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재헌의 생생건강]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2.21 11:00
  • 호수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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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1년간 지금처럼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 준수 필요

정부는 최근 글로벌 백신 기업들과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최대 4400만 명분의 해외 개발 백신을 선구매했고, 백신은 내년 1분기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지만 접종 시기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접종 시기는 외국의 접종 현황과 부작용 여부, 그리고 코로나19 국내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결정한다고 했다.

백신이란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병원체 자체나 병원체의 일부 또는 병원체가 가지고 있거나 대사 과정에서 배출하는 독소를 적당한 방법으로 처리해 병원성을 없애거나 아주 미약하게 만든 제품을 말한다. 백신을 인체에 접종하면 그 질병에 저항하는 후천 면역이 생기게 된다.

백신은 개발 단계에서 ‘비임상→임상 1상→2상→3상’을 포함해 총 4단계를 거치면서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해 허가를 받는데, 통상 5~10년이 소요된다. 게다가 백신 사용이 개시된 후에도 시판 후 조사를 통해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게 된다. 이처럼 철저한 안전성 평가를 거쳤다고 해도 백신 접종 후에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독감 백신의 경우 발열, 두통, 식욕 감소, 어지럼증, 아나필락시스 쇼크, 팔다리 근육부터 서서히 마비되는 길랭바레증후군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까지 선구매를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들은 3상 임상시험 과정에 있거나 단기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단계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들어간 시기가 올해 1분기 이후이고, 임상 3상에 들어간 지 길어야 4~5개월 정도 되었기 때문에 중장기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평가는 내년까지 기다려야 가능할 것이다.

ⓒ시사저널 박정훈

집단면역 수준 이르기까진 최소 수개월 소요

지난 11월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정부가 전 인구의 60%를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할 계획이지만, 백신을 서둘러 구매해 내년 초에 접종을 개시하려는 미국·유럽과는 달리 다른 나라의 접종 효과와 부작용 발생 상황을 관찰한 후 내년 가을 전에 접종을 개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국이 코로나19 유행을 어느 정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큰 백신을 선택할 수 있는 시기까지 기다릴 여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집단면역은 어느 집단의 60~70% 이상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을 때 감염병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춤으로써 면역성이 없는 사람들이 간접적인 보호를 받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높은 전파력으로 고위험군에 속하는 감염병이었지만 백신을 통해 전염 억제가 가능하게 된 대표적인 감염병이 바로 홍역이다.

예방접종이 개시되더라도 전 인구의 60~70%가 코로나19 백신 접종(2회)을 완료해 집단면역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최소 수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현재 개발 중인 백신에 문제점이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어떤 백신을 구입해 언제 접종을 개시할지에 대한 판단은 정부와 전문가에게 믿고 맡길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지치고 힘들지만 앞으로 1년간은 지금처럼 자주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를 계속 실천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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