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설마 설마 했는데...” 전남대병원 본관 폐쇄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7 15: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본원 1동 전체 병실 코호트 격리, 전남대병원 가보니
광주·전남 핵심 의료시설에 드리운 ‘코로나19 그림자’
지역민 충격…“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 망연자실

“설마 설마 했는데 전남대병원까지 뚫렸네요.”

전남대병원 인근 가게 주인 A씨(여·53세)는 원망 섞인 푸념을 했다. 17일 오전 10시쯤 광주 동구 학동 전남대병원 본원 1동 출입구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인근 도로변까지 200m 가량 긴 행렬을 이룬 외래환자와 보호자 등 내방객들은 입을 다문 채 굳은 표정으로 애태우며 출입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내방객들은 1시간쯤 지난 뒤 전해진 전남대병원 측의 1동 전체 병실에 대한 동일집단 격리(코호트) 결정 소식에 “이 정도야”라며 망연자실했다. 특히 지역 거점 의료기관인 전남대병원에서 대규모 감염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뼈아파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병원, 지역 최대 병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날 아침 일찍 나주에서 병원을 찾은 김아무개(남·59)씨는 본관 폐쇄 소식에 “이게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17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본원 1동을 찾은 내방객들이 출입문이 열리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17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 본원 1동을 찾은 내방객들이 출입문이 열리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광주·전남 핵심 의료시설인 전남대병원 11층짜리 1동(본관) 건물 전체가 17일 오전 9시부터 2주간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코로나19로 인해 병원 기능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진 것이다. 국가지정 치료병상까지 운영하는 지역 대표 대학병원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코로나19 환자 치료는 물론 지역 의료 체계 전체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았다. 

전남대병원 측은 이날 오전 광주 동구 학동 전남대병원 본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동 3층부터 11동 병실을 격리한다고 밝혔다. 외래와 응급실 진료 중단도 오는 22일까지로 연장한다. 현재 총 1028병상 중 경증 환자를 중심으로 지역 종합병원 20여 곳에 300여 명이 전원조치 됐고, 386명이 병원에 입원 중이다. 이 중 코호트 격리 대상인 1동 입원 환자는 154명이다. 

김성진 병원장 직무대행은 “병원이 감염 확산의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돼 있고 의료진 등 직원들의 자가격리가 급증해 정상적인 진료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직무대행은 “의료진 확진자 발생 이후 외래진료, 수술, 응급실 등 진료가 중단돼 매우 송구스럽다”며 “지역민들에게 불편함을 끼쳐 죄송하며, 진료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1월 17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에서 병원장 직무대행 김성진 진료처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원내 감염에 따른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17일 오전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에서 병원장 직무대행 김성진 진료처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원내 감염에 따른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 측은 앞서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안간힘을 쏟았다. 지난 13일 1동 6층에 근무하는 신경외과 전공의가 코로나19에 확진된 이후 병원내 감염과 n차 감염이 이어지자 사흘 뒤인 16일 본원 5층부터 11층 병동 의료진과 환자들을 격리 조치했다. 5층에는 신경외과와 내과 중환자실이 있다. 다른 층에는 신경외과·정형외과·감염내과 등의 병동이 있다. 외래 및 응급실 폐쇄 기간도 17일까지로 하루 연장했다.

1동 1∼3층에는 원무과, 일부 외래진료과, 편의시설이 입주해 있는데 이날까지 일시 폐쇄하고 시설 위험도 평가를 했다. 양성 판정을 받은 병원 관련 확진자의 자녀 2명(광주 567∼568번)이 다니는 광주의 한 초등학교에도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학생 800여 명과 교직원 등 900여 명도 전수 검사했다. 

이런 조치들은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끝내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전남대병원발 광주·전남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다. 의료진, 환자, 보호자, 입주업체 직원에 이어 학교, 경찰서 등에까지 전파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신규 확진자들의 동선에는 성당, 교회, 학원, 목욕탕, 예식장 등 다중 이용시설이 다수 포함돼 조기 종식에 대한 기대가 난망한 처지다. 

전남대병원발 코로나19는 전남 목포까지 퍼졌다. 전남대병원 관련 확진자와 접촉한 목포지역 거주자 2명이 1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최근 코로나19가 발병한 전남대병원에서 입원과 퇴원을 했고 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하자 선별진료소에서 진단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신경외과 의사(광주 546번)가 확진된 이후 전남대병원 관련 확진자는 현재까지 총 27명이다.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병원 전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4500건의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이 중 14명의 병원 종사자가 양성으로 확인됐다. 원내 의사 3명, 간호사 2명(화순전남대병원 1명), 보건직 1명, 병동 환자 3명, 광주은행 직원 2명, 원외 의사 1명, 퇴원 환자 2명이다. 16일 오후 1동 입원환자의 보호자가 추가로 확진돼 광주 569번으로 분류됐다.

전남대학교병원 본관 1동 전경 ⓒ전남대병원
전남대학교병원 본관(1동) 전경 ⓒ전남대병원

한편 광주전남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7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전날(16일) 광주 하루 확진자는 18명, 전남은 15명을 기록했다. 서울(90명), 경기(52명) 등 수도권에 이어 세 번째, 네 번째로 많다. 광주는 9월 8일 이후 69일 만에, 전남은 13일에 이어 15∼16일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화순군에서도 지난 11일 양성판정을 받은 기존 확진자와 접촉했던 주민이 이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순천에서는 중앙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순천 99번·전남 252번)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순천시는 이 간호사가 근무했던 6병동 전체를 코호트(동일집단) 격리했다. 순천에서는 이날 순천 102번(전남 255번), 103번(전남 256번), 104번(전남 257번) 등 3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앞서 광양시에서도 기존 확진자들과 접촉한 2명(전남 250·251번)도 감염돼 전날 11명에 이어 16일도 11명이 양성판정을 받았다. 전남에서는 이달 7일 이후 확진자가 67명이나 발생하는 등 날이 갈수록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날짜별 확진자 발생 인원은 7일 3명·8일 2명·9일 2명에서 11일 8명으로 늘어난 뒤 12일 9명·13일 13명·14일 8명·15일 11명에 이어 이날 또 11명이 발생했다. 전남 도내 누적 감염자 수는 260명으로 늘었으며 이중 지역사회 감염자 212명 해외유입은 48명이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