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 경고 “눈먼 자들의 도시 되면 안돼” (上)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8 10:00
  • 호수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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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우주 고대 교수 “사람 간 2m 신체적 거리 두기가 반드시 필요해”
“정부는 전문가의 지적에 제발 좀 귀 기울여주기를”

하루 500명대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좋은 겨울 한파가 시작됐고 수능시험·크리스마스·송년회·설날 등 사람들이 모일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정부의 방역 대책은 임시방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감염병 전문가인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대해 사람으로 치면 당장 수술이 필요한 골수염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유행이 12개월째로 접어드는 현재까지 정부의 방역 정책은 아마추어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의 경고를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국민에게는 ‘눈먼 자들의 도시’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눈뜬 자만이 바이러스의 정체와 유행 상황을 정확히 알고 주의할 수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거리 두기를 하지 않으면 눈을 감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를 만나 올겨울 3차 대유행이 경고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을 짚어봤다. 

ⓒ시사저널 이종현
ⓒ시사저널 이종현

코로나19 유행이 12개월째로 접어드는 현재 상황을 사람에 비유하면 어떻게 진단할 수 있는가.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왕들이 종기로 사망했다는 기록이 많다. 소독약이나 항생제가 없었던 그때, 피부에 있는 포도상구균으로 허리에 생긴 종기가 근육을 뚫고 뼈나 척추로 들어가 전신 패혈증으로 사망한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뼈를 뚫은 골수염이 온 단계다. 종기가 난 상태면 소독하고 항생제를 쓰면 깔끔하게 낫는다. 그런데 방치해 골수염이 되면 수술이 필요하고 치료 기간도 2~3개월 걸린다. 몸에 농양이 생긴 상태에서는 칼로 째서 고름을 빼야 하는데 항생제만 쓰려고 하니 속에서는 계속 곪고 항생제 내성만 생기는 꼴이다.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한데 정부의 정책은 늘 한두 박자씩 늦다.”

왜 이런 지경까지 왔다고 보는가.

“지역사회 감염이 0명이던 4월말과 10명 내외였던 7월말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그때 뉴질랜드나 대만 사례를 벤치마킹했으면 현재 상황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2~3주만 강하게 방역해 지역사회 발생 0명을 유지하고 입국자만 관리하면서 백신이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내수가 돌아가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국내 여행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K방역을 자화자찬하고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하자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본격적인 수도권 감염이 시작됐다. 3~4월에 모 단체에서 나에게 ‘포스트(post) 코로나’ 시대에 대한 강연을 요청해 왔길래 일갈했다. 무슨 소리냐, 아직 ‘인(in) 코로나’ 시대라고 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이 겨울철에 크게 확산한 양상이 현재 코로나19 상황과 유사한 것 같다. 올겨울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스페인 독감은 그해 9~11월 한반도도 휩쓸었다. 당시 ‘매일신보’에는 국내에서도 약 740만 명이 감염됐고 14만 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처절했던 시절이다. 10여 명 가족 중 노인 한 명만 살아남았는데 결국 그 노인마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와 같은 혹독한 겨울이 이제 시작됐다. 정부는 8~9월처럼 방역 단계를 높여 효과를 봤던 사례를 들며 이번에도 곧 잦아들 것이라고 한다. 그때와 지금은 상황 자체가 전혀 다르다. 그때는 기온이나 습도가 높은 덕을 봤고 집단감염도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온과 습도가 낮고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집단감염이 일어난다. 또 방역 기준도 다르고 국민의 경각심도 떨어졌다. 어떻게 해서든 급격한 증가세는 막을 것이지만, 8~9월처럼 50~100명 수준으로 드라마틱하게 떨어뜨리기는 어렵다. 격리 환자가 6500명 선이고 지방의 중환자실은 거의 다 찼다. 2~3월처럼 집에서 대기하다가 사망하는 사례가 나올 것이다. 의료 시스템의 붕괴가 우려된다. 올겨울 3단계(하루 800~1000명 감염자 발생)에 해당하는 확산이 온다.”

