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징금 ‘버티기’ 전두환, 연희동 자택 별채만 압류…왜?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2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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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채만 ‘뇌물로 받은 비자금으로 취득’ 인정
전두환 측 “법원 결정 당연한 것” 환영
20일 서울고법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셋째 며느리 명의로 된 서울 연희동 자택 별채를 뇌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구입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공매에 넘긴 처분을 유지하도록 판결했다. 사진은 전 전 대통령 연희동 자택의 별채 모습 ⓒ 시사저널 박정훈
20일 서울고법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셋째 며느리 명의로 된 서울 연희동 자택 별채를 뇌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구입한 사실이 확인된다며 공매에 넘긴 처분을 유지하도록 판결했다. 사진은 전 전 대통령 연희동 자택의 별채 모습 ⓒ 시사저널 박정훈

법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에서 별채만 압류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놨다. 부인 이순자씨와 비서관 등 전 전 대통령이 아닌 제3자 명의로 된 본채와 정원은 불법 재산으로 취득했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추가 절차를 거쳐 압류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0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전 전 대통령이 검찰의 추징 절차에 불복해 제기한 재판의 집행에 관한 이의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연희동 자택 본채와 정원의 경우, 몰수 가능한 불법 재산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압류를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다만, 전 전 대통령의 셋째 며느리 명의인 별채는 뇌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매수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검찰이 공매에 넘긴 처분을 유지토록 했다.

이같은 법원의 판단은 연희동 자택의 복잡한 '서류상 명의' 때문이다. 연희동 집은 이순자씨 명의인 본채, 비서관 명의인 정원, 며느리 명의인 별채 등 3곳으로 나뉜다. 이 중 본채 토지는 이순자씨가 1969년 10월 소유권을 취득했고, 건물은 종전에 있던 것을 철거하고 신축해 1987년 등기가 이뤄졌다.

정원은 대통령 취임 전인 1980년 6월 소유권을 취득했으며, 이후 장남 재국씨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가 1999년 비서관 명의로 등기됐다. 별채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이 2003년 취득했다가 추징금 시효 만료가 임박했던 2013년 4월 셋째 며느리의 소유로 넘어갔다.

재판부는 "피고인(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에 받은 뇌물 일부를 처남이 자금 세탁을 통해 비자금으로 관리하다가 그 비자금으로 별채를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셋째 며느리는 별채를 취득할 당시 국내에 거주하지도 않았고, 매매계약이 비정상적으로 단기간에 이뤄졌다"며 비자금으로 인한 재산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압류 절차를 그대로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본채와 정원에 대해선 "범인 외의 사람으로부터 추징하려면 법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며 "대통령 취임 전 취득해 불법 재산으로 취득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본채와 정원이 피고인의 차명재산에 해당한다면, 국가가 채권자대위 소송을 내 피고인 앞으로 명의를 회복시킨 뒤 추징 판결을 집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이같은 판단에 검찰은 "법원 결정문을 면밀히 분석해 이의 신청을 받아들인 부분에 적극적으로 항고하고, (압류) 집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다각도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 측 대리인은 "추징금 문제로 국민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 드린 점에 전 전 대통령을 대신해 깊이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며 "법원의 결정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정의를 추구해도 그것이 법적 절차에 의하지 않으면 법이 보호하지 않은 정의"라며 "이런 당연한 법치국가의 원리를 법원이 선언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 사건은 2018년 서울중앙지검의 신청으로 연희동 자택이 공매에 넘겨지자 전 전 대통령이 반발해 이의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전 전 대통령은 과거 대법원 판결로 부과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연희동 자택에 집행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반발해왔다.

검찰이 5·18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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