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도, 주행차도 ‘공범’이었던 광주 스쿨존 참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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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적용…사상자 3명 낸 화물차 운전자 구속
’일단멈춤’ 없이 주행한 반대편 차로 운전자들 출석 요구
횡단보도를 건너던 일가족이 화물차에 치여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북구 운암동의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현장 ⓒ 연합뉴스
횡단보도를 건너던 일가족이 화물차에 치여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북구 운암동의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현장 ⓒ 연합뉴스

광주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발생한 일가족 참변 사고는 운전자들의 안전 의무 소홀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전방 주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3명의 사상자를 낸 화물차 운전자를 구속하고, 횡단보도에서 '일단 멈춤'을 하지 않은 주변 차량 운전자들에 대해서도 출석을 요구했다. 

19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북구 운암동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2살 된 B양을 숨지게 하는 등 3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치사 등)로 8.5t 화물차 운전자 50대 A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17일 오전 8시45분께 운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세 남매와 30대 어머니를 자신의 차로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로 유모차에 타고 있던 만 2살 여아가 사망했고, 이 여아의 4살 언니와 30대 어머니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2인승 유모차에 누나와 함께 타고 있던 막내 아들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횡단보도 바로 앞에 화물차를 정차한 채 대기하다가 도로 정체가 풀리자 차량 앞에 있던 가족을 보지 못한 채 차를 그대로 출발시키면서 사고를 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량 앞에 있던 가족들을 못보고 출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화물 차량 높이와 사고 당시 B양 가족과의 거리 등을 감안할 때 전방 주시를 게을리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운전 중 휴대폰 조작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B양 가족은 사고 당일 아이들을 데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반대 차로에서 차량이 계속 지나가는 탓에 멈춰 있던 중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B양 가족이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단 멈춤'을 하지 않고 주행한 차량 4대와 도로에 불법 주정차한 어린이집 통학 차량 1대 등 총 5대 차량 운전자들을 특정한 후 출석을 통보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과 주정차 위반 행위에 대한 과태료 등의 조치가 내려질 방침이다.

광주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구속된 화물차 운전자는 물론 사고의 간접 영향을 미친 주변 차량 운전자에 대해서도 법이 규정하는 범위 내에서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광주 시민들은 이번 사고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며 행정기관과 경찰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했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는데 제대로 개선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결국 또 다른 참사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 장소에서는 지난 5월에도 SUV 차량이 7살 초등학생 C군을 들이받아 중상을 입히는 일이 있었다. 이 사고로 몸 일부가 마비된 C군은 장기간 치료를 받다 할아버지와 함께 다시 등교하는 첫날, 세 남매 가족의 사고 현장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신호등와 주정차 단속 카메라 설치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설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경찰 측은 "지난 5월 사고 이후 교통 영향 평가 등을 거쳤으나, 신호기(신호등) 설치는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났다"며 "일부 주민들이 차량 소통 불편 등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어 당시에는 추진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광주지방경찰청과 광주시, 북구청, 도로교통공단 측은 이번 사고 후 뒤늦게나마 긴급 점검을 실시해 신호등과 불법주정차 단속 카메라 설치, 주정차 금지 노면표시, 과속 방지턱 추가 등을 추진키로 했다.

광주지방경찰청과 광주시, 북구청, 도로교통공단 측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 현장에 대한 긴급 점검을 실시해 신호등과 불법주정차 단속 카메라 설치, 주정차 금지 노면표시, 과속 방지턱 추가 등을 추진키로 했다. ⓒ 연합뉴스
광주지방경찰청과 광주시, 북구청, 도로교통공단 측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3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 현장에 대한 긴급 점검을 실시해 신호등과 불법주정차 단속 카메라 설치, 주정차 금지 노면표시, 과속 방지턱 추가 등을 추진키로 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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