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자형 양극화로 가는 고용시장
  • 변소인 시사저널e. 기자 (bylie@sisajournal-e.com)
  • 승인 2020.12.24 10:00
  • 호수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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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종식 후 “경기 폭발” vs “L자형 저성장” 의견 분분

국내 고용시장에서 K자형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거듭되는 대유행으로 방역이 강화될수록 K자형 양극화 현상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K자형 양극화는 K자형 경기회복으로도 불린다. K자 모양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그래프를 말한다. 고용시장에서도 이런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종결되고, 지금의 경기 침체 국면이 해소되더라도 고용시장이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타격을 덜 받은 디지털 기업,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급성장하는 반면 전통적인 기업, 오프라인 위주의 대면 서비스업, 소상공인들은 추락하고 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전국을 휩쓸면서 고용 불안과 함께 K자형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 때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월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엑스포에서 참가자들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12월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일자리 엑스포에서 참가자들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3단계 격상 땐 202만 곳 영업 지장

우선 3단계로 격상되면 약 45만 곳의 다중이용시설이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들 업종을 포함한 202만 곳이 영업에 지장을 받는다. 이에 따라 일자리를 잃거나 회복이 불가능해 도태되는 곳도 생겨날 수밖에 없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3단계로 올라가서 대형마트나 아웃렛, 백화점 등이 문을 닫게 되면 고용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곳에서 창출된 일자리가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한 후 취업자 수는 지난 3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월부터 1999년 4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최장기간이다. 또한 60세 이상에서 취업자 수가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연령층에서는 매월 취업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 공공일자리를 제외하면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가 실업자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고용보험기금으로 지급하는 구직급여 지급액은 지난달 91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06억원, 54%나 늘어났다. 올해 1~11월까지 누적 구직급여 지급액은 모두 10조8000억원이다. 이는 지난 한 해 지급액인 8조1000억원을 넘어선 규모다.

여러 일자리 가운데 대면 서비스업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이곳에는 청년, 여성이 많은데 이들이 ‘고용 혹한기’를 겪고 있다. 일자리를 갖고 있음에도 일을 쉬면서 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대면 서비스업이 가장 타격을 받고 있고 음식, 숙박, 운수, 예식장, 목욕탕, 미용실 등 개인 서비스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고용시장이 몹시 좋지 않다”면서 “방역 단계가 올라갈수록 타격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고용시장의 K자형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나타난 국내 고용시장의 두드러진 특징은 실업자가 아니라 일시 휴직자”라며 “일시 휴직자가 복직을  못 하고 있다. 복직이 미뤄지고 휴직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이 현상은 K자형 양극화와 연결된다. 취업자지만 일시 휴직자인 이들의 소득은 계속 줄어들고 코로나19와 상대적으로 무관한 기업에서 일하는 이들의 소득은 지장을 받지 않게 되면서 두 계층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며 “디지털 기업과 전통기업, 온라인 기업과 오프라인 기업, 비대면 서비스와 대면 서비스는 물론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많은 근로자, 특히 여성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남성과 여성 간 양극화도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시 휴직자 증감 여부가 흐름 가를 듯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채용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년 상반기 채용 인원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이미 올해 대기업 하반기 채용문은 좁아졌고 공개채용 대신 수시채용으로 전환하는 기업도 늘었다. 가뜩이나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줄어들면서 대규모 채용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진정만이 경기 회복과 더불어 고용 회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경기 회복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고용지표가 후행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경기 회복보다 시간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전망은 같지만 원상 복귀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소비가 회복되면서 고용시장에서도 급격한 반등이 있을 것”이라고 점쳤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역시 “코로나19가 조금씩 완화되면 많은 서비스업이 살아나면서 20~30대의 고용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백신의 부작용이 크게 발견되지 않는 이상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쯤 고용시장도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억눌렸던 것들이 폭발하면서 보복소비가 횡행하고 모임이 많아질 것”이라며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손님이 늘어나면 고용을 늘릴 수밖에 없다. K자형 회복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허약한 부분의 일자리가 늘어나면 고용시장이 급격히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코로나19 종식 이후 저성장 경기 회복에 대한 의견도 있다. 국가미래연구원 소속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를 통해 기업들이 사람을 많이 채용하지 않아도 회사가 돌아간다는 것을 학습했다. 자영업자의 경우 기계로 대체하는 과정을 경험했다”며 “인력을 기계가 대신하고,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대신하면서 고용이 급증하기보다는 L자형으로 느리게 저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완전한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코로나19가 진정된 후 취업자 수가 제자리로 돌아온다고 해도 완전히 회복됐다고 볼 수 없다”며 “코로나19의 충격은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기존 위기와는 다르다. 언택트, 디지털로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고용이 제자리로 돌아오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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