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코로나로 지치는데 세 부담이라도 덜게…
  • 류애림 일본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7 14:00
  • 호수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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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스가 정부, 고정자산세 일부 동결 방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상황 반영해 세제 개편

일본 스가 정부는 내년도 세제 개정에서 평가액이 상승한 토지에 대해 고정자산세를 동결하는 방침을 정했다. 대상 토지는 상업지를 비롯해 주택지와 농지까지, 모든 토지다. 고정자산세는 토지와 주택 등을 과세 대상으로 하는 지방세로 1월1일 시점에 대상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면 납세 의무가 발생한다. 일본 총무성이 제시하는 평가기준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평가액을 산출하고 정책에 따른 특별조치 등을 반영해 과세표준액을 정한다. 이 과세표준액에 세율을 적용해 세액이 결정된다. 적용 세율은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는 것이 가능한데, 표준세율은 1.4%로 대다수 지방자치단체는 이 표준세율로 세액을 산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징수하는 고정자산세의 근거가 되는 토지 평가액은 3년에 한 번 갱신된다. 내년 평가액은 올해 1월1일 시점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수정되는데 1월1일은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으로 지가가 상승세를 보이던 시기였다. 도쿄올림픽 개최로 경기 회복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를 전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했고 일본도 예외는 아니었다. 3월에는 올림픽 개최 연기가 결정되었고,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었다. 지가도 당연히 하락했다.

일본에서 사흘 연휴 마지막 날이자 월요일인 11월23일 도쿄 도심 아사쿠사의 나카미세 거리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EPA연합

“특수한 상황, 세 부담 늘지 않도록 배려해야”

일본 국토교통성이 7월1일 시점으로 조사한 전국 지가조사(기준지가)에서 모든 종류의 지가가 3년 만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이 발달한 나고야가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용도별로는 주택지와 상업지 지가가 모두 하락했다. 도쿄 상업지의 경우 반년 만에 1.6%, 오사카는 2.2% 떨어졌다. 오사카의 유명 관광지인 신사이바시는 2019년 후반기에 17.6% 상승했지만 올해 전반에 18.8% 떨어진 곳도 있었다. 1월1일 평가액을 기준으로 하면 부담이 커져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토지 평가액이 상승한 상업지·주택지·농지에 대해 내년도 고정자산세를 올해와 같은 금액으로 동결하기로 했다. 자민당과 총무성은 당초 부담 경감 대상을 상업지만으로 제한할 방침이었지만, 주택지도 포함해야 한다는 연립여당 공명당의 주장을 반영해 모든 토지를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다만 평가액이 하락한 토지는 하락분을 반영한다. 2022년도 이후에 대해서는 1년 후의 세제 개정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자민당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세제조사회장은 12월7일 열린 자민당의 세제조사회 간부회의 후 “코로나라는 특수한 경제 상황에서는 될 수 있는 한 (국민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이러한 방침을 세운 이유를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고정자산세 상승분에 대한 동결 방침을 정하면서 주택론 감세 조치를 2년 연장하는 특례를 마련하는 방침도 세웠다. 주택론 감세는 10년 동안 매년 말 주택론 잔액의 1%를 소득세와 주민세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1986년에 만들어진 제도다. 2019년 소비세율을 10%로 올리면서 납세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제 기간을 13년으로 늘리는 특례를 마련했었다.

이 특례 대상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2월 사이 입주가 조건이었는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택 건설과 입주가 늦어진 경우를 포함해 입주 기한을 2022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신축 주택은 내년 9월말, 맨션이나 중고주택은 내년 11월말까지 계약하는 것이 조건이다. 물론 주택론 감세에 대한 반발도 이전부터 계속돼 왔다. 소비세는 증세하면서 고액 대출이 가능한 부유층에게는 유리한 제도를 유지하고 특례를 마련하는 것은 공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스가 일본 총리가 2월4일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

정부·지자체 허리띠 졸라매기 불가피

일본 정부와 여당이 마련하려는 이와 같은 조치들은 코로나19로 신음하는 국민들의 세 부담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환영을 받지만, 어쩔 수 없이 세수는 줄어들게 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특별한 조치가 없어도 세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세수를 더 줄이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일본 정부의 세수는 올해 약 63조5000억 엔(약 670조원)으로 예상되지만 50조 엔(약 530조원)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출이 제한되자 휘발유세는 10월 시점에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3.6% 줄어들었고,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항공기 연료세는 96.2%나 감소했다. 세수는 줄어들지만 앞으로도 코로나19 대책으로 세출은 계속해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부족분은 나랏빚이 된다. 올해 새롭게 발행한 일본 국채는 역대 최대 금액으로 90조 엔(약 940조원)을 넘겼다.

고정자산세 동결은 적자를 기록해도 반드시 지불해야 하기에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된 기업들의 부담을 줄이는 조치지만, 지방세니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운영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고정자산세는 지방자치단체 세수의 약 40%를 차지한다. 보통 일본 전국에서 고정자산세로 약 9조 엔(약 94조원)을 거둬들이는데 이번 조치로 약 200억 엔(약 2080억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소득세를 바탕으로 한 주민세 또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에, 지방 세수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주민세와 고정자산세 감소는 지자체의 허리띠 졸라매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세제 개혁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0월 사설에서 세제 개편에 중장기적 시야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프리랜서가 증가하고, 직장을 옮기거나 부업을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며 한 회사에서 계속 일한다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현재의 소득세를 재고해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노동 형태에 따라 세 부담이 불공평하지 않도록 소득세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본의 세제는 국제적 기준으로 봤을 때 소득재분배 기능이 약하다며 소득 격차를 줄이는 방법을 중장기적 세제 개혁을 통해 강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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