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으로 탄생한 한·일 정치의 걸림돌
  •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3 11:00
  • 호수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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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통해 동서 문화 주유한 조용준의 《한일공동정부》

일본에서 고(故)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로부터 아베 신조(安倍晋三)로 이어지는 정치 라인은 견고하다. 이들의 시작은 일본 야마구치현의 작은 마을인 다부세에서였다. 이 마을이 배출한 노부스케는 56대와 57대 총리를 하고,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는 61~63대까지 내리 세 번 총리를 지낸다. 노부스케가 사토의 둘째형이니, 한 집안이 5대의 총리를 배출한 것이다. 그리고 이 흐름은 아베 신조까지 이어진다. 기자 출신으로 도자기에 깊은 열정을 가져온 조용준 작가의 이번 책은 이 아베 집안에서 시작돼 한국의 정치에까지 깊숙이 침윤된 일본 보수정치의 실체에 접근하는 글이다.

《한일공동정부|조용준 지음|도도 펴냄|552쪽|2만6000원》
《한일공동정부|조용준 지음|도도 펴냄|552쪽|2만6000원》

일본 보수정치의 실체에 접근

앞서 말했듯이 노부스케는 만주에서부터 활동한 전쟁 책임자로 2차대전의 전범이다. 미군은 그의 활용 가치가 높다는 것을 깨닫고 살려준다. 이런 상황을 인지한 노부스케는 만주 인맥의 자본을 통해 자민당의 정치적 기초를 세우고, 일본 보수를 대표하는 인물이 된다. 그들은 재빨랐다. 한국전쟁이라는 상황을 이용해 1952년 미일안전보장조약(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을 개정해 자위대라는 실질적 군대를 창설하게 한다. 문제는 이들의 해악이 일본에만 멈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노부스케는 만주국이 자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자신들이 뿌린 씨의 발아라고 생각했다. 그에게 만주는 자신의 평소 이념, 국가 구상을 시도할 수 있는 장소라 생각했고 패망 후 일본, 5·16 쿠데타 이후 한국에서 그대로 실현하려 했다. 이 과정에서 한·일 국교 정상화도 이 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조 작가는 이런 전반을 파고든다. 이를 위해 우선 만주국의 실체를 살핀다. 그가 보는 만주는 노부스케 등이 주가 되어 아편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그 돈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집단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아편 자금은 전쟁 자금으로 쓰이다가 차츰 자민련의 창단 자금으로 쓰였다고 봤다. 이들의 소굴로 파고든 대표적인 이가 박 전 대통령이다. 그는 일본 사관학교를 거친 후 장교가 되고, 일본이 패망하자, 우리 국군으로 들어온다. 이후에도 남로당 등의 힘을 보면서 움직이다가 결국 위기를 맞는데, 만주국의 후원으로 목숨을 건지고, 결과적으로 군사 쿠데타의 주역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책은 전작 《메이지유신이 조선에 묻다》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펼쳐 놓는다. 일본의 막후 조정으로 한국이 어떤 식으로 일본과 결탁했는지, 그들이 한국의 뒷배경으로 존재함으로써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는지를 고발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결탁은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광복을 맞은 이후에도 메이지유신 세력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야마가토 아리토모, 기시 노부스케와 만주 인맥들, 아베 신조로 이어져 여전히 한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봤다. 그래서 저자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결과적으로 만주에서 태동한 이 정치 세력은 일본 정치를 한 발짝도 발전하지 못하게 잡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김대중 정부 이후 정권 교체를 통해 이 걸림돌을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언제라도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심하기는 이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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