격리 환자가 늘어나면 무증상과 경증 환자는 재택치료를 한다는데 치료가 가능한가.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면 감염자 특히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는 즉시 병원에 입원하지 못하고 위험해질 수 있다. 병상이 부족해 암환자 등 다른 위급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2차 피해도 발생한다. 그동안 병상만 늘려오다가 한계를 맞았고 외국처럼 무증상과 경증 환자는 재택치료로 전환할 것이다. 의사가 왕진하면 재택치료라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이 가능할까 싶다. 치료 키트라도 제공해야 하는데 그것이 될지 모르겠다. 스테로이드 등 자가 처방 및 치료는 어렵다. 그렇게 안 된다면 재택가료·재택요양·재택관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재택치료 해당자는 가족 접촉을 피하고 독방에서 지내야 한다. 호흡곤란이 문제다. 증상이 악화하면 병원으로 후송해야 하는데, 그런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재택치료를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은 갖춰졌나.

“안 돼 있다고 본다. 전문가가 지적하면 괜찮다고 하며, 무슨 일이 닥치면 지금 하고 있다고 한다. 신종플루 때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난리가 났다. 지금도 무슨 난리가 나야 정부가 움직일 것 같다. 정부는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 같은데 방역은 좌고우면할 일이 아니다. 무식하게, 고지식하게 방역해도 잡을까 말까다.” 

스페인 독감을 호되게 경험한 미국과 유럽은 감염병 대비를 잘했을 텐데 왜 속수무책으로 바이러스에 당했나. 타산지석으로 삼을 부분이 있을 것 같다.

“1918년 스페인 독감 이후 미국과 유럽은 감염병에 대한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췄다. 지난겨울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졌을 때 미국과 유럽은 중국발 입국자부터 막았다. ‘시간을 벌면서 팬데믹에 준비하는구나, 역시 의료 선진국은 다르구나’라고 생각했다. 웬걸, 3~4월 미국과 유럽에서 대규모로 확산했다. 나는 그 이유를 리더십에 있다고 본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2월 첫 감염자가 입국하자 전국에 5주간 ‘stay at home(집에 머물기)’ 정책을 폈다. 동시에 외국인 입국을 막았고 내국인 입국자는 2주간 격리했다. 자신들은 미국의 CDC(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와 같은 조직이 없고 역학조사가 약하고 섬나라여서 한 번 퍼지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처음에 집단면역을 강조하다가 전문가들이 난리를 치니까 일주일 만에 태도를 바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전문가의 말도 듣지 않았다.

오바마가 대통령이었다면 세계가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유행할 때 지원인력을 보내 자국은 물론 세계 유행을 막았다. 미국 노스다코타 주지사는 마스크 착용을 반대해 그 주는 감염자가 매우 많다(미국과학자연맹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사망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 미국 노스다코타주를 꼽았다). 처음에 호되게 당한 뉴욕은 뒤늦게나마 강하게 방역해 감염자 발생을 많이 줄었다.”

우리 국민은 마스크를 잘 착용하지만 요즘 거리 두기는 잘 안되는 것 같다. 식당과 카페 등 밀폐된 공간에서 테이블 간격이 매우 좁아 거리 두기를 할 수 없는 현실이다. 

“소셜 디스턴싱(social distancing)을 사회적 거리 두기로 번역했는데 소셜 디스턴싱은 매스 게더링(mass gathering), 즉 많이 모이지 말라는 의미다. 그래서 일대일 사람 간 거리 두기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오해할 수 있다. 한 사람이 교회에서 감염되고 집에 와서 가족에게 전파하면 아이는 학교에서, 아내는 요양원에서 다시 퍼뜨린다. 따라서 피지컬 디스턴싱(physical distancing) 즉 사람 간 2m 신체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신체적 거리 두기를 하면 매스 게더링도 자연히 포함된다.”

우리는 신체적 거리 두기를 잘하고 있나. 

“감염병 유행에는 4가지 요인이 있다. 바이러스·기후·숙주·방역이 그것이다. 지난 2~3월 국내에서 유행한 코로나바이러스가 여름철에 다른 타입으로 변하면서 전파력이 그 전보다 빨라졌다. 기온과 습도가 높은 여름에 바이러스는 몇 시간 생존하지만 기후가 건조하고 추워지면서 며칠씩 생존한다. 바이러스와 기후는 인간이 개입할 수 없는 조건이다. 인간의 개입이 가능한 요인은 숙주와 방역이다. 그런데 숙주, 즉 사람의 경각심은 2~3월 1차 유행 때보다 많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신체적 거리 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 방역은 선제적 고강도 방역보다 확산을 억제하는 수동적 방역을 하고 있다. 이처럼 4가지 감염병 유행 요인이 올겨울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계속해서 ☞코로나 대유행 경고 “눈먼 자들의 도시 되면 안돼” (下) 기사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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