군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현재 청송군은 농가당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늘어난 10억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현금 대신 지역화폐인 ‘청송사랑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농산물 택배비 지원 사업은 직거래를 통한 농가 소득 보전과 지역 상권 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방편이다. 효과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인근 지자체들도 벤치마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윤 군수는 “남들이 해 놓은 것을 그저 따라 하기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경영논리를 접목한 정책만이 청송 사과를 최고의 브랜드로 유지하고, 농가 소득을 안정시키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또 청송군은 올해부터 농가 부담을 줄이고 직거래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농특산물 포장재 지원 사업의 규모와 종류를 확대해 농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청송군은 또 다른 큰 꿈을 꾸고 있다. 바로 남북 농업교류협력사업이다. 윤 군수는 “지금까지 축적된 사과 재배기술을 북한에 이전해 청송사과원을 조성한다면 ‘통일사과’ 또는 ‘평화사과’라는 브랜드와 ‘국민사과’라는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브랜드 가치 상승은 물론 사과 소비와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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