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 [따듯한 동물사전]
  •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17 11:00
  • 호수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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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율 높고 치료 어려운 만큼 예방이 최우선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라면 누구라도 두려워하는 질병 중 하나가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이다. 감염되면 치사율이 100%에 가깝고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진단받는 순간 사망 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여겨지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이 치명적인 질병의 원인은 바로 코로나바이러스다. 일반적인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 시 무증상이거나 가벼운 소화기·호흡기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런 코로나바이러스가 고양이 복막염 바이러스로 변이되면 강한 면역반응으로 여러 장기에 손상을 입힌다. 이런 변이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소인, 스트레스, 면역을 억압하는 질병 등이 유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따라서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어떤 고양이라도 전염성 복막염으로 이환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만연해 25% 정도의 집고양이가 코로나바이러스를 갖고 있고, 길고양이는 70%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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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후보물질, 치료에 사용 중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의 진행 양상은 면역반응의 활성 정도에 따라 급성인 경우 복수와 흉수를 동반하는 습식형(wet type)으로, 면역체계에 의해 병 진행이 억제되는 경우에는 장기에 육아종을 형성하는 건식형(dry type)으로 나타난다. 습식형은 복강뿐 아니라 흉강에 물이 차기 때문에 호흡곤란을 유발한다. 식욕상실, 체중감소, 발열, 설사, 황달 등 비특이적인 증상을 동반한다. 건식형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액체 저류가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고 안질환, 신경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질환은 확진을 내릴 수 있는 뚜렷한 진단법이 없어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여러 가지 증상을 종합해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 진단을 내리게 된다.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완치보다는 살아 있는 동안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면역억제제, 항생제, 영양제, 소염진통제 등으로 대증치료가 이뤄졌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복제되는 것을 억제하는 약물에 대한 연구 논문이 발표되면서 치료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다. 아울러 고양이 전염성 복막염 신약으로 불리는 신약 후보물질이 중국으로부터 유통되어 국내에서도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신약 후보물질일 뿐 아직 정식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못했다. 중국산 제품의 신뢰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바이러스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체내 복제를 막는 항바이러스제이기 때문에 치료 후에도 재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비용이 매우 비싸다. 그럼에도 가족 같은 반려묘를 떠나보내기 싫은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신약을 선택하는 보호자가 적지 않다. 

이렇게 치사율이 높고 치료가 어려운 만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는 감염된 개체의 분변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평소 위생적인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염성 복막염 바이러스로 변이되지 않도록 평소 스트레스 관리, 영양 관리, 면역력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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