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 이상 집회 금지인데…민주노총, 25일 집회 강행할까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2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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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은 그대로 진행…집회 개최·방식 등은 추가 논의 중
성명 통해 “노조 무력화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앞에서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방역당국이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한 가운데, 오는 25일로 예고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집회 개최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사랑제일교회를 주축으로 한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로 수도권은 물론 전국이 2차 대유행에 노출됐던 점을 고려해 정치권과 지자체, 경찰은 일제히 집회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23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기로 한 '총파업 및 투쟁대회' 세부 진행방안을 놓고 내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은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집회를 그대로 열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이날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방역 강화 방안을 내놓음에 따라, 기존 방식으로 집회를 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울시는 24일 0시를 기해 연말까지 '천만 시민 긴급 멈춤기간'을 선포하고, 서울 전역의 '10인 이상' 집회를 전면 금지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100인 이상 집회 금지' 수칙에 대응해 99명 단위로 집회 참석 인원을 분산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행사를 개최했지만, 이번에는 9명씩으로 나눠야 해 적어도 서울에서는 동일 방식으로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총파업 집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자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와 기업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민주노총의 상황과 입장은 삭제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 확산 와중에도 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한 것은 '노조 무력화'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100만 조합원과 2500만 노동자, 그리고 모든 국민의 삶을 지탱할 노동조합을 지키기 위해 총파업 총력투쟁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아무런 상관이 없는 노동 개악을 밀어붙인다"며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려고 한다. 아니, 아예 노동조합을 하지 말라고 한다"고 성토했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함께 협약 내용을 반영한 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개정안은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결사의 자유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지만, 파업시 사업장 점거를 금지하는 등 경영계 요구를 반영해 노동계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시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천만 시민 긴급 멈춤기간'을 선포한 23일 서울 시내에 집회금지 안내문이 보인다. 서울시는 24일부터 연말까지 대중교통 야간 운행을 감축하고, 10명 이상의 집회를 전면 금지한다. ⓒ 연합뉴스
서울시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천만 시민 긴급 멈춤기간'을 선포한 23일 서울 시내에 집회금지 안내문이 보인다. 서울시는 24일부터 연말까지 대중교통 야간 운행을 감축하고, 10명 이상의 집회를 전면 금지한다. ⓒ 연합뉴스

서울시와 경찰은 민주노총이 25일 집회를 강행한다면, 엄정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지금의 코로나19 확산세 등을 고려해 25일 집회는 자제할 수 있도록 민주노총에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방역 기준이 바뀌면 그 기준에 따라 제한 조치를 해왔듯, (민주노총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방역 기준을 위반하면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권도 집회 철회를 요구하며 코로나19 방역에 협조를 당부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노총의 집회 예고에 대해 "대단히 우려스럽다. 아무리 방역 수칙을 준수하더라도 코로나19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집회를 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쓴소리를 냈다. 이어 "비대면 온라인 방식 등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주장을 하고 국민과 소통할 수 있다"며 "온 국민이 코로나19로 고통 겪는 시기에 민노총이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뭔지 다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서도 "민노총 집회에 원칙적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낙연 대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는 것과 관련해 "우리는 코로나 1차·2차 유행 때 국민의 인내와 배려를 통해 보름 만에 상황을 안정시켰고, 이번에도 힘을 모아 빨리 극복해낼 것으로 믿는다"면서 "이런 시기에 민주노총이 이번주 전국 여러 곳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국민의 걱정을 감안해 집회 자제 등 현명한 결정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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