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1호 정책과 ‘기후 깡패’ 한국에 닥친 도전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21 10:00
  • 호수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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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세계 9위 탄소 배출국…‘탄소 중립 2050년’ 가능할까

바이든이 전 세계에 내놓은 대선 승리의 첫 메시지는 파리협약 복귀였다. 지난 11월4일 밤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트위터를 통해 취임 첫날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에 복귀할 것임을 밝혔다. 개표가 채 끝나기도 전에 내놓은 얘기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친환경 정책은 대선 당시 바이든 후보의 공약이다. 환경 분야 공약의 핵심은 저탄소 청정 에너지 인프라 계획이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는 2조 달러 규모의 예산을 4년 동안 투입해 일자리 100만 개를 창출하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통상 분야 공약에도 화석연료 사용으로 환경 의무를 준수하지 못하는 국가나 기업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물리는 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메시지는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였다. ⓒAP 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첫 메시지는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였다. ⓒAP 연합

바이든은 왜 파리협약 복귀를 밝혔을까

파리협약은 2015년 채택됐다. 당시 세계 국가들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약속을 했다. 2016년 발효된 파리협약은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순 제로로 만들어야 2100년까지 지구 온도의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할 수 있다. 

탄소 중립, 즉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순 제로로 만든다는 말은 늘어난 탄소 배출량에서 저감량을 뺀 수치를 제로로 만든다는 뜻이다. 탄소 배출이 늘어나는 꼭 그만큼 저감량도 늘려야 가능한 일이다. 경제 체질 자체를 바꾸지 않고서는 대응하기 어려운 과제다. 이 때문에 친기업 정책을 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다섯 달 만에 탈퇴를 선언했다. 사실 미국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룬다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당장 해외로 떠난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만들자는 제조업 리쇼어링 정책과 충돌한다. 셰일석유 개발과 가스 수출로 미국이 장악하게 된 에너지 패권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바이든은 탄소 중립을 위해 원전을 청정 에너지원에 포함하도록 당의 정강을 고치기도 했다.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이 너무 많아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일은 미국에서도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은 더 힘들다. 무엇보다 사회적 관심부터 크지 않다.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역설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기후’는 뜨거운 이슈가 아니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정치적 쟁점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체감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호우, 태풍, 폭염 등 자연재해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한국에서 점점 봄과 가을이 사라지는 것, 지난여름의 기록적인 폭우, 북극 빙하가 녹아 사라져가고 있는 것. 이 모두가 석탄을 원료로 하는 화석연료를 땔 때 나오는 온실가스가 지구의 온도를 계속 높여서 나타난 결과다. 기온이 높아지면 많아진 수증기는 어디선가 비가 되어 쏟아지게 된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평균온도가 상승하면서 폭염뿐만 아니라 가뭄, 장마, 폭우, 홍수 등은 앞으로 일상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극단적인 홍수와 가뭄을 번갈아 겪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른바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이다. 

기록적인 장마만이 아니라 전염병 코로나19의 대유행, 무려 6개월 동안 대륙을 불태운 호주 산불 모두가 기후변화와 관련 있는 재해라고 한다. 기상이변에 따른 재난, 농작물 피해 등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2020년 세계자연기금의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약 10조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모두가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 지구의 평균기온이 1도 올라서 일어난 일이다. 이 상태로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하면 2040년에는 한계상황인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오른다고 한다. 파리협약은 그걸 막자는 것이다. 

아쉽게도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기후 깡패’로 불린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다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은 탄소 배출량을 평균 8.7% 줄였지만, 한국은 오히려 24.6%나 늘렸기 때문이다. 2019년 유엔기후변화총회가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61개국 가운데 58위다. 이 평가 기준에서 한국은 재생 에너지와 기후정책 부문에서는 보통 수준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59위, 에너지 소비량은 61위로 거의 꼴찌를 기록했다. 

 

탈원전과 재생 에너지 시대 동시에 가능할까

탄소 중립 시점에 대한 약속도 늦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에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약속을 내놓기 주저했던 것은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석탄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OECD 국가 평균치의 거의 두 배 수준이다. 게다가 국토 면적에 비하면 포스코나 여수 화학공장 같은 산업단지도 많다. 

그린 뉴딜을 선언하면서도 탄소 중립 시점을 발표하지 못했던 정부가 뒤늦게나마 약속을 내놓은 것은 사실 중국 때문이었다. 세계 최대의 탄소 배출국인 중국까지 지난 9월 탄소 중립을 약속하면서 우리도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직도 자체적인 감축 로드맵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와 비교하면 중국이 오히려 빠르게 세부 계획들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오는 2025년, 내연기관차의 비중을 절반도 아닌 40%로 묶고, 2035년엔 아예 시장에서 퇴출한다는 로드맵을 밝혔다. 한국도 파리협약에 따라 올해 말까지 유엔에 2050년의 기후 비전과 달성 방안을 담은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재생 에너지 3020’ 정책을 추진 중이다. 2019년 6.5% 수준에 불과했던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할 계획이다. 석탄발전을 줄이고 태양광과 풍력을 진흥한다지만 현실적이지는 않다. 전력 수급을 맞추면서 동시에 전력 요금의 대폭 인상 없이 탈원전과 함께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은 세계 9위의 탄소 배출국이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 유엔 환경 프로그램이 발표한 보고서는 한국의 2030년 예상 온실가스 배출량이 자체 감축 목표 대비 15% 이상 증가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2023년 열리는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를 주최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생색 나는 일이다. ‘재생 에너지 3020’은 비현실적이고 ‘탄소 중립 2050년’은 달성이 쉽지 않지만 이건 아마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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